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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드림 hd books Mar 06. 2018

전라도 사람들의 놀라운 어휘 구사력1-아따, 여러운거!

전라도 사람들의 놀라운 어휘 구사력1-아따, 여러운거!

-아따, 여러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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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자다가 오줌을 싸면, 키를 둘러쓴 채 옆집으로 소금을 얻으러 가야 했다. 혹여 그 옆집에 여자 아이들이 있으면 ‘여러와서’ 거의 죽을 지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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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여러운’ 일 하나가 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친구 여동생에게 쓴 연애편지를 그 가시내가 지 친구들에게 까발려버린 일이다. 우리는 어릴 때 기찻길을 따라 등교를 하였는데 다음 날 동네 가시내들이 선로에 옹기종기 모여 나를 기다리다가 내가 지나가자 쳐다보며 낄낄거리고 웃었다. 그때 겪은 ‘여러움’은 트라우마처럼 오랫동안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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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향에서는 부끄러움 타는 표현을 ‘여럽다’고 한다.

한동안 나는 이 ‘여럽다’가 전라도 방언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는 표준어인데 발음상 그리 표현될 뿐이다.


국어사전에 등재된 말은 형용사로 ‘열없다’이다. 발음은 ‘여럽따’로 한다. 이 뜻은 다음과 같다.

1. 좀 겸연쩍고 부끄럽다.

2. 담이 작고 겁이 많다. 성질이 다부지지 못하고 묽다. 어설프고 짜임새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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