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정당해산 국민청원 참여인원은 현재 125만이 되었다. 이 의미를 애써 축소하고 싶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민의를 정확하게 읽어내는 것은 정치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또 민의를 정확하게 읽어 그에 때라 대처하는 정치가 생명력이 길며 국민의 지지를 받게 된다. 민의를 읽는다는 것은 그 어떤 정치적 이념보다 앞서는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이념을 지녔더라도 민의와 괴리가 있으면 정당정치에서는 끝내 소수로 전락하고 만다.
민의를 제대로 읽지 못하여 대 참패를 한 경우가 바로 자유한국당의 지난 지방선거이다. 당시 홍준표 전 대표는 매번 여론조사가 엉터리라며 몰아세웠다. 의미 축소에만 급급할 뿐, 현재 국민의 속내가 어떤 것이지 귀 기울여 보려는 노력은 없었다. 한 정당의 리더가 그리 몰아가니 다른 이들도 덩달아 휩싸였다. 민의를 파악하는 데 좀 더 신중한 자세로 접근하고 그에 따른 전략을 세웠더라면 그런 참혹한 결과는 맛보지 않았을지 모른다.
작금의 여론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해석하거나, 자신들 주변에만 귀를 기울이거나, 지지자들 소리에 묻혀 있는 일반 국민의 감춰진 속내를 간과하게 되면 누구든지 냉정한 외면을 당하게 되어 있다. 현역 정치인들 가운데도 자신의 존재감만 부각시키는데 급급하여 민의와는 전혀 동떨어진 언행을 하는 이들도 적잖다.
청와대 국민청원의 역대 최다 참여수를 훌쩍 갱신하며매 순간 급증하는 자유한국당 정당해산 청원 참여 수에 대해서도, 어떤 젊은 정치인은 해외 접속 트래픽을 언급하며 그 의미를 축소하였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팝업창을 띄워 4월과 3원 청원 게시판의 접속 트래픽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해당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은 97%가 국내에서 이루어졌다. 일본에서 0.53%, 베트남에서 0.17%를 접속하였다는 것이다.
굳이 이 안내가 아니더라도 해외 접속 트래픽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왜냐하면,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세계 각지에서 살고 있는 재외동포 수가 700만 가량이나 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해 국내와 동일하게 정치적 의견개진을 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계속 급증해가는 정당해산 청원 참여 인원수를 보면 정치와는 무관한 나조차 우리 국민의 현재 심정이 이런가 싶어 긴장이 되는데, 하물며 정치인들이 이를 무시해버린다면 그것은 정치의 기본을 저버리는 일이지 싶다.
지지자들만으로 정치 생명을 유지해가는 게 아니라, 국가와 국민 전체를 보고 미래의 정권 창출을 생각한다면, 자신들의 정치적 이념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수많은 사람들의 속내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정치적 이념이나 신념이 뛰어난다 해도, 다수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얻지 못한다면 동네 골목에서나 통하는 정치일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불행하게 된 이유도, 오로지 자신을 칭송하는 주변 사람들과 지지자들 목소리에만 귀 기울인 결과가 아닐까.
한 가지 더 붙인다면, 정치인들도 투쟁일변도의 삭막한 감성뿐만 아니라 사물을 다양하게 헤아릴 수 있는 문학적 감성을 가졌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