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해드림 hd books Mar 19. 2026
사순시기 하느님의 사랑 묵상, 하느님의 사랑은 인내와 기다림 그리고 믿음이 필요
사순시기를 살아가는 신앙인에게 하느님의 사랑은 단순히 감정적으로 느껴지는 위로가 아니다. 그것은 때로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시간 속에서, 인간이 스스로 체험하고 깨달아야 하는 깊은 여정이다. 우리는 종종 하느님의 사랑을 즉각적인 응답이나 눈에 보이는 기적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실제 삶에서는 오히려 침묵과 지연, 그리고 고통 속에서 그 사랑을 마주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인내와 기다림, 그리고 믿음이다.
인내는 단순히 고통을 참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고통 속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의미를 찾으려는 태도이다. 인간은 고통 앞에서 쉽게 지치고 무너질 수 있다. 그러나 신앙인은 그 고통 속에서도 무언가 더 큰 의미가 숨겨져 있음을 믿는다. 하느님의 사랑은 항상 인간의 기대와 같은 방식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때로는 그 사랑이 인간의 삶을 단련시키고, 더 깊은 성숙으로 이끄는 과정에서 천천히 나타나기도 한다.
기다림 역시 신앙 안에서 중요한 덕목이다. 우리는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불안해지고, 때로는 하느님께서 우리를 외면하셨다고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가톨릭 신앙은 기다림을 단순한 공백이 아니라 은총이 준비되는 시간으로 이해한다. 하느님은 인간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모든 것을 주기보다, 그 사람이 받아들일 수 있는 때를 기다리신다. 그래서 기다림은 단순한 지연이 아니라, 인간이 더 깊이 성장할 수 있도록 마련된 시간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이다. 믿음은 눈에 보이는 결과를 확인한 뒤에 가지는 확신이 아니라, 아직 보이지 않더라도 하느님의 사랑이 여전히 작용하고 있음을 신뢰하는 것이다. 인간의 시선에서는 모든 것이 막혀 있는 것처럼 보일 때에도, 하느님은 이미 다른 길을 준비하고 계실 수 있다. 믿음은 바로 이 보이지 않는 가능성을 붙드는 힘이다.
가톨릭 영성 안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단순한 고통의 시간이 아니라, 은총과 협력하는 시간으로 바라본다. 인간은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기도하고 성찰하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가운데 하느님의 사랑에 응답하는 존재이다. 인내와 기다림은 인간을 멈추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깊은 내면으로 이끄는 길이 된다. 그 안에서 우리는 자신이 무엇을 붙잡고 살아왔는지, 무엇이 진정으로 중요한지를 다시 발견하게 된다.
또한 이 여정은 인간을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고통을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타인의 아픔을 깊이 이해하기 어렵다. 기다림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희망의 가치를 온전히 알기 어렵다. 믿음을 지켜 본 사람만이 신앙의 의미를 진정으로 깨닫게 된다. 그래서 하느님의 사랑은 인간을 보호하는 동시에, 인간을 성장시키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그것은 단순히 편안함을 주는 사랑이 아니라, 인간을 더 깊은 삶으로 이끄는 사랑이다.
사순시기는 바로 이 사랑을 배우는 시간이다. 우리는 이 시기를 통해 고통을 피하려 하기보다, 그 안에서 하느님의 뜻을 찾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기다림 속에서도 마음을 닫지 않고, 믿음을 잃지 않는 연습을 한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우리는 깨닫게 된다. 그동안의 시간이 헛되지 않았으며,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를 이끌고 있었다는 사실을.
결국 하느님의 사랑은 인간이 인내하고, 기다리고, 믿음을 지킬 때 더욱 깊이 드러난다. 그 사랑은 결코 인간을 외면하지 않으며, 인간이 가장 힘든 순간에도 함께하고 있다. 다만 그 사랑은 인간의 시간과 다른 방식으로, 그리고 더 깊은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그래서 신앙인은 오늘의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품는다. 지금은 보이지 않더라도, 하느님의 사랑이 반드시 자신의 삶을 이끌어 주실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그 믿음이 인간을 끝까지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
� 성경 묵상 구절
로마 8,25 — “우리가 보이지 않는 것을 희망하기에 인내로 기다립니다.”
가톨릭 신자 수필가 5인 신앙에세이집
[이제와 항상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