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시 정신재활시설(공동생활가정) 소명 5
by 해드림 hd books Mar 18. 2026
충남 천안시 정신재활시설(공동생활가정) 소명, 자신이 쓴 시로 스스로 힐링하기 5
도반의 노래
-시: 김미주
--출처: 회원 공동시집 ‘빨간 고추잠자리의 여행’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분들의 도반으로
23년째 외길을 걸어오고 있다.
기쁨과 만족
배신감과 억울함
그리고 안타까움이 공존하는 시간이었다
이들의 도반으로서 너무 힘들 때는
전생의 업을 탓하기도 하였다
그러면서도
이들에게 위로를 받는다
이들을 바라보는 세상의 불편한 시선으로부터
이들을 보호하는 방패로·칼로·당근과 채찍으로
빨간 띠를 머리에 두르지 않았어도
존재를 위한 투쟁의 삶이었다
앞으로 나에게 주어진 17년
주어진 17년이란 시간 동안
난 이들에게 진실한 도반이 되고 싶다
가식이 아닌 진실함으로
수많은 전문가 중 한 사람이 아닌
이들의 삶의 회복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냉철한 머리와 따뜻한 가슴을 가진
존재 이유가 되는
그런 도반의 삶을 살고 싶다.
김미주 원장의 「도반의 노래」는 단순한 소회나 기록을 넘어, 한 사람의 삶 전체를 관통하는 사명과 고백이 담긴 시입니다. 이 시는 오랜 시간 정신재활 현장에서 살아온 한 사람의 내면을 그대로 드러내면서도, 동시에 그 시간 속에서 지켜 온 마음의 중심이 무엇인지를 조용히 보여줍니다. 이 시를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원장님의 마음 안에는 고단함과 책임,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넘어서는 깊은 애정과 진심이 함께 자리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먼저 시의 시작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분들의 도반으로 23년째 외길을 걸어오고 있다”라는 구절은 매우 중요한 선언입니다. ‘도반’이라는 단어는 단순한 보호자나 관리자, 전문가를 넘어선 존재를 의미합니다. 함께 길을 걷는 사람, 곁에서 동행하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이 표현에서 이미 원장님의 마음이 드러납니다. 누군가를 ‘치료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가는 사람’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이 시는 깊은 인간적인 시선에서 출발하고 있습니다. 23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습니다. 그 시간은 단순한 직업의 기간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선택하고 그 길을 지켜 온 시간입니다.
이어지는 구절에서는 그 시간의 감정들이 솔직하게 펼쳐집니다. “기쁨과 만족, 배신감과 억울함, 그리고 안타까움이 공존하는 시간이었다.” 이 문장은 매우 현실적입니다. 누군가를 돕는 일은 항상 따뜻하고 아름답기만 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이해받지 못하고, 예상하지 못한 상처를 받기도 하며, 마음이 무너지는 순간도 찾아옵니다. 원장님은 그 모든 감정을 숨기지 않고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 솔직함은 오히려 마음의 건강함을 보여 줍니다. 자신의 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태도는, 오랜 시간 버틸 수 있었던 힘이기도 합니다.
특히 “너무 힘들 때는 전생의 업을 탓하기도 하였다”라는 구절에서는 인간적인 고단함이 깊이 느껴집니다. 이 표현은 단순한 말이 아니라, 그만큼 감당하기 어려운 순간이 있었음을 보여 줍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다음입니다. “그러면서도 이들에게 위로를 받는다.” 이 한 문장은 시의 중심을 이루는 매우 중요한 고백입니다. 원장님은 일방적으로 누군가를 돕는 존재가 아니라, 그 관계 속에서 오히려 위로를 받고 있는 사람입니다. 이 관계는 ‘돕는 사람’과 ‘도움을 받는 사람’이라는 단순한 구도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지탱해 주는 관계임을 보여 줍니다. 바로 이 점에서 이 시는 매우 따뜻한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후 시에서는 원장님의 삶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보여 주는 표현이 등장합니다. “이들을 보호하는 방패로·칼로·당근과 채찍으로… 존재를 위한 투쟁의 삶이었다.” 이 구절은 매우 강렬합니다. 단순히 돌보고 보살피는 역할을 넘어, 때로는 지키고 싸워야 했던 시간들이 있었음을 느끼게 합니다. ‘방패’와 ‘칼’이라는 표현은 외부의 시선과 현실적인 어려움 속에서 회원들을 지켜야 했던 책임을 의미합니다. 동시에 ‘당근과 채찍’이라는 표현은 그 과정에서 필요한 균형과 고민을 보여 줍니다. 원장님의 삶은 단순한 돌봄이 아니라, 끊임없는 판단과 책임 속에서 이어져 온 ‘투쟁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시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마지막 연에 있습니다. “앞으로 나에게 주어진 17년… 진실한 도반이 되고 싶다.” 이 구절에서 원장님의 마음은 다시 한 번 미래를 향합니다. 이미 23년이라는 긴 시간을 걸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되고 싶다’고 말하는 이 표현은 매우 겸손하면서도 깊은 결심을 담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지금까지의 시간에 대한 자부심보다는, 앞으로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또한 “가식이 아닌 진실함으로, 수많은 전문가 중 한 사람이 아닌…”이라는 구절에서는 원장님의 존재에 대한 고민이 드러납니다. 단순히 직업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에 실제로 영향을 주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냉철한 머리와 따뜻한 가슴을 가진 존재 이유가 되는 도반”이라는 표현은 이 시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입니다. 이 문장은 원장님이 자신에게 세운 삶의 방향이자, 이미 살아오고 있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이 시를 통해 드러나는 김미주 원장님의 심리는 매우 깊고 단단합니다. 힘든 시간을 지나오면서도 그 길을 포기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 과정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더 나은 도반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있습니다. 이 시를 다시 바라볼 때, 원장님께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미 당신은 충분히 진실한 도반으로 살아오셨습니다. 그리고 그 진실함이 수많은 사람의 삶을 지탱해 주고 있습니다.”
이 인식은 원장님 자신에게 큰 위로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은 결코 헛되지 않았으며, 이미 많은 사람에게 희망이 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소명 가족 김미주 '도반의 노래’
정신재활시설 공동생활가정 “소명”은 바로 이러한 진심과 헌신 위에 세워진 공간입니다. 천안시에 2014년 설치 신고된 “소명”은 정신질환을 경험한 당사자들이 단순히 보호받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다시 만들어 가는 주체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정신재활시설입니다. 개별 서비스 지원, 심리사회적 지원, 직업재활 지원을 통해 회원들이 전인적인 회복을 경험하도록 돕고 있으며, 실제 삶 속에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특히 “소명”은 단순한 시설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도반이 되는 공동체입니다. 시 쓰기와 같은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통해 회원들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성장해 갑니다. 공동시집 『빨간 고추잠자리의 여행』은 이러한 치유와 동행의 시간이 만들어 낸 소중한 결실입니다. 공동생활가정 “소명”은 오늘의 아픔을 넘어 내일의 희망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사람과 사람이 함께 걸어가는 따뜻한 삶의 공간입니다.
충남 천안시 동남구 다가12길32, 2-3층(다가동)
전화 041-579-6097(사무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