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헤어지기가 헛헛했던 마음에
울음자국 남은 얼굴로 다들 모였다
죽고 싶어도 살아야 하냐, 그 말에
누군가는 죽는 것도 귀찮다고 했고
누군가는 죽는 게 죄가 될 거라 했고
누군가는 살다 보면 살아진다고 했다
죽을 만큼 힘들었던 시절들에 취하고
배가 부르도록 먹고 마시고 떠들다가
내일의 출근을 걱정하며 다들 떠나고
심장 가득 채운 눈물이 얼어 얼음이 될 때까지
따뜻하지 않았던 날들에 대해 뭐라고 해야 할까
너를 배웅하고 오는 길, 눈이 흐려 발이 엉켰다
잠시 울고 금세 잊고 다시 잘 살아가겠지 다들
이 별에서 이별쯤이야 버스를 놓치는 것과 같아
문득 무심한 무정함이 무서워졌다 흔적조차 없는
난 믿어 넌 끝까지 세상의 손 붙잡고 매달렸겠지
살고 싶다고 살아보겠다고 살려달라고 애원하며
꿈을 담보로 빌려 쓴 것들의 채무감에 시달렸겠지
난 알아 마침표 하나도 함부로 찍지 않는 너란 걸
쓰다 만 너의 생애를 흐려진 눈으로 읽는, 저물녘
자꾸 발이 엉켜 구부러진 길이 엉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고 멈춰 서서
허공을 향해 건네는 허허로운 눈인사
잘 지내, 거기선 아프지 말고 슬프지 말고
어딘지 모르지만 부디 여기보다 행복하길
우리의 눈빛이 서로를 향해 허공 속에서 잠시 마주친, 저물녘
이건 나의 슬픔을 읽어준 너에게 건네는 마지막 작별인사야
사진 속에 웃고 있는 나에게 네가 물었지
'이제 편안하니... 괜찮아?'
그때 나는 너의 젖은 눈동자 속에 가만히 머물고 있었어
슬퍼하지 마, 이 별에서 우리가 나눈 서투른 이별 앞에
그 허허로운 눈인사가 너무 아파서 잠시 후회할 뻔했어
정작 너를 품어주며 내가 더 크게 울어줘야 할 것 같았어
왜냐고 왜 그럴 수밖에 없었냐고 묻지 않던 건 너뿐이었어
나의 아픔을 헤아리며 내 삶의 마지막 문장을 읽어주던 너
참을 게 너무 많았던 시간을 견뎌낼 때마다 위로해 주던 너
네가 곁에 있어서 그래도 따스했어, 고마워... 부디 잘 지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