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L의 시) 현생 탈출 달팽이

by 제이엘 JL

<현생 탈출 달팽이>


슬리핑백 속에 누워 바라보는 별빛

지붕 없는 밤의 품이 깊고 아늑했다

지켜야 할 게 더 잃을 게 어지니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 놀랍게도


나는 나로부터 멀리 도망치고 싶었나

나를 찾기 위해 먼 길을 떠났던 건

묵언의 경전을 외우며 걷고 걷다가

어둠에 발자국이 지워질 때쯤 멈춰

온종일 날 짓누른 등짐 속에 숨었다


어느새 곁에 와 누운 바람이

후 후 귓속에 몰래 속삭였다


넌 아직 멀었다

사람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


얼마나 더 가야 끝에 닿을까

걸음이 숨인 저주에 걸린 듯

꿈에서도 나는 먼 길을 걸었다

날아가던 새가 다꾸미, 다꾸미

암호 같은 울음을 떨구 사이


깨어나고 싶었지만

눈이 떠지지 않았다

나를 흔들던 바람이

우는 소리를 들었다


온 길만큼 걸어 돌아가야지

더듬더듬 네가 있는 집으로


달팽이가 된 꿈을 꾸었어

난 죽을 힘을 다해 걸었어

난 죽을 힘을 다해 살았어


단단해진 내 등을 어루만지며

너는 따뜻하게 위로해 주겠지


괜찮아

다 꿈이야


울지 마

다 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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