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어머니 강한옥 여사께서 향년 92세로 별세하셨다는 소식을 들으니, 내 어머니가 떠올라 온종일 마음이 무겁고 비감이 들었다. 향년 92세이면 오래 사신 것일까. 고향에서 홀로 살아가는 내 어머니는 87세, 대통령 모친보다 다섯 살 아래이다.
내게는 92세라는 나이가 오래 사셨다는 느낌이 전혀 없다. 대통령 모친이 몇 년 더 사셨다면, 대통령 퇴임 후 양산에서 아들과 며느리와 더불어 오붓하게 여생을 보낼 수 있었을 텐데…. 대통령께서는 모친의 임종을 지켜보기라도 하셨을까.
그런데 강한옥 여자님 존함이 참 좋다. 문재인 대통령이 어머니 기운을 많이 받으셨을 것도 같다.
5년 후면 내 어머니 92세, 지금 건강으로 보면 5년은 족히 더 사시겠지만 어머니를 보며 살아갈 날이 얼마나 될까 솔직히 두렵다. 당장 어머니와 함께하지 못한 안타까움이 하루하루를 더욱 조급하게 한다.
출판사가 안정이 되면, 순천에서 어머니와 오붓한 시간을 보내며 생활하고 싶은데 참으로 요원할 뿐이다. 몇 해째 바람으로 그칠 뿐. 아침마다 서점에서 보내오는 책 주문량 메시지가 ‘매장 1권, 인터넷 1권’으로 뜰 때면, 그래서 더욱 절망한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하느님을 원망해 본 적이 없다. 내게 닥친 모든 어둠은 나의 무능력에서 비롯된 것이라 치부하였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을 둔 누이가 교회 다녀오다 음주운전자에게 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났을 때도, 바로 다음 해 마흔도 채 넘기지 못한 형이 말기 암으로 세상을 떠났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내 삶에서 단 한 번 하느님을 원망할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여생이 몇 해 안 남은 어머니와 시골에서 함께 살아갈 기회가 오지 않는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