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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음날 Mar 03. 2023

11. 주말이라는 관념적 저주

리셋_출간_나의 인생을 바꾼 습관

주말과 휴일은 소중하다.

당연히 모든 사람은 주중에 일을 하고 주말에 쉬어야 한다. 

성경과 코란 헌법에도 명시된 강력한 사항이다. 

의무적으로 쉬는 날을 정해두고 쉬는 것이다. 


열심히 일하고 휴식을 취하고 다음 주의 에너지를 얻는 휴일

불현듯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다.


토요일과 일요일, 휴일이라는 것에 대해 본질적으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왜 쉬는가?

일을 했으니 쉰다.

일을 하지 않으면 안 쉬어도 되나?

아니다. 쉬어야 한다.

왜?

남들이 쉬니까.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 하니까.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직장을 다닐 때는 오로지 월급을 받는 날과 쉬는 날만을 고대하며 한 달을 살아갔다. 

얼마 되지 않는 월급이 통장에 입금되는 것을 보며 씁쓸한 입맛을 다신 기억이 다들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빠져나가는 공과금과 카드값 통신비 교통비등을 보면 어찌나 크게 뭉텅이로 빠져나가는지 마음이 아플 지경이었다. 

사고 싶은 물건과 한 달간 먹고살아야 할 귀중한 식량을 구비해야 하는 일들은 결국 다음 달에 해야 할 노동에 나를 저당 잡히고 만다. 

직장인들의 애환을 담아 회식을 한차례 결제하고 돌아오는 길 얼큰한 취기에도 오늘 먹은 음식과 술값이 아까웠던 적도 있다.      

이럴 거면 집에 가서 혼자 맥주나 한잔할걸.

우리는 소소한 행복을 유지하기 위해 돈과 시간을 먼 미래에 위탁해 둔 상황 속에 스스로의 행복을 갉아먹고 산다.      


주체적으로 내 삶을 살아가겠다는 생각 속에 불현듯 떠오른 장애물은 주말이라는 개념적 휴식이었다. 

우리는 평생 동안 일요일 하루라도 쉬자는 생각으로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전날을 흥청망청 보내게 되었다. 

불토는 언젠가 불금으로 바뀌었고 우리는 이틀간 쉬면서 이틀간의 징검다리를 건너야 했다. 

쉰다고 사실 휴식을 취하는 직장인은 거의 없다. 

오히려 일을 할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쏟고 피곤함과 덜 쉬었다는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일터로 돌아온다. 


법적으로 정한 휴일에 대해 나는 아직도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런 최소한의 장치도 없었다면 악독한 고용주들로 인해 착취당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늘어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 주말에 대한 개념적 휴식을 탈피하기로 했다. 

하루 중 일정 시간을 휴식에 쓰면 에너지를 충전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늦잠을 자거나 밤늦게 술을 마셔도 되는 날은 없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일주일을 균일하게 한 달을 일 년을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똑같은 아침 루틴을 가져가기로 한 것이다. 


일관된 루틴을 지키기 위해 전날의 저녁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했다. 

만나는 사람도 줄여야 하고 술자리도 가급적 가볍게 끝내야 했다. 


당분간일지 어떨지는 몰라도 나는 오전에 글 쓰는 시간이 요즘 하루 중 가장 소중한 시간이다. 

이는 나의 뇌가 시원하게 샤워를 하는 시간이다.    

 

휴일 쉬지 않고 일로 채우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마음속에 당연히 쉬는 것으로 세뇌된 노예시대의 산물을 개념적으로 탈피해 보시길 추천드리는 것이다. 


휴일에 반드시 쉬어야 하는 것으로만 알고 빈둥대며 시간을 허비하지는 않았는가. 

진정한 중노동에 시달리며 휴일이라도 쉬어야 하는 사람과 같이 아주 소프트한 저강도의 노동시간을 보내고 마치 광산의 광부와 같은 피곤함을 떠안았다 생각하며 주말을 잠으로만 보내진 않았는가.

사실은 전날의 술자리 때문이라고 해도 피로의 대부분은 노동 때문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는가.


일관되며 의식적인 습관과 루틴으로 강건한 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오늘의 아침과 어제의 저녁이 가장 중요하다. 

같은 시간에 자고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주말 또한 그렇게 해야 한다. 

고통스러운 결정이 될지 어떨지는 개인의 선택에 달려있다. 


습관과 루틴을 강건하게 하려면 앞으로 남은 인생의 모든 날을 동일하게 살 각오가 있어야 한다. 

정해진 시간에 자고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야 한다. 

일정 시간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운동을 해야 한다. 

하루도 쉬지 않아야 한다기에는 너무 가벼운 일들이다. 겁먹을 건 없다. 


휴일도 주말도 언제나 똑같은 시간에 말이다. 

규율만이 자유를 극대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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