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퇴직금 1000원 갑질 논란’ 기사를 읽었을 때는 나 역시 무조건 비판적 생각을 앞세웠다. 그런데 후속 기사들을 읽어 보니, 어렵사리 사업장을 이끌어가는 처지에서 횟집 사장 사정은 조금 이해가 갔다. 하지만 절대 퇴직금 700만 원을 1천원 권으로 지급한 행위를 두둔하는 게 아니다. 퇴직하는 분에게 어려운 사정 이야기를 하며 끝까지 양해를 구했어야 한다. 아마 누적된 스트레스로 욱 하는 성질을 못 참은 듯도 싶다.
퇴직금을 목돈으로 지급해야 하는 경우 영세사업자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몇 해 전, 나도 퇴직하는 직원에게 양해를 구하고 퇴직금을 세 번 나누어 준 적이 있다. 우리 사정을 잘 아는 직원은 흔쾌히 받아들였고, 지금은 다시 재취업을 하여 함께 일하는 중이다.
형편이 어려운 사업장을 위해 '퇴직금 대출제' 같은 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퇴직금은 증빙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퇴직금 1000원 갑질 논란의 가해자로 지목된 충남 보령시 대천항 수산시장의 A횟집 B사장(67)은 30일 피해자 C씨(65)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C씨가 자신의 어려운 사정을 이해해주지 않고 일방적인 주장을 펼쳐 자신이 악덕업주로 몰렸다며 억울하고 서운하다는 것이다.
피해자는 피해자 나름대로 사정과 셈이 있으니 일시불로 퇴직금을 요구하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국민일보 기사 가운데 B사장의 말이 참 가슴 아프다.
“제가 7년 전 암 수술을 받았어요. 지금도 손 벌벌 떨면서 일합니다. 지금도 내복 입고 살 정도로 약하고요. 근데 이일로 화병이 났습니다. 병원 신경과를 찾아가니 너무 신경 쓰지 말라더군요. 그러다 죽는다고요.”
“제가 그분과 근로계약서를 어떻게 썼는지도 몰라요. 초등학교도 못 나온 사람이 근로계약서 같은 걸 알겠어요? 지금까지 다른 분들과 똑같이 대했을 뿐이에요. 전 성실히 살았습니다. 경찰서 간 적도 없고 누구랑 싸워도 자리를 피하며 살았고요. 그런데 세상에 가장 악독한 업주가 됐고 제 일로 시장 전체 불매운동이 일고 있다니 환장하겠어요.”
오늘은 근로자의 날, 직원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법정 휴일을 즐기겠지만 사장은 혼자 출근하여 쓸쓸히 일하는 사업장도 적잖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