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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드림 hd books Feb 21. 2021

블로그 방문자 637만, 이웃 5천 명 소회

조금 슬프고픈, 책과 꿈과 복권 이야기

조금 슬프고픈, 책과 꿈과 복권 이야기     


해드림 블로그 방문자가 637만, 이웃은 5천 명이 넘었다. 기존의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다 2017년 7월 03일 지금의 해드림 공식블로그(네이버)를 운영하기 시작하여 올해 5년 차이다. 이는 그동안 얼마나 이 블로그에 집착해왔는지를 의미하기도 한다. 처음 직원이 관리한 2년 동안은, 방문자도 이웃도 별로 없었다. 직원이 회사를 떠난 후 내가 관리하다가 개인 블로그보다 공식블로그 포스팅 노출이 잘 된다는 실을 알고는 본격적으로 매달리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책 홍보나 책 소개 포스팅만으로는 노출과 조회수의 한계가 있었다. 더구나 온갖 잡다한 업무를 혼자 처리하면서 블로그를 운영하다 보니 이웃과 소통은 거의 불가능하였다. 그저 포스팅하기도 빠듯하였다.     


우리 블로그 포스팅에는 유독 꿈이나 복권, 운세 등의 키워드가 넘친다. 출판사 블로그에서 책이 아닌 엉뚱한 포스팅을 줄줄이 올려 책의 격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정을 조금만 이해하는 이는 금세 이해할 것이다.   

포스팅하는 능력이 부족한 탓도 있겠으나 책 관련 포스팅을 해도 조회수는 미미할 뿐이다. 책 포스팅에는 한숨과 절망이 넘실거렸다. 수시로 출간되는 책들을 매번 오랜 시간을 투자하여 포스팅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소통도 없이 짧은 시간 포스팅하기 바쁘니 누가 거들떠볼 생각조차 안 한다. 여기서 고민하였다. 사람들의 꾸준한 관심 키워드가 무엇일까….     

우선은 매일 수시로 포털 사이트 메인창을 장식하는 기사였다. 기사 가운데서도 특별히 조회수가 높은 기사가 있었다. 먹잇감을 찾아 하늘을 빙빙 도는 솔개처럼, 나는 구독하는 언론사들 기사 가운데 방문자를 늘려줄 기사를 찾아 어슬렁거렸다. 해당 기사를 내 블로그로 퍼오고, 그 기사에다 우리 책 광고를 끼워 넣는 형태이다. 하지만 끝내 사고가 터졌다. 모 중앙언론사에서 기사 저작권 침해로 1천 1백만 원 청구의 내용증명을 받게 된 것이다. 어떻게든 책을 홍보해 보려던 욕심만 앞세운 대가는 혹독하였다.

[기사 저작권 침해하면 당하는 일, 블로그로 기사 가져오면 안 되는 이유]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책만큼 관심도가 떨어지는 포스팅도 드물다. 이웃마다 찾아다니며 댓글도 달아주고 좋아요도 부지런히 눌러주면 품앗이하듯이 찾아와주겠지만 그러기에는 허락된 시간이 부족하였다. 전문 관리 직원을 두기에는 우리 사정이 더더욱 여의치 않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정치이다. 하지만 함부로 정치 이야기를 썼다가는 온갖 악플 세례를 받아야 한다. 출판사가 아니라면, 어떤 악플도 견디며 얼마든지 써 갈길 수 있지만,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 입장에선 함부로 정치적 견해를 피력하기란 조심스럽다. 표현하더라도 지극히 절제하며 써야 한다. 


얼마 전 [임기 1년 문재인 대통령, 재앙인가 축복인가…이렇게 예언하다] 라는 포스팅을 하였다. 물론 이 포스팅도 내용보다는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키워드를 노출시켜 책 홍보와 연결시키려는 목적 때문이었다. 글을 읽는 사람들은 그런 목적을 금세 알아챈다. 그럼에도 그것은 험난한 출판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생존방식 같은 것이다. 삭제를 하였지만, 이 글에 ‘책 홍보 오지다’ 하는 비아냥의 댓글이 달렸다. 험악한 댓글들도 삭제를 하였다. 왜냐하면 내 기운을 꺾는 댓글일 뿐만 아니라, 그대로 두면 상한 기운이 전이 되기 때문이다.     


방문자나 조회수가 엄청나도 책이 원하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하지만 거품일지라도 그것은 날마다 피 흘리듯이 살아야 하는 출판사에는 위안이 되고 희망이 된다.

내가 집중적으로 포스팅하는 때는 직원들 퇴근 이후와 출근 전, 그리고 주로 주말이다. 집에 들어가는 걸 포기한 채, 주말에는 퉁퉁 부른 라면에다 밥을 말아 개죽처럼 먹으며 책 홍보에 매달려 온 시간이 어느덧 한 세월이 되었다.   

  

우리 블로그 대부분 글은 순전히 책 홍보를 위한 포스팅이다. 그것이 로또라는 키워드를 달고 있든, 운세라는 키워드를 달고 있든, 꿈이라는 키워드를 달고 있든 마찬가지다.

노출을 위해서는 포스팅 내용보다 키워드를 무엇으로 할 것인가가 내게는 더 절박한 것이다.

꿈, 운세, 로또 등의 키워드로 도배하듯 포스팅을 하는 이유도 다 그 때문이다. 이들 키워드는 사시사철 관심도가 꾸준히 이어진다. 책이 삶의 전부인 나도 책 소개 글을 올리면 숨 막힐 때가 있는데 일반인들이야 책은 가장 기피 하는 키워드 중 하나가 아니겠는가.

팔려고 하는 바에야, 아무리 고급스럽고 아름다운 물건이라도 어떤 식으로든, 설혹 그것이 구차한 방법일지라도 사람들에게 드러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폼이나 격은 저자가 즐기면 되는 일이고, 한 권이라도 책을 팔아야 하는 내게는 품위나 체면 따위가 별로 도움이 안 된다. 구매 결정은 독자가 할지라도, 나는 '여기 이런 책이 있어요' 하며 열심히 손을 흔들어야 한다. 목이 터져라 외치며 폴짝폴짝 뛰어야 하는 것이다. 때로는 피에로가 되어 오두방정도 떨어야 하다.     


포털 다음(DAUM) ‘브런치’도 마찬가지다. '감성충전소'라는 이름을 붙인 내 브런치도 소통은 개뿔이고 키워드 노출만 노린다. 브런치 목적이 순수 창작을 위한 공간으로 개설되었다는 걸 잘 알면서도, 내 브런치에는 창작 글보다는 엉뚱한 글들로 도배되어 있다. 미안한 마음이 든다. '당신의 브런치는 개설 목적과 다르게 운영하고 있어 폐쇄한다.'라는 통고를 받더라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명색이 수필가인데 차분하게 수필 한 편 제대로 못 쓰며 살아간다. 수필 한 편 쓰려면 적어도 며칠은 집중해야 하는데, 아무리 피땀 흘려 쓴 작품이라 한들 돈도 안 되는 세상이다. 내 수필을 쓰는 것보다는 우리 저자들 책 한 번이라도 더 포스팅하는 게 밥풀때기라도 하나 건질 기대가능성이 크다.     


주말이면 조용한 음악이 흐르는 카페를 찾아 아이패드로 수필도 쓰고, 시도 쓰고 싶지만 새로 산 아이패드에는 지문 한 번 제대로 못 묻혔다. 시인 이상범 선생님이 '시가 이 지상에 남아'에서 시인을 숙명처럼 의미하였듯이, 나 또한 그처럼 출판인으로서의 의미를 새기고 싶다. 나는 이 시를 읽을 때마다 고달픈 내 출판 인생을 위로받곤 한다. 알아주는 이 없어도, 출간된 모든 책 판권에서 발행인으로서 내 이름이 들어가는 의미를 혼자만이라도 추어올리고 싶은, 참 쓸쓸한 오늘이다.      


시가 이 지상에 남아

   이상범          


한 줄 시가 시장기쯤 잊게 할 진실이래도

무엇으로 주린 배를 채워줄 수 있겠나만

가난한 마음의 살을 살로 부빌 체온이야---.     


한 줄 시가 지상에 남아 흩어진 가슴을 꿰고

황량한 삶의 창에 문득 등을 켜 든다면

가다간 달무리 쓴 적막 풍금쯤은 안되겠나.  

   

고삐 풀린 야생마가 초원을 마구 달리듯이

온갖 질곡의 끈에서 허울 벗듯 풀어지면

명명한 바람 한 가닥 내어주진 못하겠나.    

 

시가 이 지상에 남아

꺼져가는 연민들에 이마를 적셔주고

핏줄을 다시 굴려

살아서 찾는 삶의 의미를 일깨울 수 있다면---.     


그해 겨울 몹쓸 추위 언 손을 녹여가며

삶의 시린 매듭을 요모조모 짚어 가노라니

밤새운 베게 머리맡에 눈을 굴리던 한 줄 시여.     


시가 이 지상에 남아

메마른 갈피마다

눈 뜨이는 모닥불로 목숨을 지펴 준다면

기도의 풀무로 달군 언어들에 입맞추리. 

    

밤 커피가 두려운 날은

시가 배밀이 하는 시간

파도 거센 바다에 뜬

섬 하나로 흔들리고

생애를 건 흰 종이 위에

선지피듯 잉크 자욱.  

   

시가 이 지상에 다시

만의 얼굴로 깨어나

볼 수 없음을 보게 하고

들을 수 없음을 듣게 하여

우리들 앞에 이거다 싶은

구원으로 남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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