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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드림 hd books Jan 24. 2020

고흥군 나로도, 밥 값하는 개…전영록 하숙집 쑥섬

고흥군 나로도, 밥 값하는 개…전영록 하숙집 쑥섬(애도) 건너편

나로도를 부자로 만들 스토리텔링 개

지난 해 11월, 어머니 생신 때 어머니의 고향인 고흥군 나로도를 찾았다. 나로도 바로 맞은편이 ‘6시 내고향’에서 소개한 가수 전영록이 하숙한다는 애도(쑥섬)이다.

나로도 선창가

나로도는 내 어머니 고향이자 이모집이 있어서 어릴 적 방학 때마다 며칠 동안 꿈속처럼 지내다 오던 곳이다.

어린 내게 섬은 온통 설렘 자체였다. 아침 눈을 뜰 때면 들려오는 선창가 뱃고동 소리부터 섬에서 바라보는 모든 것들이 신비롭게 다가왔다. 고향 마을의 육지에서야 차를 타고 왼편으로 가면 어디이고, 오른편으로 가면 어디인지 훤하지만, 나로도에서는 등대가 서 있는 섬 왼편 바다로 나가면 어디인지, 오른편으로 가면 어디가 나오는지 망망한 상상이 섬을 더욱 섬답게 하였다.  

쑥섬, 애도라고도 한다

쑥섬(애도)의 동백 숲이 건너오라며 손짓하던 선창가, 밤이면 밤대로 바다에서 빛나는 빛의 풍광들이 잠자리에조차 들지 못하게 하였다. 바로 앞 쑥섬으로 램프를 든 채 고막처럼 작은 배의 노를 저어가던 두 형제의 모습, 무서울 거 같으면서도 밤바다를 떠가는 기분을 나도 맛보고 싶어 안달하였었다.      

우리가 선창가를 거닐 때 작은 개 한 마리가 다가왔다. 바닷가를 배회하는 우리가 낯설어 보인 모양이었다. 녀석은 순둥이었다. 반기는 체 해주자 금세 꼬리를 흔들었다. 그런데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다 보니 목줄에 뭔가 붙어 있었다. 뭔가 싶어 자세히 보니 인근 수산가게를 안내하는 스티커였다. 

정태수산(30호)

녀석은 이 스티커를 붙인 채 낯선 이들에게 다가가 꼬리를 흔들거나 섬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아휴, 이놈 제대로 밥값하네," 

우린 유쾌하게 웃었다. 생각할수록 기발한 아이디어였다.


이 개가 나로도를 부자로 만들어 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스티커를 붙인 개를 보며 ‘나로도 스토리텔링’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40년 만에 찾은 나로도는 기대와는 달리 썰렁하였다. 그래서 스토리텔링을 쓰는 중이다. 시도 때도 없이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게 할 스토리텔링을 써서 나로도로 보낼 참이다. 

멋진 스토리텔링 아이디어를 제공한 참 고마운 녀석이다.

https://youtu.be/v8fKo96ane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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