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특히 아들에게는 어떤 존재일까. 모 신문사를 운영하는 선배에게 산문집 [어머니, 당신이 있어 살았습니다] 한 권 보냈더니 전화가 왔다. 펴내는 글 제목만 읽었는데 눈물이 터진다는 것이다. 울먹거리느라 잠시 우린 말을 잇지 못했다. 선배 어머니는 두 해 전 세상을 떠나셨다. 괜히 나조차 울리고 만다.
시골에서 생활하는 어머니가 부천 동생집으로 올라오셨다. 90세 생신은 조촐하게나마 온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하기로 하였다. 누구든 어머니를 떠올리면 감정이 충만해질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어머니란 이름 앞에서는 표현이 유치해지기도 한다. 어쩌면 생명의 시원인 어머니 앞에서 자식은 순수해지기 때문일지 모른다.
나는 틈틈이 어머니 이야기를 써왔다. 그것은 자식으로서 어머니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 죄의식과 안쓰러움의 표출이었다. 그동안 써온 글을 정리해 이번 어머니 90세 생신 선물로 드리게 되었다. 산문집 [어머니, 당신이 있어 살았습니다]가 그것이다.
어머니에게 당신 책을 건네자 바로 읽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당신 이야기로만 채웠으니 어떤 이야기들이 있는지 궁금하실 것이다. 90세 어머니가 안경도 없이 독서를 하는 모습이 뭉클하다. 10여 년이 흘러 당신은 까맣게 잊고 있던 이야기도 있을 것이고, ‘남사시럽게 이런 이야기는 뭐하러 썼을까’ 하실 이야기도 있을 것이다.
90세 어머니는 지금도 시골집에서 홀로 살아간다. 홀로 잠들고, 홀로 식사하고, 홀로 마당을 거닐며 홀로 텃밭을 일군다. 아들은 매일 어머니의 잠자리를 챙겨드리고 싶고, 매일 마주 앉아 함께 숟가락을 들고 싶고, 어머니의 손을 잡고 고향 마을 바닷가 산책로를 자주 걷고도 싶다.
하지만 그 잘난 출판사 운영한답시고 어머니와 선뜻 함께 생활하지 못한 채, 어머니를 향해 항상 마음의 까치발만 세울 뿐이다. 가난한 게 죄는 아니지만, 구순 어머니에게 가난한 아들은 언제나 죄인으로 살아간다. 뼛속까지 가난한 삶을 이어왔다. 가난은 내게 숙명이었다.
가난은 아들에게 빙의처럼 달라붙어 있었다. 하지만 가난으로 처절하게 부서져도 그 가난이 부끄러운 것은 아니었다. 아들의 가난은 오직 어머니 앞에서만 부끄러울 뿐이었다. 어느 날 문득 ‘아, 어머니와 함께 살아갈 날이 얼마 안 남았구나.’ 하는 생각이 스치면서 마음이 조급해졌다.
하루빨리 어머니 곁에서 어머니를 챙기며 살아야 하는데, 도무지 어머니와 아들의 거리는 좁혀질 줄 몰랐다. 아들은 늙으신 어머니를 홀로 유폐(幽閉)시키고 있었다. 아마 그때부터 어머니 이야기를 쓰기 시작하였을 것이다.
어머니라는 존재는 세상 누구에게나 소중하지만, 우리가 자주 쓰는 ‘어머니 이야기’는 읽는 이에게 식상할 수 있다. 어머니 이야기는 무수히 쏟아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어머니가 소재가 된 예술은 명작이 되기도 한다. 명화(名畫)가 되고, 베스트셀러가 되고, 명작 드라마가 된다. 어머니가 지닌 가치 때문일 것이다.
이 글이 대단해서 책으로 묶은 것은 아니다. 어머니에게 들은, 어머니에게 느낀 어머니의 자취소리 하나 하나가 아들에게는 너무나 소중하기 때문이다. 특별히 어머니에게 애틋한 분들, 늙으신 어머니를 둔 분들, 가난하지만 세상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과 이 책 속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어머니 뱃속은 우리 생명의 시원이다. 우리에게 어머니를 주신 분은 하느님이다. 어머니를 하느님의 모상(模像)이라고 하는 이유일지 모른다. 어머니는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힘의 원천인 것이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면 살아생전 어머니가 자식에게 남긴 기운으로 사는 것이다.
이 산문집 제목을 ‘어머니 당신이 있어 살았습니다’로 한 이유도, 어머니는 아들이 살아가는 힘이었기 때문이다. 아들은 항상 성모님께 어머니를 지켜달라는 전구를 하였다. 따라서 이 제목의 어머니는 성모님이기도 하다.
세상살이가 너무나 힘들었을 때 아들은 종종 죽음을 떠올리기도 하였다. 하지만 두 자식을 앞세운 어머니를 두고 죽음을 생각할 수는 없었다. 만일 어머니가 안 계셨다면 아들은 자신의 삶을 그만두었을지도 모른다.
당신의 미소가 되어야 하는데 늘 근심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당신의 염려가 기도가 되어 이만큼 살았습니다.
피땀 흘리며 비손하신 그 마음으로 저희가 살아왔습니다.
이 세상 누구보다 먼저이신 분,
좋은 일 생기면 제일 먼저 알리고 싶은 분,
제 삶의 축복이신 분,
눈을 뜨면 자식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분,
세상에서 저를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분,
감사 그 자체이신 분,
하느님의 사랑과 부처님 자비를 깨닫게 하신 분,
그분이 바로 어머니 당신입니다.
아들로서 제 역할을 못해 늘 죄송하지만
더욱 열심히 살아 당신의 미소가 되겠습니다.
https://youtu.be/Esi5Uivau0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