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 별량면 ‘개랭이 고들빼기’

순천시 별량면 산촌마을‘개랭이' 하면 침이 고이는 까닭

by 해드림 hd books

순천시 별량면 ‘개랭이고들빼기’

비탈진 숲속의 고즈넉한 산촌이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산중의 정기라도 들이마실 듯 눈을 감은 채 크게 심호흡을 하였다. 12월 하순 오후 5시, 누군가는 오후 5시만 되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역마살이 돈다고 하였다. 어쩌면 온종일 떠있던 해가 사라지며 남긴 여운인지 모른다. 여기는 그 역마살의 목적지처럼 안온하였다. 사방 숲이 충만하게 채워둔 공기의 청량감이 잠시 시간을 정지시켰다. 나의 영육도 한동안 침잠하였다. 마치 묵언수련을 하듯.


순천시 별량면 대룡리 개령 마을, 일명 개랭이. 내 고향 마을도 같은 별량면이지만 이곳 방문은 난생 처음이었다. 몇 해 전 우리 덕산 마을 사람들과 이곳에서 송년 모임을 하며 하룻밤 보내기로 하여 가게 되었다. 같은 고향이라지만 처음 가 본 곳이니 여행이었다. 나는 어디를 가든 낯선 곳에서 꼭 하룻밤 유숙하며 그곳 밤의 정취를 느껴야 여행의 맛을 느낀다. 잠자리가 소박하면 소박할수록 내게 다가오는 밤의 정취는 더욱 유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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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고향 사람들은 개령(開嶺)을 개랭이라 부르게 되었을까. 자료에서는 산골짜기 개울가 마을이라는 뜻의 거렁이라 한 것을 한자로 쓰면서 거랭이, 개랭이, 개령으로 표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한다. 거렁은 경상도 쪽 방언이어서, 거렁보다는 무엇이든 편하게 부르려는 전라도 사람들의 언어 습성 때문이 아닌가 싶다. 우리는 용안 마을과 더불어 ‘개랭이’에 항상 골짜기를 붙여 ‘개랭이골짜기’혹은 줄여서 ‘개랭이골짝’으로 불렀다. 그만큼 개랭이는 골짜기의 대명사 같은 마을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개랭이’ 하면 입 안에서 침이 고인다. 사람이든 나무든 모두 이슬만 먹고 살아가는 듯한 이곳 청정지역에서 자라는 고들빼기 때문이다. '개랭이고들빼기'가 그것이다. 윤이 흐르는 새하얀 쌀밥과 그 옆에 고들빼기김치가 놓이면 널따란 상이 진수성찬으로 가득 차 보일만큼 고들빼기는 입맛을 돋운다. 특유의 쌉싸래한 맛이 입맛뿐만 아니라 기운조차 북돋우는데, 고들빼기가 인삼과 맞먹는 효능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들빼기는 가을보약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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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들빼기에는 홍삼이 지닌 사포닌이 풍부해 면역력 강화나 항암 효과가 있단다. 동의보감에는, 인삼과 상응하여 성질이 차고 강한 쓴 맛을 내므로 심장의 열을 내리는 데 탁월하다고 기록되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잠을 쫓는데 효과가 있어 평소 피로감을 쉽게 느끼는 사람에게 좋은 음식이란다. 성질이 차서 각종 스트레스로 인한 염증 등에 효과를 보이며 특히 위장성 질환으로 음식물 소화가 어려울 때 특효를 발휘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어머니는 입맛이 없거나 피곤할 때 밥을 물에 말아 고들빼기김치 하나로 식사를 하며 기운을 차리셨다. 삼겹살을 구워먹을 때도 생 고들빼기이든 고들빼기김치이든 곁들이면 삼겹살 맛을 배가 시킨다.


고들빼기를 만주지역에서는 고돌채(苦葖菜)라고 하는데, 쓴 고(苦) 뿌리 돌(葖) 나물 채(菜)’라는 뜻이다. ‘빼기’는 ‘그런 특성이 있는 사람이나 물건’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이다. 따라서 고들빼기는 쓴맛이 나는 나물이다.

고들빼기 때문인지 개랭이 출신 선후배들은 머리가 좋고 건강하다. 여자들 또한 피부가 곱고 미인이다. 매년 가을이면 개랭이에서는 고들빼기 축제가 열린다. 고들빼기가 무명의 산골 마을 개랭이를 스타로 만들어 가는 중이다. 어느 숲으로 들어가도 산삼이 있을 듯한 분위기의 청정 마을에서 자라는 고들빼기이니 산삼 다름 아니다.


캠핑장을 포함 숙박시설이 잘 되어 있어 혼자 가든, 둘이 가든, 단체로 가든 주변 숲과 고요한 마을이 주는 힐링을 마음껏 누릴 수 있다. 입맛과 기운을 찾아주는 마을 순천시 별량면 개랭이…. 입맛이 없을 듯한 오뉴월 이즈음, 잘 숙성된 고들빼기김치는 누구에게나 건강한 선물이 될 것이다.

개령 마을은 2010년 농림수산식품부 지정 녹색 농촌 체험 마을로 선정되었다. 주변에는 엄청나게 큰 대룡 저수지와 동화사 계곡 등도 있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전남 신안의 보라색마을처럼 고들빼기를 소재로 한 스토리텔링을 붙여 찾아오는 이들에게 더욱 멋스러운 개랭이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덕산은 개랭이가 부럽다.


고들빼기와 관련해서는 고들빼기영농조합법인 김유미 사무장과 상담하면 된다.

061-745-4242

http://www.rofoddl.com/index.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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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https://blog.naver.com/cjkang01/221580864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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