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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음날 Mar 07. 2023

09. 심리적 신체적 기복이 심한 유형

더 이상 기분의 파도에 출렁이는 나를 그냥 내버려 두지 말라.

나는 기복이 아주 심한 편에 속한다.

신체적으로도 에너지의 기복이 심하고 당연하게도 심리적인 동요도 오락가락하는 진폭이 크다. 

열정과 냉정을 오가는 파동이 위아래로 크다 보니 어느 날은 열탕 속에 빠진 사람처럼 정열적이고 어느 날은 당장 세상이 망할 것 같은 침울한 기분에 휩싸여 음울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변덕이 심하고 기분에 따라 충동적인 결정을 하는 경우도 많다.


20대 중반 나는 골프에 입문했다.

골프를 배우며 필드를 나가고 스크린 골프를 치며 나는 나의 기복이 심한 성향에 대해 완벽하게 알게 되었다.

마른 체질이라 몸의 중심이 흔들렸고 잡생각이 많은 타입이라 작은 트러블에도 멘털이 심하게 흔들리곤 했다.

어느 날은 싱글에 가깝게 치고 어느 날은 100개를 훌쩍 넘기기도 했다. 

살이 찌지 않는 마른 사람답게 추운 날은 몸이 떨려 공이 안 맞았고 더우면 체력이 달려 공이 맞지 않았다. 

내기에서 지면 돈이 아까워서 공이 안 맞았고 돈을 잃으니 선배들의 농담에도 날카로워졌다. 

그러면 게임은 수렁으로 빠지는 것이다. 

20년 가까이 고통받고 이제는 골프 장비를 모두 처분하고 골프를 치지 않는다.

나의 성향에는 골프보다는 축구나 농구, 러닝 같은 단합운동이나 뛰어다니는 운동이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골프가 나의 적성과 성격에 맞지 않는데 미래를 위해서 언젠가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배웠었다. 운동을 하는데 즐겁고 행복하지 않았다. 장비를 갖추고 레슨을 받고 연습장을 끊는데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었다. 당장 먹고 살기조차 버거운 상황에서 이런 상황은 나의 심리를 극단으로 치닫게 했다. 

나는 골프를 잘 치면 부자와 성공의 반열에 오르는데 도움이 될 거라 믿었고 내 나이에 골프를 시작하는 것이 친구들 사이에서도 멋진 일이며 과시하기를 원했다. 

제사보다 잿밥에 관심이 가있던 상황인 것이다. 

필드를 나가거나 스크린 골프를 칠 때도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곤 한다. 

지금 돌이켜 보면 나라는 사람과 전혀 맞지도 않는 운동을 그토록 오랫동안 해온 것도 참 미련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골프라는 스포츠를 통해 내가 가진 에너지와 기복이 어떠한 파동을 그리는지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기복은 욕심에서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잘될 때까지 하고 싶은 욕심을 끝없이 부리는 태도에서 기복이 나왔다. 

계획대로 장기적인 목표를 가져야 했다. 

그때의 나는 그날그날 최고의 상태가 나올 때까지 채를 휘둘렀다. 

잘 맞을 때까지 3시간이고 4시간이고 연습장에서 연습을 하곤 했다. 

프로가 될 것도 아니면서 그렇게 무식하게 노력만 하는 상황으로 인해 내가 더 나아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지금의 고통을 견뎌야 언젠가는 골프를 잘 칠 수 있으리라는 희망으로 그 시간을 견뎠던 것이다. 

미련했다. 


불안한 상태가 오래 지속된 사람은 잘 쉬는 법을 모른다. 

휴식을 나태와 연관 지으며 제대로 쉬지 못하고 늘 마음 한구석에 다른 생각을 하곤 한다. 

휴가를 와서도 일을 하는 나의 모습을 마치 자랑하듯 SNS에 올리는 것은 그 사람이 일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놀러 가서도 일을 할 만큼 유능한 나의 모습을 부각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휴가를 즐기지 못하는 사람은 하루의 생활 중 잠깐 주어지는 휴식의 시간도 제대로 운용하지 못한다. 

이런 사람은 기복의 노예가 되기 쉽다.


학창 시절 농구에 한참 미쳐있을 때 역시 그러했다. 

하루에 세네 시간을 연습하면 아무리 연습해도 나중에는 슈팅이 흐트러지고 엉망이 되는 기분이 들 때가 있었다. 

체력이 떨어지고 팔과 손목에 힘이 풀려 슛폼이 무너진 것이다. 

다음날 그 기억은 이어지고 그 자세가 이어지다 보니 슛폼이 돌아오지 않은 적도 있었다. 


코치가 있었다면 아마도 그러한 내용을 잡아 주거나 훈련을 체력과 맞추어 진행했을지도 모른다. 

본인 스스로도 모르게 기복을 키우고 증폭시키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끝까지 될 때까지 포기하지 말라는 격언을 이상하게 해석한 탓이다.

끝까지 하면 분명 되는 것은 된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위대한 선수들이 코치 없이 혼자서 끝까지 한 것인지?

어느 정도의 수준에 오른 사람은 다른 이의 코칭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스포츠로 정점에 오른 사람도 멘털 코치를 따로 두는 이유이다. 

연예인도 식단 관리를 위한 영양사와 재무관리를 위한 별도의 인력을 둔다. 

부족한 부분을 메꿔줄 다른 이의 도움을 받아야 다음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나는 그 과정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고 실력을 향상하는 효과적인 방법을 알지 못했다.


정신력은 체력의 보호 없이는 구호에 불과하다.

나는 체력 훈련은 하지 않은 채 무작정 골프채를 많이 휘두르기만 했다.

먹는 것에 신경 쓰지 못하고 정신력으로 끝까지 될 것이라는 환상을 품었다.

위대한 스포츠 스타들은 체력 훈련 코치와 멘털코치 식단을 짜주는 영양사가 따로 있다. 

부상을 대비해 근육의 부위별로 트레이닝을 받곤 한다. 

우리는 위대한 스포츠 스타는 아닌 탓에 우리 스스로의 상태를 돌아보고 대비를 해야 한다. 

운동도 일도 사회생활도 그러하다. 


기복이 심한 사람은 자신이 태생적 성향과 일상의 습관이 기복을 증폭시킨 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기복은 하루 단위로 있기도 하고 분기별로 오기도 하며 일 년 단위 계절단위로 오기도 한다.

나의 경우 봄에 기운이 넘쳐서 뜻하지 않은 일을 벌이거나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곤 했다. 

그리고 겨울에는 겨울잠을 자듯 활동하지 않는 편이다. 집밖으로도 나서지 않는다. 


이러한 나의 상태와 기복이 있음을 인지하고 인정해야 한다. 

봄의 열정을 조심하고 조금은 그러한 열정을 소모할 수 있는 건강한 일을 찾아보는 게 좋을 듯하다.  

기복을 줄이고 싶다면 각자의 상황에 맞게 편안한 상태에 진입 후 상황을 맞이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물을 마셔두고 배를 든든히 해두어야 한다. 

외부의 요인에 휘둘리지 않는 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당신의 심리적 체력적 기복이 도저히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고 그 일을 하지 못할 때에는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고 해당 일을 피하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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