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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드림 hd books Jan 18. 2020

윤석열 검찰총장과 조국 전 장관의 충돌은 운명이었다?

대한민국 역대 검찰총장 가운데 윤석열 총장만큼 인구에 회자된 총장은 없었지 싶다. 국민이 드러내놓고 지지와 반대를 극명하게 표출하는 경우도 검찰총장이라는 직책에는 이례적인 일이다. 애초 지지 세력이 반대세력이 되고, 반대하였던 세력이 지지 세력으로 돌아선 상황이라 드라마틱하기조차 하다. 아니 한 편의 드라마이다.

대전지검 검사로 좌천(?) 되었다가 중앙지검장으로, 다시 검찰총장으로 우뚝 선 윤석열 총장 등장 자체도 예전에는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거기다 조국 전 법무장관의 등장이 서로에게 들불의 바람이 된 셈이니 이만한 드라마가 또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이 쓴 드라마의 이 두 주인공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셈이다.     

윤석열 총장의 기대는 사실 박영수 특검(국정농단의혹사건수사특별검사팀)의 수사팀장 때부터 모아졌다. 지난해 6월, 총장 후보로 청문회를 받을 때만 해도 여당 지지자들의 성원을 받았다. 물론 그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신뢰와 검찰 개혁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피아(彼我)의 구분을 떠나 지금도 국민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지만, 윤석열 총장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컸는가는 총장 후보 때 필자가 가십거리(사실은 내 자신의 기대감 표출이었다)로 올린 포스팅 하나만 봐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블로그 기타 SNS에 각종 소제의 포스팅을 해왔어도, 포스트 하나의 조회수는 많아야 백 단위에 불과하였다. 그런데 당시 다음 브런치에 올렸던 윤석열 총장 후보 관련 포스트는 현재 조회수가 15만 3천명이 넘었다. 적어도 필자의 포스팅에서는 천문학적인 숫자이다. 앞으로 어떤 글을 써서 올리더라도 이런 조회수는 안 나올 것이다. 이것은 글 내용이 좋아서가 아니라 순전히 '윤석열'이란 인지도가 폭발하였다는 방증이다. 지금도 매일 조회수가 적잖이 올라가는 것을 보면 여전히 그 관심도를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창총장 두 사람은 인터넷상에서 이름만 스쳐도 무슨 내용인가 궁금하여 클릭하게 할 만큼 기운이 솟구쳐 있었다. 조국 전 장관이야 수년 전부터 활발한 SNS 활동으로 일정한 팬 세력이 형성 되었을 뿐만 아니라, 민정수석이 되기 전에도 국내 가장 인기 있는 학자 중 한 사람이었지만 서로의 존재감이 충돌하여 관심이 극단으로 치달았다.     


두 사람은 충돌을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을까. 

검찰개혁이라는 화두 앞에서 조국 전 장관이나 윤석열 총장은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숱한 적을 만들어 버렸다. 검찰개혁이라는 말이 나온 것은 어제 오늘이 아니다. 개혁의 사전적 의미는 ‘제도나 기구 따위를 새롭게 뜯어고침’이다. 따라서 개혁이라는 말에는 지금까지의 ‘과오’가 전제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어디에서든 ‘개혁’이라는 말이 나올 때는 이전의 과오가 상당하다는 뜻이다.

검찰 개혁을 바라는 시각에는 윤석열 총장이 기대와는 달리 개혁보다 조직 보호, 다시 말하면 조직의 권력 혹은 기득권 보호로 비쳤을 것이다. 

검찰은 신체의 자유를 구속할 수 있는 권력을 가졌다. 모든 법리적 원칙을 떠나, 이 하나만으로도 검찰은 어느 기관보다 국민에게 직접적 영향력을 미친다. 사람의 신체를 구속하여 자유를 박탈할 수 있는 권력은 실정법상 대통령도 가지지 못한 힘이다. 검찰 앞에서는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검찰이 60여 년 동안 지켜온 자신의 권력을 조금 내려놓는다 하더라도, 위상이나 권위가 흔들릴 대한민국 검찰이 아니다. 권위를 앞세우면 국민과 끝없는 괴리가 생기지만, 권위를 내려놓으면 국민의 존경이 따르는 법이다.     

일각에서는 조국 전 장관의 검찰 수사를 두고 스토리텔링을 쓴다며 비판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는 스토리텔링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스토리텔링의 결과는 긍정의 결과가 창출되어 대부분 사람의 공감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긍정적 효과가 물리적으로 나타나야 스토리텔링으로써 가치가 있으므로, 스토리텔링을 쓰는 사람은 이 효과를 필연적으로 창출해 내야 한다. 스토리텔링은 소제의 제한이 없다. 따라서 스토리텔링을 입히려면 소제가 되는 모든 사물을 긍정적 시각으로 봐야 하므로, 자신의 삶에서도 긍정적 마인드가 형성이 된다. 여기서 새로이 거듭날 수 있는 검찰개혁을 부정적으로만 본 시각의 아쉬움을 느낀다.      


조국 전 장관이나 윤석열 총장의 인상은 선하기 이를 데 없어 보인다. 하지만 서로 내면의 기가 강해서인지 타협점이 없어 보였다. 부부간에도 지나치게 기가 세면 둘 다 파멸하기도 한다. 한 사람이 죽어야 상대가 살아나는 비정한 세상은 아니며, 누구도 적을 만들며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두 사람이 얼굴을 맞대고 어떻게 하면 검찰개혁의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을까 하는 모습을 얼비추기라도 하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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