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로 쓰는 시 #5 > 나의 아저씨

by 제이엘 JL

<드라마로 쓰는 시 #5 > 나의 아저씨


-지안-

기울어진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쏟아져버린 날

장 어둡고 눅눅한 기억의 밑바닥으로 추락


나는 내가 싫어요 가끔 진저리쳐지게 내가 싫어요

내 나이보다 무거운 빚을 안고 빛을 잃은 지옥 속에서

차갑게 등 돌린 세상에게 비굴하게 사랑을 구걸하며

밟히고 또 밟혀 이제 그림자조차 구겨진 채 사는 나


-동훈-

너였니, 혼자 웅크리고 있는 작은 그림자

상처투성이 어린 짐승의 처연한 그 눈빛

발걸음 소리만 들어도 삶이 무거운 사람


나도 너처럼 때때로 내가 싫어 견딜 수 없었어

그 무엇도 아닌 사람이 될까 봐 불안하고 두려워

닳아빠진 마음으로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살뿐

어른이라는 무게가 등을 짓눌러 휘청대는 오늘도

어떻게 사는지 모르겠어, 누구나 다 모르고 살아

죽지 못해 산다는 말이 가장 슬픈 농담인 이 세상


-지안-

부서진 나를 다시 붙이면 제대로 살 수 있나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다 지울 수 있나요

내가 좋은 사람이라는 말에 주저앉아 울었던 건

누구도 내게 해준 적 없는 말, 듣고 싶었던 말이라


어둠을 밝혀준 작은 성냥불빛은 금세 꺼지겠지만

고마워요, 내 밑바닥 인생을 잠시 따뜻하게 해 줘서

다시 한번 살아보고 싶어요,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사람이 무서웠지만, 이제는 기대어 사람을 믿으며


-동훈-

다 잃어도 조금씩 채워가며 살면 돼

두려워도 이제 눈 감지 말고 바라봐

흐린 불빛을 따라 천천히 길을 찾아가 보렴

부서진 삶도 얼마든지 좋은 삶이 될 수 있어

너에게 등 돌린 건 세상이 아니라 너 자신이었어

아무것도 아니다, 그 말이 너를 자유롭게 할 거야

네가 너를 버리지 않으면, 신도 너를 버리지 않아

따뜻한 세상을, 너에게 찾아올 행복을 이제 믿어봐


'지안(至安), 편안함에 이르렀는지... 부디 이르렀기를...'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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