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전문가가 본 영화 ‘한산: 용의 출현’ 평가는 과연 어떨까
-‘세종과 이순신 K 리더십’ 저자 국정호
지난 8월 1일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메가박스 MX관에서 아들과 같이 영화 “한산”을 봤다. 이미 신문·방송 등에서 주요 내용과 역사적 사실과의 관련성을 얘기한 터라 그 내용은 아래의 URL을 참고하기 바란다.
여기서는 이순신의 전략·전술과 리더십 관점에서 몇 가지 살펴보려고 한다.
박해일(이순신 역)과 손현주(원균 역)의 연기는 시·공간을 압도하는 탁월한 배역 선정이었다고 본다. 또한 변요한(와키자카 야스하루 역)은 또 한 명의 주인공이 아닌가 할 정도로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었다.
영화 한산다들 말하길, 7년 전 천만 관객을 사로잡은 “명량”보다 잘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영화 “명량”이 무엇이 잘못인지는 쏙 빼놓는다. 혹시라도 무엇이 잘못이라는 말을 먼저 할 경우, 부비트랩을 밟아 지탄의 대상이 되는 꼴이다. 명량의 실수는 수중철쇄였다.
이런 류의 영화는 역사를 모르는 우리나라 사람을 현혹시킬 수는 있다. 하지만 역사에 정통한 사람이나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는 없다.
한산대첩이 임진왜란의 전세를 바꾼 압도적인 승리였다는 설정은 맞지만, 거북선의 모습엔 영화적 상상력이 동원됐고 일본군 측의 전략에도 사실과 다른 점이 많았다.
전문가들은 “한산대첩을 실감 나게 재현하는 데 성공했지만, 극적 효과를 위해 사실을 넘어선 영화적 상상력도 상당 부분 동원됐다”고 했다. (아래 URL 참조)
이미 일부 독자들은 필자의 한산대첩 시리즈(1~3편)을 보았고, 그 내용을 잘 알아 이해하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스포일을 최소화하면서 간략하게 영화를 본 소감을 피력하고자 한다.
영화 한산① 영화 “한산”은 현대적 시각에서 영화적 상상력을 발휘한 작품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우리가 대체로 잘 알고 있는 역사적 사건인 “한산대첩”을 극적으로 구성하다 보니 사실보다는 흥미로운 관점과 상상력의 비중이 커졌다고 본다.
고로 제대로 된 역사 고증이 안 되었고, 국내용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전 세계에 내놓을 수가 없다.
영화 “벤허”에서 찰튼 헤스턴이 노예가 되어 노선에서 사슬에 발이 묶여 노 젓는 인상적인 장면이나, 영화 “마스터 앤 커맨더”에서 러셀 크로우가 바람을 이용하여 함포전과 상대 함선에 뛰어올라 백병전을 치르는 짜릿한 해상전투의 현장감이 추가되었으면 했다.
해전이라는 환경적 특성을 드라마틱하게 빚어내는 영상기법이 아쉬웠다.
② 정·첩보를 확보하는 과정이 제한되고, 목동 김천손이 미륵산 정상에서 적진을 살피고 이순신이 있는 당포로 내려와 알리는 사실과, 이를 통해 야간에 전술토의하는 장면이 그려지지 않았다.
한 장면을 다양한 시각으로 보면 그만큼 시각이 넓어진다. 이순신의 <장계>에는 목동 김천손이 미륵산에서 적정을 탐지한 사실이 나오고, 사도첨사 김완의 <임진일록>에는 한산대첩 하루 전, 7월 7일 밤에 당포에서 비밀리에 전술토의를 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 장면을 연출하는 것만으로도 그 당시 지휘관과 참모들, 또 병사들과의 소통하는 장면을 묘사할 수 있었을 텐테, 또 내일 한산대첩 당일 어떤 작전계획으로 전투에 임할 것인지를 결정했을 텐테 하는 아쉬움이 섞인다.
영화 한산③ 학익진은 해상에서 성벽을 쌓는 진형이 아니다.
이순신의 유인작전에 이은 학익진의 운용은 180도 일제회전(turn) 후 원거리에서 함수에 있는 화포를 이용하여 일제 사격하고, 이어 접근하면서 좌·우 현측의 총통을 이용하여 다가오는 적선에 대해 포탄을 퍼부어 개별 함선이 각개격파하는 전술이다.
이 부분을 소홀했다. 그렇기 때문에 적·아 함선간의 교차로 인한 접전으로 아군의 사상자가 발생하였다. 이 부분은 <장계>에도 나오는데 이런 장면이 잠시뿐이다.
④ 이순신의 여러 <장계>에도 보듯이 일본의 함선은 서로 현측을 잇대어 계류하는 형태를 취하는데 부산항의 함선 정박 등에 그런 왜선의 정박 장면 등 디테일이 아쉽고, 왜선의 누각과 노, 휘황찬란한 각 군영의 깃발 등이 어지러이 바다를 메워야 할 텐데, 그런 함선 운용 등에 신경을 더 써야 했다.
⑤ 영화 “명량”보다 선명한 해전 장면이 묘사된 측면은 고무적이다. CG를 썼든지 실제 기동을 했든지 간에 매끄럽게 해상전투를 재현한 부분은 칭찬할 만하다.
그러나 조선 함대의 주력선인 판옥선을 배제하고 돌격선인 거북선에 집중하여 빠르게 전개하다 보니 판옥선과 왜선 간의 세밀한 각개전투 부분을 놓치고 말았다.
이순신의 <장계>에도 보듯이 한산대첩의 승리는 모든 함선이 동심협력(同心協力)하여 신바람을 일으켜 전투에 몰입하여 얻어낸 결과이지 해상에서 성벽을 쌓듯 적선의 진로나 침투를막아서 승리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 한산7년 전 영화 “명량”을 떠올려 본다. 명량해전에서 이순신이 리더로서 한 역할은 부하들의 두려움을 해소하여 전투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하여 시행한 것이다.
그것은 전투를 많이 해 본 지략가로서의 판단에 기인한 것이었고, 이순신은 자신의 멀티태스킹 능력과 전략적 판단을 스스로 굳게 믿은 가운데 주도적으로 실천한 것이다.
이순신은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었지만,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면 산다는 진리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결연한 행동은 부하들에게 믿음을 주고 전투의지를 고양시켜 뒤로 물러나지 않고 적극적으로 전투에 참여하게 만듦으로써 결과적으로 절대적 수적 열세의 명량해전을 승리로 이끈 것이다.
이순신의 혼신의 노력이 하늘에 닿은 결과였다. 세계가 인정하는 제대로 된 영화 한 편을 만들려면, 이러한 이순신의 고민과 몰입을 좀 더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 몰입의 디테일이 관건이다.
우리 역사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드는 환타지물보다 역사적 사실을 직시하여 큰 교훈과 감동을 얻을 수 있는, 세계에 내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영화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고, 또 역사성을 더하는 부분에는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영화 "한산"은 그런 과정 중에 있다.
추가적인 역사적 사실과의 차이는 조선일보(22.8.1일자), “거북선은 몇 척? 200만 돌파 ‘한산’, 실제 역사와 비교해보니” 등 유석재 기자의 기사 2건을 참고하기 바란다.
세종과 이순신 리더십…한산대첩의 재구성(1)
한산대첩의 재구성2…세종과 이순신 리더십
한산대첩 완성의 안골포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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