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모 부인 장지연 씨가 모 유명배우와 동거를 하였었다는 사생활이 폭로되어 인터넷 포탈 사이트를 검은 장막처럼 뒤덮었다. 김건모 씨 자신의 과거 문제도 그렇거니와 이젠 부인의 과거 사생활마저 폭로 되어, 법적으로 혼인신고만 되어 있을 뿐 실제 혼인생활에 들지조차 않은 두 사람의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지거나 파멸하는 모습처럼 보인다. 당사자들은 지금 지옥이 따로 없지 싶을 것이다. 그들의 온 가족은 또한 어떨까.
두 사람의 기사를 접할 때마다 과거 잘잘못을 떠나 세상이 참 무섭게 변해간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지극히 보호되어야 할 개인의 사생활이 거리낌 없이 폭로되는 데서는 광기 같은 섬뜩함마저 느껴진다.
인생을 거의 다 살았다 싶은 나이에 아주 오래 전 자신의 추한 행위가 드러나 하루아침에 몰락해 버린 어느 유명 원로시인을 보면서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이었었다. 평생 쌓아온 명예 기타 모든 것을 상실해 버린 인생 말년처럼 비참함 삶이 또 있을까.
형사상 범죄의 기수(旣遂)가 아니었다 해도 협박이나 폭행이 실행의 착수로 이어져 타인에게 상처를 주었다면 마땅히 죄과를 치러야 하고 또 비난 받아 마땅할 것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를 보면, 도덕적으로 다소 비난의 소지가 있을지언정 과거나 현재나 형사상 범죄가 아님에도 수십 년 전의 가치판단과 현재의 가치판단 간의 괴리를 무시한 채, 현재의 기준으로 소급하여 그 행위를 재단할 때는 좀 답답하기도 하다.
나이가 들어가는 탓인지, 누군가 힐난하는 말을 꺼내려 하면 내 안에서 ‘니나 잘해’하는 외침이 들린다. 허긴 내 인생 하나 제대로 경영하지 못하면서 누구를 힐난하랴.
정치권에 만연된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도 우리 사회 정서를 어둡게 끌고 가는 한 행태이다. 국가와 개인 간이든, 사회와 개인 간이든, 개인과 개인의 사인간이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는 보호되어야 한다. 인터넷 문화 때문인지 요즘은 상대방의 인격을 스스럼없이 침해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또한 갈수록 사회도 무례해지고 비정해진다. 뭔가 끝을 보려고 덤비는 사람들의 모습이 이제는 낯설지 않다. 그러다 보니 추운 사람은 더 추위를 느끼는 세상이 되어가는 듯하다.
좀 더 온유한 세상, 좀 더 따뜻한 이야기가 흘러넘치는 사회가 되었으면 싶다. 따뜻한 이야기를 자꾸 만들어 뿌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