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Lee Jan 04. 2023

공무원 의원면직, 나는 이 말이 불편하다


*오래 망설이다 쓰는 글입니다. 누군가한테 불편함을 주는 글은 웬만하면 쓰지 않는 게 제 글쓰기 신조인데, 이 글은 누군가를 비난하고자 쓰는 글이 아니고 제가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나 싶어 많은 분께 자문을 구하는 글입니다. 댓글로 생각을 나눠 주시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공무원 의원면직


요 몇 달 브런치에서 '의원면직'이라는 단어를 꽤나 자주 접했다.


처음에는 누군가 의원면직을 했다고 하면 으레 아주 높은 직급 (최소 5급 이상)에서 그만뒀으리라 이해했다. 그런데 몇몇 글들을 보니 직급에 상관없이 의원면직이라는 단어가 널리 쓰이고 있었다.


심지어 "교사 의원면직했습니다" 혹은 n년 차 젊은 공무원이 쓴 어떤 글에서 "공직생활" 이런 표현도 봤는데 내 눈엔 이 문장들이 참 어색하게 느껴졌다.


먼저 스스로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의원면직'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봤다.


의원면직 [依願免職].
본인의 청에 의해 그 직위에서 물러나게 함

여기서 의원(依願)은 국회의원의 그 의원(議員)과는 달리 '원하는 바에 따르다'라는 뜻.


이 외에도 여러 곳에서 그 뜻을 검색해 봤지만 어느 곳에서도 특정 직급 이상의 공무원만 '의원면직'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다는 얘기는 없었다. 원칙대로 한다면 직급에 상관없이 '본인 의사에 의해 그만두는 경우' 누구나 쓸 수 있는 표현이라고 이해해도 될 것 같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공무원 의원면직, 공직생활 이런 단어가 너무 흔하게 쓰이는 게 좀 어색하다.


왜일까?


'버스 승하차'라는 단어가 통용되는 표현이라고는 해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할 때는 "나 이제 곧 버스에서 내려"라고는 해도, "나 이제 곧 버스에서 하차해"라고 하지 않는 것처럼, 한자를 남용하는 게 이상해 보여서일까?


아니면 관행적으로 높은 계급의 공무원만 쓰던 이 단어가 '잘못' 쓰이고 있다는 생각을 해서일까?


"니깟게 뭔데 감히 의원면직 타령이냐"가 절대 아니고, 그건 아마도 나를 포함 아직 젊은 세대들한테는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다 얼마 전 정말 재밌는 기사를 하나 봤다.


일론 머스크, 트위터 CEO '의원면직'



이쯤 되니 헷갈리기 시작한다. 이 단어가 어느새 이렇게 직급은커녕, 공기업, 사기업 할 것 없이 사직했다는 뜻으로 일반적으로 쓰이는 단어가 되었던가?




외국에서 산 지 13년이 넘었다. 한국에 가족과 친구들이 있고, 브런치를 포함한 여러 매체를 통해 한국의 소식을 꾸준히 접한다고는 하지만, 새로운 트렌드나 변하는 가치관의 속도를 그 문화에 섞여 사는 사람들만큼 따라가지는 못할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이 또한 그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내가 아는 것만 정답이라 믿지 않고 변하는 트렌드와 다양한 생각에 늘 마음을 열어두자 하지만, 살아온 방식과 믿음이 있어 가끔은 이렇게 불편해지기도 하나보다.


출처: unsplash.com


독자님들 생각은 어떠신가요?





표지 사진 출처: 청와대 어린이 홈페이지



매거진의 이전글 올해 100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