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드림 hd books Apr 20. 2019

여보. 1등 당첨이야. 소리 지르지 말라니까!

‘만일 내가 로또에 당첨된다면, 로또복권이 주는 행복’

남편은 수학학원을 하고 있었고 나는 전 과목을 지도하는 보습학원을 하고 있었는데 경제적으로 어려워지자 부모님들이 학원부터 보내지 않았다.

그나마 상가를 직접 분양 받아 운영하고 있어 월세가 나가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생활비며 딸아이의 레슨비, 아들의 수업료 등등. 서너 달이 지나자 건강 보험료까지 연체되어 독촉 고지서가 날아들기 시작했다.     

기분이 우울하던 어느 날 복권을 한 장 사게 되었다.

여러 개의 동그라미가 한 줄로 나란히 있는데 동전으로 하나씩 긁어 같은 숫자가 나오면 당첨금을 주는 거라는 설명을 들었다.

게임이나 제비뽑기를 하면 항상 ‘꽝’ 이었기에 별로 기대를 하지 않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정성들여 긁어 보았다.

첫 번째 동그라미를 긁어내자 눈에 확 띄는 숫자가 있었다.

손이 부들부들 떨리면서 가슴이 덜덜 거렸다.

아라비아 숫자 <1> 옆에 <억> 이라는 글자가 보였다. 그 순간 나의 손가락은 남편의 전화번호를 누르고 있었다.     


“여보.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듣고 절대로 놀라면 안 됨. 그리고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곧바로 택시타고 집으로 얼른 오세요.”

“뭔데 그래, 얼른 이야기해요.”

심호흡을 크게 하고 말해주었다.

“절대로 기절하면 안 돼요.”

“글쎄 얼른 말해보라니까?”

“나 복권 당첨되었어.”

“뭐라구? 다시 말해봐.”

“1억 당첨이라구요.”

“뭐?” 

“여보! 소리 지르지 말라니까! 사람들이 눈치 채겠네.”     

어디로 가서 당첨금을 받는 것인가 싶어 복권을 앞에 놓고 한 줄 한 줄 읽다보니 어떡하면 좋단 말인가?

첫 번째 동그라미 안에 있는 숫자와 나머지 남아있는 동그라미 속의 숫자가 모두 똑같아야 당첨이라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칠천. 세 번째는 오백이라고 씌어있었다.

복권을 살 때 그 내용을 알고 있었건만 1억이라는 숫자를 보는 순간 나머지 동그라미 긁는 걸 깜빡했던 것이었다. 그날 이후에 정말로 복권을 사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요즈음 자꾸 늙어가면서 솔직하게 노후 걱정이 은근히 된다.


아무리 운이 충만한 사람으로 태어났더라도, 운이 자신에게 건너올 다리가 없으면 아무 쓸모없는 일이다. 행운이 나에게 건너올 다리 가운데 하나가 복권이었다.

더도 말고 연금복권에 당첨되었으면 딱 좋겠다.

세금을 내고도 수백만 원이 넘는다고 하니 100만원씩은 매달 장학금으로 기부하고 나머지는 여행을 다니면서 보고 느낀 점을 책으로 출간해서 여러 독자와 함께 나누고 싶다.               

*행운을 불러오는 용오름 사진

https://blog.naver.com/toqur59/221501103875          

     

작가의 이전글 치와와 전설, 영원한 반려동물 가족이 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