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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드림 hd books May 18. 2019

오뚜기라면 왜 스프는 따로 안 팔까

이미지 오뚜기 홈페이지에서 캡쳐

라면을 먹는 날은 행복한 날이었다. 어린 시절 먹던 라면에는 지금은 맡을 수 없는 맛있는 향기가 있었다. 마음은 그 향기를 기억하며 라면을 떠올리면 마음에서 그 특유의 향기가 난다. 

수제비며 김치죽, 고구마밥과 무밥을 질리도록 먹던 시절, 라면은 질리도록 먹어보았으면 싶었던 고급스런 음식이었다. 하얀 쌀밥에서는 밥풀이 떨어져도 라면에서는 국물 한 방울 떨어지는 일이 없었다. 

마음껏 라면을 사 먹을 수 있게 된 때부터 라면은 혼자 먹어도 언제나 두 봉지를 끓였다. 요즘 젊은이들도 그럴까.

라면 한 봉을 끓이게 된 때는 어느 즈음이었을까. 

아우는 술 마신 다음 날 아침이면 꼭 매운 맛의 오뚜기 진라면을 끓여달라고 해서 먹는다. 어쩌다 어머니 홀로 계시는 시골에서 숙취가 남은 아침에도 연로한 어머니께 오뚜기라면을 부탁한다. 어머니는 가끔 내려오는 그런 막내아들을 위해 늘 오뚜기라면을 준비해둔다. 

아침부터 무슨 라면이냐며 성격도 참 이상하다고 핀잔을 주던 내가, 아우를 따라 숙취 깊은 아침을 라면으로 해결하고서야 아우 마음을 이해하였다. 토할 듯 속이 메슥거리는데 이상하게 오뚜기라면은 술술 넘어갔다. 덩달아 속이 풀리는 것이다. 이후부터 숙취가 있는 아침이면 비싼 숙취음료를 사마시기보다 오뚜기라면으로 풀어낸다. 

라면의 꽃은 역시 스프다. 어린 시절 라면을 끓일 때면 손가락으로 스프를 찍어 맛을 보며 쩝쩝거리곤 하였다. 라면 스프는 어느 음식에 넣어도 손색없는 향미재료다. 뜨거운 물에 타면 라면 국물이 되고, 심지어 입맛 없을 때 스프로 밥을 비벼 먹어도 괜찮다. 그런데 아쉽게도 라면 스프는 라면에만 들어있다. 라면 스프만 따로 판매한다면 라면 못잖게 팔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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