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잃고 나는 날마다 책을 먹어요
내 속에선 수많은 나무들이 자라나고
바람 부는 날이면 우우 자꾸 울어대죠
기억이 툭, 떨어질 때마다 놀라곤 해요
과식한 책을 가끔 토해내 다시 읽어요
붉은 글자들이 온 집안을 기어 다녀요
나는 점점 말을 잃고 말은 점점 나를 잊고
책을 먹고 책을 입고 책을 덮고 잠들어요
모르는 누군가 창문을 두드리며 물어요
살아있냐고 아직 살아있냐고 묻다 가요
굳어가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하자
목에 맨 끈을 풀어요 깊은숨을 내쉬며
침묵을 해독해 줄 책을 몇 알 삼켰어요
붉은 글자 하나가 빈 가슴에 새겨져요
꿈인지, 끝인지 선명히 보이지 않아도
어제 쓰다만 일기를 다시 써야겠어요
사라지고 싶어요,라고 썼다 지우고
살아보고 싶어요,라고 써요 오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