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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드림 hd books May 23. 2019

수필가들이 수필집 베스트셀러를 못내는 이유

소설은 물론 시집과 아동문학에도 베스트셀러가 있는데 수필집에는 베스트셀러가 아직 없다. 우리나라 문단에서 수필가들은 시인 다음으로 많다. 수필 작품도 왕성하게 발표하고, 수필집도 꾸준히 출간하는데 정식 등단한 수필가의 수필집에는 유독 베스트셀러가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작품의 역량과 베스트셀러 문제는 다른 장르도 마찬가지이니 거론할 필요가 없다.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나는 우선 두 가지만 꼽는다.

첫 째는 출판사들의 수필집 홍보 부재이다.

둘째는 수필가들의 치열성이 부족이다. 작품을 치열하게 쓰지 않다보니 문학성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임병식 수필가가 말하는 ‘수필의 치열성’은 다음과 같다. 이는 여타 다른 글을 쓰는 데도 마찬가지다.    


https://blog.naver.com/hd-books/222887773748

 

수필의 치열성     


수필은 누구나 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산문 형식의 짧은 글이다 보니 만만하게 대하기 일쑤이다. 그런 데는 아마도 그 범위가 서한에서부터 논설류까지 다양하여 그 중 하나는 자신 있게 쓸 수 있다는 선입견 때문인지 모른다.   

다시 말하지만 수필은 아무나 쓸 수 있고 만만하게 대할 수 있는 글이 아니다. 모를 때는 ‘무식하면 용감하다’라는 말이 있듯이 쉽게 생각하고 뛰어들지만 쓸수록 어렵게 다가와 후회하는 경우가 있다. 흔히 결과가 좋은 것을 보고 울고 들어갔다가 웃고 나온다고 하지만, 수필만큼은 그와 반대로 웃고 들어갔다가 울고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치열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수필도 문학인데 어찌 만만하겠는가. 자기의 생각을 온전히 담아내야 할뿐만 아니라 문학성까지 갖추어야 하니 쉬워질 턱이 있는가.   

필자는 수필을 생각하면서 한 예술가의 집념과 치열성, 열정을 떠올릴 때가 있다. 르네상스 시대의 이야기이다. 어느 날 한 나그네가 예수상을 만들고 있는 미켈란젤로의 작품을 보게 되었다.   

“당신의 창작은 참으로 위대하군요.”

“나는 아무것도 한 일이 없습니다. 예수님이 이 대리석 안에  숨어 계신 걸 나는 그저 그분을 해방시켰을 뿐입니다.”  

그 앞선 상황은 이랬다. 그가 어느 건축 현장을 지나가는데 버려진 대리석이 있었다. 

“왜 이 돌덩어리를 버렸습니까?”

“쓸모가 없으니까요.”

그런데 미켈란젤로는 바로 그 돌을 가져와 예수상을 깎아 놓았다. 쓸모없는 돌이 그의 예술혼에 의해서 걸작으로 탄생한 순간이었다.   

치열함을 말하자면 소크라테스의 실험정신도 빼놓을 수가 없다. 어느 날 그가 독배를 들면서 제자에게 매순간 일어나는 변화를 이야기했다. 

“나의 발이 마비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나는 그대로다. 이번에는 완전히 발이 마비되었다. 그렇지만 나에게 없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는 다시 말했다. 이번에는 위장이 마비되었다. 그리고 나의 손이 죽었다.” 

그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죽어가는 순간까지 자기 응시와 탐구가 얼마나 치열했던 것인가. 보통사람이 그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치열성만은 배워야 하지 않을까. 특히 진솔한 글을 써야 하는 수필가는 그런 자세를 반드시 배워야 한다.   

우리는 많은 수필 작품을 대한다. 나의 경우만 해도 이틀 걸러 수필집이 우송된다. 그러면 인사치레라도 몇 편은 읽어보게 된다. 그런데 실망스러운 것이 대부분이다.   

단순히 책을 내기 위해서 쓴 듯한 글이거나, 자기 스트레스를 풀어내는 수단으로 대충 얼개만 엮었다는 의심을 풀기 어렵다. 이런 글을 두고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수필 작품이라면 몇 가지의 조건은 갖추어야 한다. 

첫째는 참신성이다. 어디서 본 듯한, 남들이 이미 알고 있는 평범한 이야기를 자기만 아는 듯한 글을 대하면 맥이 풀린다.   

둘째는 겸손한 글이어야 한다. 자기만 아는 듯한 고상한 이야기, 노골적인 자랑까지는 아니지만 은근한 자기 뽐내기. 이런 글을 대하면 그 자리에서 그냥 책을 덮고 싶다.  

수필가라면 잠수함 속의 토끼처럼 시대의 아픔이나 이웃의 불행에도 눈감지 말아야 한다. 세월호 사건이 터졌을 때 한동안 수필가들이 침묵한 것을 보고서 아쉬워한 적이 있다. 그래서 딴에는 제일 먼저 이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글을 카페에 올린 바 있다.   

수필은 자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도구가 아니다. 여러 사람과 더불어 보다 인간답게, 아름답게 살자는 문학 본연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에 충실해야 하지 않겠는가.  
세 번째로는, 개성이 있어야 한다. 개성적인 글을 써내야 한다는 것이다. 노래 잘하는 꾀꼬리 같은 목소리도 좋지만, 까마귀 울음 같은 탁성도 필요하다. 이런 개성이 어울려졌을 때 전체적으로 생동감을 유지하고 활력 넘치는 수필 세계를 펼쳐 보일 수 있다. 필자도 그 일원이 되고자 늘 개성 있는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임병식의 개정판 [수필쓰기 핵심] 중에서          


     

수필의 표현과 어휘 선택      


조선 후기의 독서광이자 문장가인 이덕무(1741∼1793)는 ‘사람답게 사는 즐거움’이란 글에서 선비의 예절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언어는 소곤거려도 안 되고, 지껄여도 안 된다. 또 산만하게 해도 안 되고, 지체해도 안 되며, 길게 끌어도 안 되고, 뚝뚝 끊어지게 해도 안 된다. 그뿐만 아니라 힘없이 해도 안 되고, 성급하게 해도 또한 안 된다.”  

이 말은 수필 쓰기로 대입을 해도 그리 틀리지 않는다. 글(수필)을 쓰는 데는 길이 있으며 생각을 그 글 속에 담아내기 위해서는 일정한 절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필은 문자언어 중에서도 시처럼 시적 상징을 극대화시키는 운문보다, 표현의 구체성을 드러내는 산문에 속한다. 산문은 그 사물의 현상에 알맞은 표현을 추구한다. 

수필을 쓰는 사람은 자기가 표현한 글이 문장뿐 아니라 정서적인 면에서 공감을 이루어야 한다. 이를 벗어난 극단적인 상징어 사용과 공감하기 어려운 표현은 난독증에 빠지게 할 뿐 아니라 문학성도 확보하기 어렵다.

궁극적으로 수필가가 나타내려는 글의 내용은 언어로써 표현되기 마련이다. 여기에는 반드시 독자와 ‘공감’이라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자면 적확한 어휘 구사와 표현은 필수이다.  

일찍이 프랑스의 작가 플로베르는 일물일어설(一物一語說)을 주장했다. 어떤 상황에 알맞은 표현은 오직 하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언어 선택의 치열한 고민과 문장 완성의 고뇌를 읽을 수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에게 경종을 울려주는 말이 또 하나 있다. 미국의 소설가로 ‘톰 소여의 모험’을 쓴 마크 트웨인은 ‘맞는 말과 거의 맞는 말은 번갯불과 반딧불의 차이’라고 했다.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이다. 같이 수필을 쓰는 어느 지인이 필자에게 다급하게 물어왔다. 저녁노을 같은, 아침 해뜨기 전의 불그레한 모습이 좋아서 사진을 찍었는데 문득 그것을 뭐라 부르는지 궁금해졌다는 것이었다. 

저녁 하늘이 붉은 현상을 보이는 것은 당연히 노을이지만 따로 일컫는 말이 있을 게 아니냐는 것이었다. 그 말에 금방 답변을 해주지 못했다. 입속에서는 말이 뱅뱅 도는데 튀어나오지 않았다. 마치 낚시질할 때 찌를 건드리는 물고기처럼 그럴 때 쓰는 고유의 말이 머릿속을 간질이기만 했다.   

그러다 마침내 ‘북새’라는 것을 떠올렸고 그것을 표준어로는 ‘햇귀’라는 것이 생각나 알려주었다. 이런 것이 바로 번갯불과 반딧불의 차이라고나 할까. 사전에는 아침에 그렇게 보이는 현상도 두루뭉술하게 ‘노을’로 적어두고 있는데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어휘를 적재적소에 찾아 쓰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임병식의 개정판 [수필쓰기 핵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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