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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드림 hd books Apr 06. 2019

외국인 여행객에게 우리가 배워도 되는 이것

순천 종합버스 터미널이었다. 

언제나 순천-용산간 ktx를 이용하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열차표가 없었다. 시간이 좀 남아 터미널 주변을 배회할 때 여자 외국인 여행객 세 명이 지나쳐갔다. 배낭을 멘 전형적인 여행 차림인데 대도시보다 더 낯설 순천까지 내려온 그들이 부러웠다. 스치듯 다녀가는 여행이 아니라 낯선 나라 구석구석 돌아보는 여행인 듯싶었다. 

버스를 타려면 시간이 좀 남았는지 그들은 터미널 건물 입구 보도 위 의자에 서 배낭을 내렸다. 

그러고는 바로 책을 꺼냈다. 한 사람은 종이책이었고, 두 사람은 전자책이었다. 지켜보는 내내 그들은 각자 독서에 열중하고 있었다. 유독 종이 책이 눈에 띠었다. 우리나라 책과는 달리 수수해 보였다. 오래된 책인 듯 책장이 누랬다. 책을 고급스럽고 예쁘게 만드는데, 겉으로 화려하고 저명한 출판사 책을 고르는데 더 신경을 쓰는 우리나라와는 거리감이 느껴졌다. 

어디서든 독서 하는 모습을 보면 나는 가슴이 설렌다
일행 셋 중 한 사람은 파라솔을 등지고 있다

아무튼 공원도 아닌 길가 벤치에 편안하게 앉아 짧은 시간에도 자연스럽게 독서를 하는 그녀들을 보면, 어릴 때부터 아예 독서하는 습관이 되어 있어 보였다. '서로 독서를 방해하는 일이 없던 것을 보면, 여행은 셋이 하되 각자 여행을 존중해주는 것도 같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국 여행 중 틈이 날 때 아무데나 편히 앉아 저들처럼 독서를 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문화 차이겠지만 여행 중 자투리 시간이 생기면, 저들은 책을 읽고 우리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마음이 심란하여 가방 속 책을 꺼낼 수 없었던 내게 마침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어떤 근심으로 몹시 힘들 때, 독서는 근심에 사로잡힌 마음을 구해주는 역할도 할 것이라는.

 '지금 이 상황에서 책이 머리에 들어오냐.' 할 수도 있지만, 독서가 습관화 된 사람이라면 무거운 마음을 분산시켜 잠시 여유를 찾게도 할 것이다. 독서를 습관화하는 일은 이렇듯 우리 삶을 훨씬 부드럽게 한다. 


장소가 어디든 앉을 곳만 있으면 책을 꺼내는 그런 문화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우리나라였으면 싶다. 

오늘 나는 가장 멋진 여행객의 모습을 순천 종합버스터미널에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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