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편이 넘는 시를 간직한 공릉동

by 해드림 hd books

‘공릉동’을 검색하면 맛집만 뜨고, 문래동을 검색해도 맛집만 뜬다

우리나라 도시와 농촌 마을 가운데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시를 50편 넘게 간직한 마을이 있을까. 유일하겠지만 그런 곳이 있다. 서울시 노원구 공릉동이다.

김재천 시인은 ‘공릉동 시인’이다. 오랫동안 공릉동에 살면서 공릉동 숨결을 시로 승화해 왔다. 시집 ‘공릉동’을 출간한 이후, 자주 공릉동을 검색해 본다. 하지만 특히 블로그에서 노출되는 포스팅 제목은 거의 다 맛집이다. 내 일터가 있는 ‘문래동’도 검색해 본다. 역시 모두 맛집이다. 건너뜸 여의도를 검색하니 또한 맛집만 뜰 뿐, 내가 여의도에서 가장 좋아하는 ‘샛강’은 흔적조차 없다. 현재 우리 삶의 모습일지 모른다.

우린 모두 잠만 자고 밥만 먹고 사나 싶다.


시집 ‘공릉동’에는 공릉동을 소재로 한 시만 50여 편이 넘는다. 자신이 사는 동네를 얼마나 사랑하면 이처럼 많은 시를 썼을까. 공릉동을 검색하면 시집 공릉동이 노출되어 공릉동을 좀 더 멋스럽게 느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대한민국 여타 다른 동네도 마찬가지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어느 지역을 검색해도 그 지역의 대표적 ‘멋’이 아닌 ‘맛’이 장악을 해왔다. 모르긴 해도 유럽 같은 곳에서 동네를 검색하면 맛이 아닌 멋이 먼저 노출될 것이다.


순천시 별량면 덕산이 내 고향 마을이다. 순천을 검색해도 블로그에는 온통 맛집이다. 나 역시 우리 형제들 시원의 탯줄이 묻힌 덕산을 사랑한다. 공릉동 시인이 공릉동을 사랑하는 거 못잖게 사랑한다. 어머니가 계시니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난 한 번도 내가 사랑하는 마을을 위해 시로 표현해 남겨볼 생각을 못하였다. 이젠 틈나는 대로 그리해 볼 생각이다. 비록 보잘 것 없는 시골 마을이지만 덕산을 검색하면 맛집이 아닌, 덕산의 멋이 노출되도록 말이다.

마을은 맛보다 멋이다.


공릉동에서

김재천

우리 공릉동에서 만나

그냥 걸어

베토벤 길에서 손을 잡아

우리 외에 모든 것을 지워

우리는 공릉동에서 우리로만 남아

자박자박 꿈속으로 걸어가

꿈에서 그대는

젖은 입술로 기다리고

공릉동에서 나는

기다림 속으로 걷고

어느 날

그러자 우리

공릉동에서 아프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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