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처 대표님과 소주 한 잔 하다보니 어머니에게 전화 드리는 걸 깜박했다. 저녁 7시 전후로 매일 어머니께 전화를 드리는데, 내가 깜박할 때는 어머니가 내게 전화를 한다. 전화를 못 드리면, 늘 애가슴인 아들에게 무슨 일이 있나 싶은 90세 어머니다.
어머니와 통화를 한 후 집으로 돌아와 다시 휴대폰을 꺼내니 어머니의 부재중 전화가 찍혀 있다. 내게 할 이야기가 있었는데 못하셨나 보다 싶어 다시 전화를 드렸더니 대뜸 물어보신다.
“얘가 바람피운다는 말이 무슨 말이냐.”
“예? 바람요? 무슨 말씀이세요?”
“바람피우는 이야기를 시집에다 써두면 남들이 볼 텐데…. 니 시집에 있더구나. 그 시 읽고 요즘 며칠 잠을 못 잤다.”
며칠 잠을 못 잤다는 어머니 말씀에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더니 내가 그꼴이다.
“아, 어머니. 그거요. 비유적으로 쓴 거예요.”
가는귀도 어두운 어머니가 ‘비유’라는 말을 얼른 알아듣기나 하였을까. 마누라 바람피우는 이야기를 까발리듯 시집에다 실었으니 어머니는 내가 무식하고 한심한 것보다는,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할까 염려부터 하셨던 모양이다.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는 지인을 소재로 한 것인데, 지금 다시 읽어보니 어머니는 충분히 오해할 만한다.
나는 불효자식에서 벗어날 수 없는 모양이다. 하다하다 못해 이제는 글로 불효를 하다니.
아내가 바람을 피웁니다
아내가 바람을 피웁니다
나보다 더 사랑하는 이가 있습니다
처음 만날 때부터 끼가 있었습니다
살아가면서 가난해질수록
아내는 더 매달렸습니다
다투기라도 하는 날
그의 품에 안겨 위로받는 거 같았습니다
홀로 밥 차려 먹는 날이 잦았습니다
외로움으로 밥을 말았습니다
일주일이면 서너 번씩
아내의 자리는 비었습니다
내게 줄 용돈은 없어도
그에게 줄 돈은 챙겼습니다
때가 되면 마음이 떠납니다
오붓한 저녁을 청해도
매정하게 뿌리쳤습니다
거울 앞에서
마음이 들썽해지는 아내를 봅니다
때로는 밤을 지새우고
충혈된 눈으로 돌아왔습니다
속상했지만 침묵하였습니다, 그러나
아내와는 헤어질 수 없습니다
아내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나도 아내의 그분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아내보다는 못하지만.
https://youtu.be/Gjog79Dxj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