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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드림 hd books Dec 27. 2019

목포 갓바위, 아쉬운 것 하나 있었다

어린 시절 할머니나 동네 어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란 세대가 있다.

지금이야 스마트폰이 아이들 정서를 지배하는 시대가 되었지만  어린 시절 우리는 어른들이 들려주는 전설이나 전래동화 또는 당신들의 어린 시절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곤 하였다. 거기에는 슬픈 이야기, 무서운 이야기, 우스운 이야기 등  참으로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있었다.

우린 이야기를 들으며 상상하고 꿈을 꾸고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되어 보기도 하며 순수하고 풍성한 정서를 채운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처럼 전통적으로 휴머니즘의 '이야기'에 강한 나라이다. 다만 이 주옥같은 이야기를 상품화하지 못한 채 사장시켜버린 아쉬움이 있다. 사람들은 이야기가 있는 곳으로 몰려온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더욱 그러하다.     


올 가을 어머니 생신 때 목포시 용해동 해안가에 있는 갓바위를 가보게 되었다. 앞에는 바다가 펼쳐져 있고, 사람들이 갓바위 앞에서 구경을 할 수 있도록 바다 위로 다리가 놓여 있었다. 휴일이라 그런지 적잖은 사람이 모여들어 갓바위를 감상하였다.

갓바위라는 명칭을 지닌 바위는 목포에만 있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그리고 바위마다 나름대로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


목포 갓바위 역시 다음과 같은 전설이 표지판에 안내되어 있었다.      

아주 먼 옛날에 병든 아버지를 모시고 소금을 팔아 살아가는 젊은이가 있었는데 살림살이는 궁핍하였지만, 아버지를 위해서는 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는 착한 청년이었다.

아버지의 병환을 치료하기 위해 부잣집에 머슴살이로 들어가 열심히 일했으나 주인이 품삯을 주지 않아 한 달 만에 집에 돌아와 보니 아버지의 손과 발은 이미 식어 있었다. 젊은이는 한 달 동안이나 병간호를 못한 어리석음을 한탄하며, 저승에서나마 편히 쉴 수 있도록 양지바른 곳에 모시려다 그만 실수로 관을 바다 속으로 빠뜨리고 말았다. 아들은 불효를 통회하며 하늘을 바라 볼 수 없다며 갓을 쓰고 자리를 지키다가 죽었는데, 훗날 이곳에 두개의 바위가 솟아올라 사람들은 큰 바위를 아버지바위라 하고 작은 바위를 아들바위라고 불렀다.

또 한 가지는 부처님과 아라한(번외를 끊고 세상의 이치를 깨달은 성자)이 영산강을 건너 이곳을 지날 때 잠시 쉬던 자리에 쓰고 있던 삿갓을 놓고 간 것이 바위가 되어 이를 중바위(스님바위)라 부른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여기서 목포 갓바위는 스토리텔링이 입혀진 것일까. 정답은 '아니다' 이다. 

어떤 이들은 ‘스토리텔링’이라고 하면 단순히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스토리텔링이란 주인석 작가의 [스토리텔링 작법과 실무]에서 설명하였듯이 ‘줄거리가 있는 이야기와 그에 맞는 콘텐츠가 사람들을 감동하게 해서 어떤 행동을 하게 만드는 것까지 포함하여 스토리텔링’이라고 한다.

좀 더 부연하자면, 스토리텔링의 스토리는 기존의 이야기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상을 상대로 새롭게 이야기를 창조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야기 창조+스토리 설치+목적 효과 창출까지 스토리텔링인 것이다.     

따라서 갓바위는 기존 전설을 소개하고 있을 뿐이다. 이 갓바위가 진정한 스토리텔링이 되려면 스토리(전설) 설치가 필요하다. 이야기 속으로 사람들이 직접 들어가 볼 수 있도록, 스토리의 무대 설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스토리텔링이 될 때 사람들은 더 찾아오게 되고, 더 감동하게 된다. 따라서 바다 위 다리를 조금 확장하여 스토리가 더욱 실감이 나도록 신비롭게 꾸몄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https://blog.naver.com/hd-books/22174450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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