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순수 개펄 강이 흐르는 마을에서

by 해드림 hd books

새벽 4시가 채 되기 전 눈을 떴다. 컨디션을 느껴보니 일어나도 되지 싶었다. 대충 씻고 부엌으로 들어갔다. 마른미역을 잘라 물에 불려놓고, 마른 새우도 수염과 꼬리를 잘라 다듬어 두었다. 미역국 끓이는데 새우를 넣었더니 그런대로 괜찮았기 때문이다. 아침 운동을 끝내면 불린 미역을 살짝 볶아 미역국을 끓이려 한다. 매번 어머니 밥상을 차릴 때면 무슨 국을 끓여야 되나 고민을 하다가 마른미역 한 봉지를 샀더니 국끓이기 수월하다. 감자를 볶아 넣어도 먹기 편하였다. 부드러운 미역은 잘 넘어가는 터라 연로한 어른들 국으로 안성맞춤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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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밤 어머니랑 저녁을 먹다가 소주 한 잔 하고는 미뤄둔 설거지를 하고 나니 5시가 되어 간다. 요즘 5시는 어두컴컴해서 다소 미적거리다 동네 골목을 빠져나와 신작로로 들어섰다. 마을 굴다리를 벗어나 달리기 시작하면 바닷가 끄트머리 돼지산까지 1.6km다. 잠시 되돌아 뛰다 다시 돼지산으로 돌아와 2km 달리기를 채운다. 며칠 비가 계속 내려 이틀 정도 달리기를 못하였다. 개펄 강은 썰물이 한창이다. 오늘이 8물, 내일과 모레는 9물과 10물로 만조 수위다. 밤새 바닷물이 개펄을 품은 탓인지 개펄의 바다 향이 진하다. 밀물에서 벗어난 개펄에는 건너뜸 천마산 산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이제 비가 그치려나. 손으로 휘저어도 될 만큼 구름이 낮게 내려앉았다. 시커먼 구름 사이사이 새하얗게 빛나는 구름들이 긴 꼬리를 달거나 수정처럼 드러나 있기도 하다. 걷다 뛰다 하며 다시 마을로 돌아온다. 우리 마을 덕산은 볼수록 내적인 미학이 풍긴다. 마을을 뒤에서 어머니의 품처럼 감싸 안은 산등성이들 하며, 적당히 널따란 들판, 그리고 확 트인 개펄 바다를 펼친 곳이다. 순천에서 유일하게 개펄 강이 흐르는 마을이기도 하다. 내 어릴 적에는 밀물을 따라 작은 배가 다니기도 하였다. 모르긴 해도 소금을 실었지 싶다. 무엇보다, 산들이 품어내는 공기와 먼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들어앉은 곳이라고나 할까. 벼가 조금씩 고개를 숙이고 있는 들판에 서서 사방을 둘러보면 산들이 360도 원을 그리고 있다. 지도를 살펴보면 강건너 천마산 왼편으로 밤산과 호룡산이 있는데 어떤 산을 지칭하는지 짐작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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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끝내고 돌아와 부지런히 어머니 아침상을 준비한다. 어머니는 아침잠 중이다. 미역국을 끓이고, 제주 사는 사촌 누이가 보내준 돔을 손질하여 굽고, 계란 프라이를 하는 동안 어머니가 일어나셨다. 냉장고에서 밑반찬을 꺼내 아침상을 차리면서 어머니가 입맛 없다며 숟갈을 안 들면 어쩌나 걱정을 한다. 다행히 오늘 아침은 그런대로 잘 드신다. 어머니가 식사를 잘할 때는 내 마음도 한결 편안하다.


후다닥 설거지를 끝내고 출근 준비를 한다. 8시 반경 집을 나서서 8시 40분 88번 시내버스를 타면 순천 순고오거리 출판사 사무실까지 9시쯤 도착하니 출근시간으로는 안성맞춤인데, 마을 앞 버스 정류장에서 9시경 도착하는 버스를 타는 날이 대부분이다. 그때쯤이면 84번도 곧 뒤따라온다는 것을 알았다. 웬일인지 오늘은 여느 때와 달리 버스에는 빈자리가 없어 순천까지 서서 왔다. 말일이라 그럴까? 그러고 보니 오늘 직원들 봉급날이다. 봉급날은 왜 그리 빨리 돌아오는지…. 고향 마을 덕산에 내려오면 순천 사무실로 출퇴근을 한다. 서울 출퇴근시간의 지옥철을 생각하면 시골 버스는 도무지 출퇴근 한다는 느낌이 안 든다.


점심만 어머니 혼자 챙겨드시라 하고, 아침과 저녁은 내가 챙겨드리지만 점심을 때맞춰 드시지 않을 뿐만 아니라, 대충 때우는 눈치 같아 걱정이다. 그럼에도 시골집에서 어머니와 함께 지내는 동안은 언제든 살펴볼 수 있으니 당신을 향한 염려는 훨씬 줄어든다. 밤새 끙끙 앓으며 주무시긴 해도 지금만큼만 건강해도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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