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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음날 Mar 03. 2023

12. 일관되게 일어나고 잠드는 습관

인생에 가장 중요한 건 아침에 눈을 뜨는 것이다. 

당신이 아침에 눈을 뜨지 않는다면 하루는 시작하지 못한다. 

미래의 어느 날 우리는 아침에 눈을 뜨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필연이다. 

평생을 당연하게 아침마다 눈을 뜬 당신은 눈을 뜨지 못하는 당신에게 어떤 감정을 가질 것인가?

어제 보낸 하루에 대해 당신은 어떤 마음을 가지고 남겨진 가족에게 당신은 어떠한 말을 하고 싶을 것인가?


'잘할걸. 행복하게 살아. 사랑한다.'


답은 정해져 있다.

가족에게도 나에게도 잘해야 한다. 사랑한다고 말했어야 한다. 

하지만 위 두 가지는 우리가 평소에도 매일 할 수 있는 일들이다. 

하루를 충만하게 후회 없이 잘 살아내는 것. 잠들기 전 가족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

나는 남은 인생을 제대로 잘 살기로 결심했다. 

가족들에게 매일밤 사랑한다고 말해주기로 했다. 


나는 6시에 일관되게 일어나기로 결심했다. 

이건 내 인생에 있어서는 굉장한 사건이요 충격적인 결정이었다. 

새해를 넘기고 6일이 지난 시점에야 겨우 용기를 내어 당장 '내일부터 할 거야!' 라며 굳은 결심을 했다. 

초등학교를 다니는 나의 아이들이 7시 30분에 일어난다.

그에 비하면 어른인 나는 상당히 보잘것없는 목표를 세운 것이다. 


7시에 일어나는 것에 대해서는 상대적인 비교를 우선 배제해야 했다.

누군가는 4시 30분에 일어난다는 사실과 비교하는 일은 무가치했다.

똑같은 사람이 하나도 없듯 사람은 각자 리듬이 다르다. 

나는 평생을 불규칙하게 살아왔다.

잡다하고 재밌는 일을 하느라 최대한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게 기본값으로 설정되어 살아온 사람이었다. 

나를 바꾸고 새롭게 프로그래밍하기 위해 아침에 일관되게 일어나는 건 나라는 인간을 다시 코딩하는 데 있어 가장 중추적인 OS를 다시 재설치하는 것과 다름없는 중압감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예전에 이미 여러 차례 실패한 경험은 이런 결정에 부정적인 압박을 주기에 충분했다.


주말과 휴일 모두 앞으로 남은 여생의 모든 아침을 6시에 일어나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 우선은 7시에 일어났다.

실패를 없애기 위해 최대한 시간을 늦추고 일관된 시간에 일어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35일이 지나자 5분을 앞당겨 6시 55분에 일어날 수 있었다.

57일 후 첫째 아이가 개학을 하고 둘째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식을 하는 날 자연스럽게 6시에 알람을 맞추고 일어날 수 있었다. 

글쓰기 시간이 줄어들 것이 염려되기 시작했고 여전히 탁상시계는 6시 55분에 울리게 되었지만 핸드폰은 6시에 맞춰두곤 마음의 준비를 하곤 했다. 

그리고 3월 2일 아침부터는 마치 당연한 듯 6시에 일어나게 되었다. 


남은 인생의 모든 아침을 6시에 일어날 것이다. 이건 휴일도 주말에도 언제나를 뜻한다. 


나는 전형적은 슬로 스타터이자 야간 올빼미 체질이다. 

체력이 다할 때까지 놀고 일하고 늦게까지 유튜브를 보다가 기절하듯 잠에 든다.

다음날은 눈떠질 때까지 자다가 허리가 아파야 일어나는 잠꾸러기이다.

 

이러한 수면습관이 얼마나 무절제하고 건강을 해치는지는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다행히 담배연기를 안 좋아해서 담배를 피우는 습관이 없는 건 천운이었다.

담배까지 피웠다면 나는 애진작에 어떻게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알람시계를 멀리 두고 침대에서 끄러 나오고 세수를 하기까지가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하지만 세수를 하고 양치를 하고 찻물을 끓이고 스쾃 15개를 하고 차 한잔을 들고 책상에 앉았을 때의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욕심을 버리고 예전의 시도와 실패의 요인을 떠올려 보았다. 

미라클 모닝을 한답시고 4시에도 5시에도 일어나 보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곤 했다.

이번에는 다르게 접근했다. 먼저 일관되게 일어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그게 아침 7시였다. 


나는 7시에 일어나기 위해 가장 먼저 환경을 바꾸었다. 

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내방을 만들고 아들에게 사준 2층 벙커침대를 빼앗았다. 

7시에 일어나 시끄러운 알람을 끄기 위해 책상 앞까지 내려온다.

침대에서 알람을 끄고 화장실을 가기까지의 시간은 정말이지 지옥에서 나의 육신을 끌고 나오는 느낌이었다. 

다시 포근한 이불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정말 미칠 듯이 몰려왔다. 

작은 계단을 내려가며 나는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라고 수없이 되뇌며 내려간다. 

화장실로 향하고 세수를 하고 양치를 하기까지가 너무나 힘들다. 

그나마 한 번도 이불속으로 들어가지 않은 건 바로 침대가 2층에 있어서이다.      

계단을 다시 올라간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난관이었다.

아마도 무릎 높이의 침대였다면 언젠가 술을 마신 다음날 자연스럽게 알람을 끄고 포근한 침대 위로 몸을 던졌을 것이다.      

제약을 위한 장치가 필요했다. 

나에게는 그게 마침 2층 침대였고 잠자리가 바뀐 이틀을 제외하곤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무조건 7시에 일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낮잠을 잘 기회가 생긴다면 꿀맛 같은 낮잠을 잘 수 있는 체질이 되었다.

나는 평소에 낮잠을 한번 자게 되면 도무지 깰 수도 없었고 깬다 해도 이후의 컨디션이 아주 엉망이 되곤 했다.      

아침에 일찍 일관된 시간에 일어나는 것만으로도 수면의 질을 개선되었고 매일 아침 글쓰기와 책을 읽는 충만한 아침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우리 삶은 유기적이다. 모든 삶은 포기하고 군대처럼 수도승처럼 취침과 기상 시간을 매일 정확히 지키자는 권유는 하고 싶지 않다. 

다만 일어나는 시간만 잘 지키고 잠에 드는 시간과 낮잠을 잘 활용한다면 충분히 고통스럽지 않은 일관된 기상 습관을 지켜낼 수 있다. 


7시에 일어난 지 정확히 57일 후에 6시에 비교적 힘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게 되었다. 

처음 한 달 동안은 내려올 때마다 지옥에서 육신을 끌고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지금은 아주 당연하게 가벼운 마음으로 침대를 내려온다. 

6시에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는데 정확히 57일이 걸렸다. 



두 번째 난관 핸드폰 없이 잠들기


일어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잠들기이다. 

잠이란 과학적으로 뇌가 쉬는 시간을 말하기도 하지만 하루동안의 스트레스와 압박 관계로 인해 생긴 노폐물들을 비워내는 시간이다. 

자기 전에 하루동안 생긴 분한 일이나 부당한 기억 이상한 사람을 만나 생긴 상처등을 모두 생각하며 잠에 들것인가.

만약 운수가 나빠 모든 일을 겪었다 해도 단전호흡과 명상 등의 방법을 통해 낮 동안의 모든 앙금과 분노를 가라앉히고 잠에 들어야 한다. 

물론 이상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달리 설명할 길도 없지 않은가.


대원칙이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들기이다. 

잠들기 한 시간 전부터 스마트폰을 보지 않는 것이 좋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언어를 공부하거나 정 여의치 않다면 피로도가 높지 않은 영상을 봐야 한다. 

선정적이거나 폭력성이 높아 아드레날린을 솟구치게 하는 영상이나 게임은 수면에 도움이 안 된다. 

그리고 수면에도 분명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

똑바로 누워 하루를 돌이켜 보며 괜찮은 하루를 보낸 것에 대해 감사해야 한다. 

그리고 잠의 목적에 대해 생각해 보면 좋다. 

나의 경우는 우선 두 가지를 생각하며 잠에 든다.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한 내 삶의 사명은 무엇일까?라는 질문

그리고 잠을 깊게 자고 충분한 에너지를 얻고 아픈 몸이 치유되기를 염원하며 잠에 든다. 

참 신기하게도 6시에 알람을 맞추어 두었지만 5시 40분 즈음에 잘만큼 잔 신체는 잠에서 깬다. 

찌뿌둥하고 피곤에 절어서 깨는 것이 아니라 회복을 마친 신체가 알아서 잠에서 깨는 것이다. 

굳이 더 잠을 청해 자야 한다는 강박이 사라졌다. 

우리는 하루 7시간은 가량은 수면을 취해야 한다. 

6시간 30분만 자다가 말끔히 깼다고 하여 30분을 더 잘 이유는 없다. 

회복이 다 되었다면 침대에서 즉각 일어나고 더 이상 잠을 청하지 말아야 한다. 

언젠가 꿈에서 내 삶의 사명 또한 찾아낼지 모른다. 


3월 8일 밤 6시에 일어난 지 6일 후이자 63일 차 나는 그토록 염원하던 11시에 아무것도 안 하고 잠들기에 성공했다. 

10시부터 책을 읽다가 피곤함을 느끼고 11시 정각에 아무것도 안 하고 똑바로 누워 잠에 든 것이다. 

이것 또한 하나의 사건이었다. 

나는 늘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로 게임영상을 시청하며 기절하듯 잠에 드는 것이 습관이었다. 

내 기억으로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TV와 핸드폰이 없이 잠든 기억은 단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유튜브가 없던 20대 초반에도 TV로 스타크래프트 게임 방송을 보며 잠을 청하던 버릇이 그대로 이어졌다. 

아침에 일관된 시간에 일어나는 습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된 시간에 자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잠을 끊어내는 습관이라면 저녁에 일관된 시간에 잠을 자는 것은 스마트폰을 끊어내는 습관이었다. 


단순히 의지력만으로 11시에 아무것도 안 하고 잠에 들었다는 건 무리가 있다. 

이를 실행할 수 있었던 두 가지의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행사장 답사가 있어 지하철을 타고 오랜만에 피곤한 하루를 보낸 것이다. 

두 번째는 얼마 전 세차장을 갔다가 카드를 잃어버려서 분실신고를 했다. 

애석하게도 유튜브 프리미엄 결제가 끊겼고 나는 귀찮은 마음에 카드등록을 미루고 구독을 하지 않고 있었다. 

유튜브 프리미엄을 구독하지 않자 수많은 광고를 억지로 시청하게 되었고 나는 유튜브를 시청하는 건지 광고를 보는 건지 모를 지루함이 밀려왔다. 

그렇게 흥미를 잃어버리자 핸드폰에 손이 안 가기 시작했다. 


피곤한 하루를 보내고 핸드폰에 손이 안 가는 불편을 초래한 것으로 아주 오래된 습관을 하루라도 안 할 수 있었다. 


이렇게 단 한번 성공한 스마트폰 없이 잠들기에 성공한 이후로는 쭉 습관을 지속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수면의 질이 좋아진 점이 아주 만족스러웠다. 

게임을 하거나 영상을 보며 잠을 자면 자는 와중에도 눈앞에 섬망이 비치거나 게임을 하는 꿈을 꾸곤 했다. 

여행 영상을 한창 볼 때는 밤마다 해외여행을 하는 꿈을 꾸곤 했다. 

게임을 하고 해외여행을 하는 꿈을 꾸는 건 좋은 일인지 모르지만 아침이 피곤한 건 피할 수 없었다. 

아주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잠을 잘 때는 잠만 자야 한다. 

양질의 수면에 대한 장점을 나열하는 건 의미 없는 일이다. 

나는 11시에 자고 6시에 일어난다. 

이것은 내 인생에 정말 중요한 이정표를 세운 느낌을 갖게 했다. 

나는 하루 7시간 수면을 취하고 17시간을 충만하게 후회 없이 살면 되는 과제를 넘겨받았다. 

책으로 따지면 목차를 쓸 수 있는 페이지를 받아 든 셈이다. 

목차는 책의 뼈대이다. 

나는 43년 만에 하루를 계획할 수 있는 동그란 시간표에서 기상 시간과 취침시간에 선을 그을 수 있었다. 


6시에 일어나 화장실을 간다. 

양치를 하고 세수를 하고 가글을 한다. 

물은 한잔 마시고 가벼운 스트레칭을 한다. 

책상에 앉아 마인드 시트를 출력하고 아침의 루틴을 체크한다. 

명상과 내 몸 돌보기를 한다.

목표와 감사한 일을 적는다. 

평일에는 7시 30분까지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아침을 차리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다.

아이들이 학교를 가지 않는 휴일에는 9시까지 책을 읽고 글을 쓴다.

함께 간단히 아침을 먹는다. 


나의 모닝 루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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