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노루발못뽑이’는 지난 26일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 충돌 과정에서 등장하였다. 이날 새벽 자유한국당이 문을 걸어 잠근 채 국회 본층 7층 의안과 사무실을 점거하자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속칭 ‘빠루’를 들고 등장한 것이다.
이때부터 모든 기자들이 관련 기사를 쓰면서 일제히 ‘노루발못뽑이’를 등장시켰다. 빠루는 일본어이고 바른 말은 ‘노루발못뽑이’이라며 자상하게 설명도 곁들였다.
그런데 ‘노루발못뽑이’라는 말이 국어사전에 등재된 말일까.
우리나라 대표적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와 다음에도 국어사전이 있다. 초기에 네이버는 표준국어대사전을, 다음은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을 제공하였으나, 현재는 네이버와 다음 둘 다 표준국어대사전과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을 전부 제공하고 있다.
적어도 이 두 국어사전에 ‘노루발못뽑이’라는 말이 등재되어 있지 않다.
아마 기자들은 국어사전이 아닌 ‘위키백과사전’에서 찾아본 모양이었다.
위키백과에서는 ‘노루발못뽑이 또는 배척은 금속으로 된 공구의 하나로, 못을 뽑을 수 있도록 노루발처럼 생겼다. 빠루(←일본어: バール), 크로우바(crowbar), 쇠지레 등으로도 부른다. 이 도구와 같이 못을 뽑을 수 있는 공구로는 장도리가 있다.’라고 설명한다.
국어사전에는 ‘노루발못뽑이’라는 말 대신 ‘배척’이라는 낱말이 등재되어 있다. 순우리말인 ‘배척’은 건설용어로서 ‘굵고 큰 못을 뽑는 연장. 한쪽 끝은 장도리 모양으로 만들어 못뽑이가 되고, 다른 끝은 평평한 날로 되어 있어 지렛대로 쓸 수 있다.’고 설명한다.(이유는 모르겠지만 건설용어에는 아주 예쁜 우리 낱말이 상당하다.)
이와 유사한 도구로 흔히 우리가 부르는 ‘장도리’가 있다. 이 장도리는 ‘노루발장도리’, 또는 ‘노루발’과 같은 뜻으로 국어사전에 등재되어 있다. 두 갈래로 갈라진 노루 발가락을 닮아 ‘노루’가 붙었지 싶다.
우리 해드림출판사가 있는 문래동에는 엄청나게 큰 노루발장도리가 있다. 문래동에 거주하는 예술인들이 설치한 것이다.
‘못뽑이’라는 말도 있는데, 못을 뽑는 데 쓰는 연장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노루발, 장도리, 방울집게 따위가 있다.
포털 사이트에서 '노루발못뽑이'를 검색하면 기자들이 이 말을 얼마나 많이 썼는지 볼 수 있다. 대신 이 국회 사건과 관련 '배척'이라는 낱말을 쓴 기자는 단 한 사람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