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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드림 hd books Jan 18. 2020

우리나라 최초 스토리텔링 작가는 조선 후기 봉이 김선달

우리나라에는 서양보다 일찍 스토리텔링 작가가 활동하였으니 다름 아닌 조선 후기 봉이 김선달이다. 특히 대동강물을 팔아먹은 이야기로, 봉이 김선달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오랜 세월 우리에게 웃음을 준 베스트셀러 작가 같은 존재이다.


평양 출신의 김선달은 본명이 김인호, 자호는 낭사이다. 김선달은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한양으로 왔지만, 당시 서북인들의 차별과 낮은 문벌로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울분을 토해내기 위해 양반이나 부자 상인, 위선적 종교인들을 농락하며 세상을 휘젓고 다녔다.

김선달에게 봉이라는 별칭이 붙은 이유는 이러하다.     


김선달이 하루는 장 구경을 나갔다가 닭을 파는 가게 앞을 지나가게 되었다. 마침 닭장 안에는 몸짓이 크고 빛깔이 찬란한 닭 한마리가 있어서 주인에게 그 닭이 '봉'이냐고 물었다. 김선달은 자신이 머저리인 체하며 봉이 아니라는 주인에게 계속 봉이냐고 묻자, 귀찮아진 닭 장수는 봉이 맞다고 하였다. 그러자 김선달은 비싼 값을 주고 그 닭을 사서 원님에게 달려가 봉이라며 바쳤다. 하지만 자신을 조롱한 줄로 받아들인 원님이 김선달의 볼기를 매우 쳤다. 김선달이 원님에게 자기는 닭 장수에게 속았을 뿐이라며 항변하자, 닭 장수를 데려 오라는 호령이 떨어졌다. 결국 김선달은 닭 장수에게 닭 값은 물론, 볼기맞은 배상도 두둑이 받아냈다. 닭 장수에게 닭을 '봉'이라 속여 이득을 보았다 하여 이후 봉이 김선달이라 불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스토리텔링 작가로 성공하려면 봉이 김선달이 되어라     


봉이 김선달이 남긴 일화들은 대부분 스토리텔링이다. 

가장 유명한 김선달의 일화로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얘기가 있다.

대동강 나루터에서 사대부집에 물을 길어다 주는 물장수를 만난 김선달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물장수를 데리고 주막으로 간 김선달은 거나하게 술을 사면서 다음날부터 물을 길어 갈 때마다 자신에게 한 닢씩 던져주라며 동전 몇 닢을 물장수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이튿날부터 김선달은 의관을 정제하고 평양성 동문을 지나는 길목에서 의젓하게 앉아 물장수들이 던져주는 동전을 받고 있었다.     


이 광경을 본 사람들이 수군거리며 살피고 있을 때 엽전을 내지 못한 물장수가 선달로부터 호되게 당하는 것이었다. 한양인들은 대동강물이 본시 김선달 것인데 물장수들이 물 값을 내지 못해 호된 야단을 맞는 것으로 보았다. 그래서 자신들도 내일부터는 밀린 물 값까지 다 지불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태산이었다.

담판을 짓기로 한 한양 물장수들은 김선달을 주막으로 모신 후 술잔을 올리며 흥정을 시작하였다. 물장수들이 대동강 물을 자신들에게 팔 것을 종용하자, 선달은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대동강을 어찌 면목 없이 팔겠느냐 하면서도, 이를 물려줄 자식이 없음을 한탄까지 하면서 물장수들을 조바심 나게 하였다.

한양 물장수들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며, 물 값으로 1천냥을 제시했다. 하지만 선달은 2천냥, 4천냥으로 올리다가 결국 4천냥에 팔기로 하였다. 4천냥은 당시 황소 60마리를 살 수 있는 거금이었다. 

이들은 끝내 김선달과 계약서를 쓰고 도장을 받았다. 김선달은 끝까지 머뭇거리며 물장수들의 애간장을 태우다 도장을 찍어준 것이다.    

 


이 일화는 얼핏 황당해 보이지만 훌륭한 스토리텔링이다. 물론 작가는 김선달이다.

먼저 김선달은 대동강에다 대동강이 자신의 조상들 소유라는 스토리를 입혔다. 그리고 물장수들에게 엽전을 나누어주며 이 스토리를 설치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스토리를 설치한 대동강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게 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게 된다.  

스토리텔링이란 단순히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아니라,‘줄거리가 있는 이야기와 그에 맞는 콘텐츠가 사람들을 움직여(감동), 어떤 행동을 하게 만드는(수익 창출) 것까지 포함하여 스토리텔링’이라고 한다. 따라서 봉이 김선달은 훌륭한 스토리텔링 작가였던 셈이다. 스토리텔링 작가로 성공하려면, 봉이 김선달이 되라고 한 이유이다.


스토리텔링의 소제는 제한이 없다. 누구나 배워 쓸 수 있으며, 이를 활용하여 막대한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다. [스토리텔링의 작법과 실무] 저자 주인석 작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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