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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드림 hd books May 15. 2019

눈이 먼 유기견 말티즈 꽃비가 새엄마에게

안녕하세요, 오늘은 여러분께 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네요. 

제 이름은 꽃비, 나이는 12살, 몸무게는 1.8킬로그램인 말티즈 여자입니다. 

저는 사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별로 없어요. 제가 첫 생리를 시작하던 무렵 저는 아주 작은-사람들이 케이지라고 부르는-방에 옮겨졌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거의 열 살이 될 때까지 촉진제를 맞으며 아기를 갖고 빼앗기고 또 아기를 갖고 하며 생애를 보냈습니다. 더는 쓸모가 없게 되자 그들은 저를 버렸고 저는 버려진 강아지들이 모이는 어떤 곳으로 오게 되었어요. 

너무 힘들었던 잦은 출산과 제대로 된 산후조리를 받지 못해서 제 눈은 멀고 이는 거의 다 빠져 있었어요. 그곳에서는 밥도 다 뺏겨 먹기가 힘들었고 뒷다리가 틀어져 벌어져버린 제 작은 몸은 이리 밀쳐지고 저리 밀쳐져 정말 몸도 가누기가 힘든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예쁘고 어린 동생들은 금방 그곳을 떠났지만 저처럼 나이가 많고 눈도 안보이고 이도 없는 애는 아무도 데려가지 않았어요. 

하루하루가 그 작은 방의 삶과는 너무 달랐고 어찌해야 할지를 몰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는 예쁘게 미용을 하고 어떤 장소로 옮겨졌어요. 또 어떤 일이 저를 기다릴 지 정말 두렵고 떨렸습니다. 

도착한 그곳에는 저보다 두 살 어린 시츄 동생들이 둘 있었고 앞으로 저를 돌보아 주실거라는 제 엄마라는 분과 그 가족인 엄마의 남편과 두 아들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처음에 너무 무섭고 떨려서 새로 만난 엄마가 알려 준 제 집이라는 곳에 들어가 며칠간 나오지도 않았어요.      

그 이유는 그곳에 있던 세 명의 남자 어른들이 너무 무서웠기 때문이지요. 예전에 케이지라는 작은 방에 있을 때 남자 어른들이 자그마한 저를 함부로 들어서 주사를 놓고 제 아가들을 모두 빼앗아가고 저를 때렸더랬어요. 

하지만 이곳의 남자 어른들은 제 몸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주고 제 밥을 먹기 편하게 불려주고 처음 먹어보는 정말 맛있는 부드러운 소시지란 것도 주었습니다. 저는 언제 부터인지 저도 모르게 조금씩 조금씩 집밖으로 나와 엄마와 남자 어른들과 시츄 동생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아, 우리 엄마는 제게 열 살이 되어서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주었어요. 

이제 제게는 저를 딸처럼 예뻐해 주시는 엄마와 엄마의 가족 그리고 시츄 동생들이 둘이나 있답니다. 저의 어린 시절은 아프고 힘들었지만 이곳에 와서 저는 사랑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따스한 손길이 무엇인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예쁜 공주옷도 처음 입어보았어요. 이제는 이런 것들이 너무 좋아서 앞으로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랑받으며 사랑하며 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답니다.      

제가 예전에 있던 곳은 사람들이 말하는 ‘농장’이라고 불리는 곳이었어요. 아직도 그곳에는 제 친구들과 동생들 그리고 제 아가들이 비참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항상 그들이 생각납니다. 지금도 고통 받고 있을 그들이 항상 제 맘에 맴돕니다. 그 친구들도 저처럼 좋은 엄마를 만나고 사랑이라는 게 무언지 얼마나 좋은 건지 느끼고 알게 되면 좋겠어요. 이것이 마지막 제 희망이랍니다. 

그곳에서 평생을 살며 치료도 받지 못하고 살다 생을 마감한 친구들, 동생들, 그리고 언니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 한 구석이 너무 아리고 아픕니다.      

제 눈은 이제 보이지 않지만 우리 엄마는 세상에서 제일 예쁠 것 같아요. 저는 다른 시츄 동생들처럼 엄마랑 재미있게 놀구 싶은데 어떻게 노는 게 재미있는 건지 몰라서 엄마랑 잘 놀 수가 없어 너무 속상합니다. 근데 엄마가 막 너무너무 좋아요. 

엄마에게 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저는 요즘 너무너무 행복합니다. 

엄마와 살면서 처음으로 흙이란 걸 밟아보았습니다. 그 느낌은 참 부드럽고 촉촉했습니다. 이제 추운 겨울이 지나고 곧 따스한 봄이 오면 엄마와 시츄 동생들과 함께 테라스에서 따스한 햇볕을 쬐겠지요, 너무나 기다려져요. 부드러운 봄바람, 새소리, 라일락 내음들…. 

엄마가‘예쁜 우리 딸렘’이라 부르며 레이스가 달린 옷을 입혀주는 것도 제 귓가에 뽀뽀해 주는 것도 너무 좋아요. 

며칠 전 병원에 가서 검사해 보니 심장이 좀 안 좋다고 해서 엄마가 저를 안고 많이 울었습니다. 저는 엄마가 너무 좋은데 엄마는 가끔 저를 안고 막 울어요. 엄마가 저 때문에 울면 저는 어찌해야할 지를 모르겠어요. 

엄마랑 있는 게 너무 좋은데 엄마는 왜 자꾸 저를 보면 우는 걸까요? 

언젠가 엄마와 헤어지는 시간이 오겠지만 지금의 이 행복한 시간을 가슴에 품고 예쁜 추억으로 간직하려 합니다. 

예전 그 무서웠던 작은 방에서는 저를 때리고 제 아가를 뺏어가는 사람들이 제 마음을 아프게 했지만 지금은 우리 엄마가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려줬기 때문에 이제는 그 사람들을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세상 사람들이 다 엄마와 엄마의 가족들 같다면 저와 제 친구들 그리고 동생들도 많이 아프고 힘들지 않았을 텐데요. 

제 눈이 보인다면 너무너무 보구 싶은 우리 엄마, 그리고 엄마의 가족들, 그리고 우리 시츄 동생들…. 

제게 주어진 얼마 남지 않은 시간동안 그들을 마음에 새기고 그리고 가슴에 간직하겠습니다. 

엄마 고마워요, 그리고 사랑해요……. 

항상 매일매일 눈 뜨는 아침이 행복한 꽃비 올림.

-김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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