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책읽는 오로라’, 오디오북 메카

by 해드림 hd books

사실 나는 전자책이나 오디오북의 가치를 평가절하 해왔다. 20여 년 출판 인생에서 다루어 온 종이책이, 인간의 시원적 정서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빛의 속도로 변하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책만큼은 아날로그 시스템을 유지해야 하고, 따라서 독서는 항상 종이책이어야 한다는 고집을 지켜왔던 것이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기는 하다. 아무리 훌륭한 전자책이나 오디오북도 종이책의 독서 식감을 극복하기에는 일정 부분 한계가 있어서다.

성우 이향숙 선생님과 성우 은영선 선생님과 인연이 되어 스스로 오디오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면서도, 대문호 조정래 작가 장편소설 [천년의 질문]의 오디오북 소식에 대해서는 다소 시큰둥하였었다.


내가 오디오북의 묘미를 모르는 게 아니다. 성우 이향숙 선생님이 우리 해드림에서 출간한 수필집 [떠난 그대 서랍을 열고]와 자신의 수필집 [블루스타킹]의 낭독을 보내올 때마다 나는 소년처럼 흥분하고는 하였다. 또한, 성우 은영선 선생님이 역시 해드림에서 출간한 자신의 수필집 [사유, 그 진정한 소유]와 목소리 연기자를 위한 실무서 [목소리]를 소개한 녹음 파일을 보내왔을 때 사람의 목소리가 듣는 이에게 어떤 감정을 일으키는지 충분히 체험하였다.

그럼에도 오디오의 가치를 잊은 채 두 분의 성우가 낭독해준 영상들에 시들해 있었다. 어쩌면 매일 종이책과 씨름해야 하는 내 환경 탓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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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독서 유투버 ‘책읽는 오로라’님이 내 산문집 [어머니, 당신이 살았습니다] 일부를 낭독해 영상으로 올렸다는 이메일을 받고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책읽는 오로라’님이 영상으로 만들어 올리는 오디오북을 종종 들어왔기 때문이다. 차분하면서 부드럽고 따스하고, 무엇보다 포근한 오로라 님의 목소리는, 듣는 이로 하여금 푹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 흡입력 있는 책을 읽을 때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듯 한 번 듣기 시작하면 끝까지 듣게 되는 것이다. 종이책으로 읽으면 금세 책을 덮어버릴지도 모르는 글도, 오로라 님의 낭독으로 들으면 완독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오디오북의 매력인 셈이다.

오로라 님의 유튜브 구독자는 무려 2만 8천여 명이다. 이는 책과 관련한 유튜브로써는 대단한 구독자 수이다. 그만큼 역량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오로라 님이 올린 오디오북 영상 조회수도 이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이다. 자신의 유튜브를 이 정도 역량으로 키워내는 데는 각고의 노력이 스며있을 것이다.

책을 직접 낭독하면서 한 시간 남짓하는 오디오북을 제작하려면 책 선정과 그 안의 작품 선정에서부터 녹음과 영상 제작까지 그 수고가 얼마나 들어가야 하는지 나는 누구보다 잘 안다.

저자들은 내가 5~6분짜리 책 홍보영상을 만들어 주면 대부분 얼렁뚱땅 손쉽게 만들어 주는 줄 안다. 솔직히 그런 느낌을 받을 때마다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또한, 잘 만들어진 영상이든 아쉬운 영상이든 애써 만든 영상이니 여기저기 전파해주면 보람이라도 있을 텐데 그조차 외면할 때는 두 번 다시 그 저자의 홍보영상은 제작하고픈 마음이 안 드는 것도 사실이다.


출판사를 운영하는 나는 시간이 돈이다. 우리나라의 어려운 출판시장 환경에서 출판사를 운영하려면 쉼 없이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의 원고를 책으로 출간하는 본 업무 이외도, 출판사에는 내가 처리해야 하는 온갖 잡무가 수두룩하다. 그러다 보니 책 홍보 영상은 직원들의 퇴근 후나 휴일인 주말에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만들곤 한다. 내가 만들어 내는 5~6분짜리 영상 제작도 이러할진대, 오로라 님이 한 시간 전후 분량의 오디오 영상을 제작하면서 소비해야 하는 시간과 노고는 가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오로라 님의 유튜브 역량이 이러하다 보니 책을 출간한 누구나 오로라 님의 유튜브에 자신의 오디오북 영상도 올라오기를 바라게 된다. 하지만 누가 부탁해서 오디오북을 제작하는 게 아니라, 오로라 님이 책을 직접 선택해서 제작한다는 것을 이번에야 알았다. 책도 저자에게 받는 게 아니라, 직접 서점에서 구매한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다. 아마 이런 것이 유튜브 [책읽는 오로라]의 가치와 존재감을 더욱 높여왔을 것이다.

내 보잘 것은 글이 오디오북으로 만들어지고서야, 나는 오디오북의 가치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유튜브 [책읽는 오로라]가 OECD 국가 중 독서율 꼴찌라는 우리나라 독서 인구를 늘리고, 그에 따라 날이 갈수록 삭막해지는 우리 국민의 정서를 충만하게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귀한 시간과 노고를 들여 산문집 [어머니, 당신이 있어 살았습니다]를 오디오북으로 제작해 준 유튜버 오로라 님에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끝으로 유튜브 [책읽는 오로라]가 지금보다 더욱 구독자가 늘어 대한민국의 독보적인 독서 유튜브로 굳건히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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