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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음날 Mar 06. 2023

13. 가장 어려운 건 나를 설득하는 일

하루 스쾃 100개보다 하루 스쾃 1개가 유익한 이유

나는 배움이 적고 태생적으로 고지식하고 앞뒤로 꽉 막힌 사람이다. 

그런 나를 움직이는 데는 아주 많은 수고와 노력이 필요했다. 

나를 설득하느라 에너지를 다 써야 했고 마음을 이끌어 내기 위해 원하는 건 다 들어주어야 했다.

마음껏 실패하고 마음껏 게으름을 부리게 둬야 하고 마음껏 아프고 마음껏 낮잠을 즐기게 둬야 했다.

갈증이 풀리고 난 후에야 무엇이든 미련 없이 다음 챕터로 넘어가는 아주 못된 습성을 지녔다.  

진심으로 내 마음이 수긍할 때까지 바닥을 찍어서 꼭 확인을 시켜줘야 겨우겨우 한 가지 일에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내 고집을 꺾어 내다 버려도 좋을 강력한 동기와 이유, 시간이 필요했다. 


'6시에 일어나도 될까?'


'아니.'


나는 내 몸으로부터 단박에 안된다는 답을 얻었다. 


최근의 식당을 운영하며 나는 3년 가까이 아침 10시가 넘어야 겨우 일어나는 사람이었다. 

20년 넘는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주말과 휴일만을 고대하고 월급날만을 기다리던 사람이었다.

밤에는 새벽 1시 2시가 넘어서 잠을 이루었고 거의 매일 저녁 늦은 저녁을 빙자한 야식과 맥주를 곁들이곤 했다. 쉬는 날에는 여지없이 12시가 넘도록 늦잠을 자곤 했다. 


이런 사람이 갑자기 아침에 일찍 그것도 6시에 일어나겠다 하니 나 스스로도 거부감이 드는 건 둘째치고 자신감이 없었던 것이다.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미라클 모닝이랍시고 5시에 일어나 조깅을 했던 20대의 어느 날이었다.

비싼 러닝화와 체육복을 상하의로 맞추고는 고작 3일을 뛰고 나가지 않았다. 

훗날 러닝화는 경화되어 바스러져 버려질 정도로 지독하게 운동을 하지 않았다. 

5시에 일어나고 비싼 러닝화가 버려진 기억은 깊은 실패의 기억으로 남았다. 


'나는 아침에 일찍 못 일어나는 사람이야.'라는 인식이 깊게 각인되었다. 


아침 5시에 일어난다는 결심과 의도는 매우 좋은 것이다. 

하지만 5시에 일어나 졸린 눈을 비벼가며 매일 책을 읽을 의지는 일어났다는 의지력과는 별개의 것이다.

사실 아침의 의지보다는 잠들기 전의 시간을 포기하지 못했다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매일 이어지는 술자리와 매해 출시되는 신작게임과 영화,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 등으로 나는 매우 분주하고 재미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재미있는 저녁을 포기하는 건 젊은 날의 나에겐 너무나 가혹한 일이었다. 

나는 성공하고 싶은 마음에 비례할 만큼 절실하지 못했고 쓰디쓴 노력보다는 달콤한 쾌락의 시간을 훨씬 더 선호하는 보통의 평범한 사람이었다.


나는 인생을 바꾸기 위해 습관을 만들어 가며 깨달은 바가 있다.

나란 사람은 정말이지 비효율의 극치이며 아주 아주 설득이 어려운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아챈 것이었다. 

관성과 쾌락으로 절여진 습관은 도무지 떼려야 떨어지지 않았다.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고 방식을 바꾸어 노력해 보아도 도무지 포기할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전략을 바꾸었다. 

나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고 조바심을 내지 않으리라는 마음을 먹은 것이다. 

동시에 확고한 전제만은 잊지 않았다. 

나는 100일간의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나를 반드시 바꾸고야 말겠다는 결심 말이다.

그리고 그 결심을 앞으로도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곤 한다. 


여러 연구를 통해서 나온 결과이지만 아주 작은 습관도 정착에는 최소 18일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보통은 225일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연구결과도 있고 평균 66일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동일한 습관이 개개인마다 다르게 적용되는 것은 우리 모두가 다른 성향을 지녔기 때문일 것이다. 

나에게 맞는 습관을 나열하는 것은 쉽다. 

아침에 일어나고 운동하고 공부하고 좀 더 나은 나를 위해 노력하는 모든 일들 말이다. 

하지만 그것을 꾸준히 지속하고 정말 나를 바꾸는 것은 강력한 동기와 꺾이지 않는 의지력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일 것이다. 

누구나 자신을 설득하긴 어렵다. 

설득이 어려운 대표적인 이유는 목표가 너무 거창하거나 무겁기 때문이다.

하루에 1만보를 걷고 스쾃 100개 하겠다는 목표와 결심은 1회성이다. 

하지만 내 몸은 만보 걷기와 스쾃 100개를 견뎌야 한다 그것도 매일 말이다. 

이런 형태의 목표는 건강을 위한 목적보다도 한 개인에게 부여된 시련과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내 몸은 이런 시련과 같은 감정을 고통이라 규정지으며 극도로 거부한다. 

내 몸이 시련과 고통으로 규정짓지 않을 아주 쉬우면서 건강에는 도움이 되는 정도의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에 스쾃 1개를 한다거나 기상 후 침대에서 플랭크 10초를 한다. 

명상을 10분 하는 것이 아닌 호흡을 1회 하는 것처럼 말이다. 

거부감이 없고 부담 없는 작은 행동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의 신체는 그렇게 익숙해진 행동을 필연적으로 잘해보려는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건 그냥 두면 알아서 되는 지경이니 그때부터는 나를 말려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된다. 

나는 매일 스쾃 15개로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바꾸려는 사람은 언젠가는 바뀌고야 만다. 

나를 설득하는 것에는 없다. 

작게 시작하고 끝까지 하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다. 

즐겁고 작고 부담 없이 시작하자. 


기상 후 이불 개기

책 한 페이지 읽기 

명상 호흡 1회 하기 

물 한잔 마시기 

감사한 일 1개 쓰기


정말 작고 간단한 일을 10일만 해보는 것이다. 

10일 후 부담스럽다면 한두 가지를 빼도 된다. 

명상호흡 1회 하기 

물 한잔 마시기만 해도 좋다. 

충분히 할만하고 괜찮다면 가짓수를 늘리거나 목표치를 아주 조금만 상향하면 된다. 


명상호흡 3회 하기 

스쾃 1개 하기

스트레칭하기

관절 마사지 하기 등이다.


아주 작은 일로 나를 꼬드겨야 한다. 

쉽고 작은 일을 쌓아나가는데 목표를 두어야 한다. 

어느 순간 당신의 몸이 당신의 든든한 지지자로 변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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