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을 스토리텔링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줄거리가 있는 이야기와 그에 맞는 콘텐츠가 사람들을 감동하게 해서 어떤 행동을 하게 만드는 것까지 포함하여 스토리텔링이라고 합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바다를 항해하는 뱃사람들을 아름다운 노래로 유혹하는 사이렌 이야기를 변용하여 커피의 맛과 향으로 사람들을 유혹한다는 이야기로 재창작합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에 맞추어 사이렌얼굴로 로고를 만들고 스타벅스 커피라는 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이 이야기와 콘텐츠 즉, 커피를 삽니다. 마지막으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의 반응까지 포함하여 스토리텔링이라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스토리텔링은 정신적·물리적 마케팅을 위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2. 이야기면 다 스토리인가요?
스토리텔링에서 스토리는 줄거리가 있는 이야기를 뜻합니다. ‘오늘 뭐 먹었는지 이야기해 봐.’ ‘응, 김치찌개’ 이렇게 짧은 이야기부터 원인과 결과에 의해 잘 구성된 이야기까지 그 범위가 너무나 넓기 때문에 줄거리를 압축할 수 있는 이야기만 스토리로 봅니다. 이야기의 범주에 들어가는 모든 것을 스토리라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강력한 한 줄로 압축할 수 있는 이야기여야 스토리텔링으로써 힘을 가질 수 있습니다. 어느 식당 입구에서 또는 이 책의 표지에 ‘미리 말씀드리지만 뼈밖에 없습니다.’라는 카피를 보았다면 어떤 이야기를 압축해 놓은 것일까요?
3. 이야기와 스토리텔링의 차이가 무엇인가요?
줄거리를 뽑아낼 수 있으면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는 스토리텔링의 재료이고요. 스토리텔링은 이야기와 이야기에 맞는 콘텐츠와 콘텐츠를 구매하는 사람의 행위까지 포함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제 아이들은 또래보다 키가 작았습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음식을 골고루 먹이고 싶었지만, 아이들은 잘 먹지 않았어요. 고심 끝에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지요. 이야기에 빠져든 아들딸을 앞에 앉히고 큰 양푼의 밥에다 여러 가지 재료를 넣고 막 비비면서 전쟁이 났다고 했습니다. 그다음 삼등분하여 고구려, 백제, 신라로 나누어 주면서 이야기를 이어갔더니 눈 깜짝 할 사이에 비빔밥은 사라졌습니다. 신라의 삼국통일은 이야기이고, 비빔밥은 이야기의 콘텐츠이며, 아이들은 이야기의 재미에 빠져 기분 좋게 밥을 구매한 셈이지요. 이야기 들려주는 행위만으로도 스토리텔링이라고 말하지만 저는 이야기가 활동 하여 마케팅까지 이루어지는 것을 스토리텔링이라고 말합니다. 이것이 차이점입니다.
4. 이야기하기라고 하지 않고 스토리텔링이라고 하는 이유는 뭔가요?
‘이야기하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게 말해도 됩니다. 그러나 스토리텔링이라고 말하는 것은 이야기에 의해서 발생하는 다양한 콘텐츠의 마케팅 활동을 강조하고 전달하기 위해서입니다. 또 하나 웃자고 하는 말이지만 이야기하기보다는 스토리텔링이 좀 더 멋있게 보이지 않습니까? 이런 이유로 스토리텔링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겁니다. 아무 의미 없이 스토리텔링이라고 붙인 곳도 많이 보이거든요. ‘이야기하기’에 대한 설명은 본문에 자세히 실었습니다.
5. 소설과 스토리텔링이 어떤 점이 다른가요?
소설은 순수문학으로 이야기에 해당하며 대부분 서점을 통해 소극적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스토리텔링은 소설을 재료로 하여 다양한 콘텐츠-영화, 연극, 애니메이션, 각종 SNS, 조형물, 제품-로 개발을 하고 적극적 마케팅으로 이어가는 것을 말합니다. 이렇게 볼 때, 소설과 스토리텔링은 상호의존적인 성격을 띱니다. 소설 그 자체로 존재해 온 역사는 오래되었지만, 우리나라에서 소설이 마케팅과 융합하여 스토리텔링으로 활발하게 움직인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고 봅니다. 소설이 시대의 흐름에 발이 맞으면 소설은 물론이고 작가조차도 영화나 뮤지컬 또는 각 지역의 문화 콘텐츠로 판매되고 있으니 스토리텔링의 재료로써 소설과 스토리텔링은 서로를 존중해 주는 것입니다.
6. 스토리텔링은 누가 하나요?
하고 싶은 사람이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누구나 시도할 수는 있지만 아무나 성공하지는 않는 것과 같습니다. 이야기를 좋아하고 아이디어를 잘 내는 사람이라면 콘텐츠를 잘 기획할 수 있으니 스토리텔링을 하기에 좀 더 유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현재 글쓰기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이고 마케팅에 관심이 있다면 할 수 있다고 봅니다.
7. 말 잘하고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스토리텔링도 잘하나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연관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스토리텔링은 오히려 마케팅을 잘하는 사람이 더 잘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글쓰기의 기본기는 꼭 갖추어져 있어야 합니다. 모든 이야기가 스토리가 되는 것은 아닌 것과 똑같은 이치입니다.
8. 스토리텔링은 어떻게 시작하며 플롯은 어떻게 짜나요?
스토리텔링의 시작은 이야기 만들기입니다. 이야기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어야 합니다. 그것을 플롯이라고 합니다. 플롯을 가장 쉽게 습작하는 방법은 ‘원인과 결과’를 네 줄로써 보는 겁니다. 발단이 뭐지? 왜 논란이 계속되는 거지? 왜 그렇게까지 난리가 나는 거지? 그렇게 해결되었고 우리의 가슴에 남는 것은 뭐지? ‘아오모리 합격사과’를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태풍이 발단이고 사과가 모두 떨어져 일 년 농사가 망해버렸기 때문에 계속해서 논란이 되었지요. 그런데 태풍에도 떨어지지 않는 힘을 가진 합격 사과라며 수험생에게 홍보하였더니 사과가 불티나게 팔렸고 사과가 없어서 난리가 났지요. ‘합격사과’라는 콘텐츠를 만들어낸 농장주인의 재치는 우리의 가슴에 오래도록 위기를 극복하는 힘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의 뼈대와 주제문을 만들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9. 스토리텔링의 소재는 어떻게 잡으며 어떤 눈을 가지고 어떻게 수집하여 어떻게 짓나요?
소재의 출발은 관찰입니다. 내 눈에 쉽게 보이는 것은 다른 사람의 눈에도 쉽게 보인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다른 사람과 반대로 보는 눈을 가져야 특이한 소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저는 지도에서 많은 이야기와 캐릭터를 찾아냅니다. 또 한 가지 그곳에 머무르면서 그 사람, 그 제품, 그 장소 등과 함께 보내면서 익히는 시간을 많이 할애해야 합니다. 그래야 정확히 관찰할 수 있고, 관찰을 통해 잘 아는 것이 이야기의 첫 출발이 됩니다. 그래서 저는 관찰부터 이야기라고 말합니다.
10. 스토리텔링의 창작 범위는 어디까지인가요?
줄거리가 있는 모든 이야기는 스토리텔링으로 창작 또는 재창작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스토리텔링을 정확히 알고 이름을 붙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1. 스토리텔링의 허구와 사실에 대해서 어디까지 활용해도 되나요?
모든 이야기는 허구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야기가 허위와 환상만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야기는 진실 또는 드러나지 않은 진실을 호감이 가도록 재구성하는 것입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습니다. 역사를 사실로 철저하게 믿는 사람들이 많지만, 역사 역시 쓰는 사람의 주관이 많이 들어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역사는 승자의 편이니까요. 가장 사실이라고 믿는 역사도 이러한데 세상의 많은 이야기 중에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을 허구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한 가지 사례로 심청전 이야기를 철저하게 사실이라고 믿는 분이 계셨습니다. 심청이 실존 인물이기 때문에 재해석을 하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우리 지역에서 전해 내려오는 자부심 있는 이야기들은 모두 사실일까요? 이야기는 그 자체가 허구를 포함하고 있다고 봅니다. 또 전달하는 과정에 얼마나 많은 살이 붙었는지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사실이냐 허구이냐를 따지는 것보다 사람들에게 정서적으로든 물리적으로든 득이 되는지 해가 되는지 살펴서 창작하는 것이 더 나을 것입니다.
12. 현존하는 인물을 캐릭터로 삼는 방법도 있나요?
당연히 할 수 있습니다. 현존 인물이 사람들에게 귀감이 될수록 이야기의 캐릭터는 힘을 얻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스토리텔링 한 곳이 그러한 곳이지요. 예를 들면 ‘초당순두부’ 스토리텔링은 허균의 아버지 허엽의 호 ‘초당’으로 소탈한 삶을 두부에 형상화하였으니 인물이 더 돋보이게 된 것입니다. 최근에 작업한 영주시 장수면 <장수 힐링 하우스> 스토리텔링의 인물은 모두 그 지역의 진정성 있는 인물들입니다.
13. 스토리텔링의 분량은 얼마로 하나요?
천차만별입니다. 광고에서는 한 줄에서 네 줄로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스토리 대전’에서 요구하는 것은 A4 기준으로 작품명 1쪽, 작품의 장르, 기획 의도, 로그 라인, 스토리 키워드가 담긴 작품 개요 1쪽, 줄거리 3쪽, 등장인물 소개 2쪽, 트리트먼트 30쪽을 기본으로 제출하고 공연, 드라마, 만화, 에니, 영화, 출판의 원고는 40쪽을 제출해야 합니다. 그 외에 기업체나 지역 관광, 상품 판매 등의 간단한 스토리텔링은 줄거리 원고지 5매 정도, 문서로는 1~2장 정도가 적당합니다. 마케팅에서는 주저리주저리 긴 이야기보다 짧고 강하면서 의미 있는 이야기를 요구합니다. 정해진 분량을 요구하는 곳도 있지만 대체로 자유롭습니다. 중요한 것은 분량이 아니라 한 줄이라도 플롯이 탄탄한 스토리입니다.
14. 스토리텔링으로 상품은 어떻게 만드나요?
상품보다 앞서야 할 것은 진정성 있는 스토리입니다. 진정성 있는 이야기의 바탕에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귀한 소재가 있고 이 소재는 바로 상품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영주 대장장이의 호미는 쇼핑몰 아마존에서 ‘Hand Plow Ho-Mi EZ Digger 27.94cm, US $12.99, 대한민국, 배송 가능’으로 잘 팔리는 물건 10위 안에 들었고, 인천에서 그림 그리는 소방관의 벽화는 그 자체가 관광 상품이 되었습니다. 이들의 삶이 진정성 있는 스토리로 작동했기 때문에 호미나 벽화는 스토리텔링의 상품으로서 가치가 있습니다.
15. 일상생활이나 사물로 어떻게 스토리텔링을 습작하며 꾸준히 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첫째, 그 사물의 한 가지 장점을 찾아내고 둘째, 왜 장점을 말하고 싶은지를 생각합니다. 셋째, 그 장점과 인간의 연관성을 네 줄로 적어봅니다. 넷째, 무엇을 마케팅할지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스스로 말해보고, 한 줄로 요약한 제목을 달고 전체를 요약한 것을 써 봅니다. 하루에 한 개씩 매일 해 보면 분명히 스토리텔링을 잘할 수 있을 것입니다.
16. 스토리텔링을 할 때 지켜야 할 의무 같은 것이 있나요?
진정성과 도덕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야기라는 자체가 인간을 말하기 때문입니다. 진정성과 도덕성은 누가 가르쳐서 이루는 것이 아니라 인간 본래의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가장 좋은 삶은 자연스러움에 따르는 것이고 가장 못난 삶은 법에 맞추어 사는 것이라 했습니다. 가장 좋은 삶의 모습을 찾아 이야기로 쓰고 콘텐츠화하여 모든 사람들에게 이익이 되도록 하는 것이 스토리텔링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수의 이익을 위한 콘텐츠만으로 글을 쓰면 도덕성이 사라질 수 있고, 유행을 너무 따르면 깊이가 얕은 스토리가 될 수도 있어 진정성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17. 스토리텔링은 어느 분야에 써먹나요?
특별히 정해진 곳은 없지만 일차적으로는 문화 콘텐츠로써 많이 쓸 것이고 이차적으로는 마케팅 분야에서 많이 쓰일 것입니다. 교육, 문화, 경제, 정치, 광고, 관광, 기업, 지역의 관광, 개인의 사업 등 전반적으로 쓰일 것입니다. 요즘은 스토리텔링을 안 하는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은 곳에서 사용합니다.
18. 스토리텔링을 하기 위해 읽으면 좋은 책을 추천해 주십시오.
스토리텔링을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도 꼭 읽어야 할 몇 권을 말하라고 한다면 첫째, 도덕적 인성과 진정성을 위해 이이의 <성학집요> 둘째, 창의력과 상상력 자극을 위해 이윤기의 <그리스로마신화>, 셋째 인간의 갈등과 고뇌를 이해하기 위해 서양 작품 중에 호메로스의 <오디세이>, 동양 작품 중에 사마천의 <사기 열전>을 읽으면 도움이 되겠지만 쉽지 않은 책들입니다. 욕심내지 말고 하루에 한두 페이지씩 꼼꼼히 읽어나가다 보면 생각보다 아주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