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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음날 Mar 07. 2023

10. 인생은 마라톤

살면서 가장 멀리 뛰거나 걸어가 본 거리는 몇 km인가?

인생은 마라톤이다. 

뻔한 이야기 같지만 인생은 마라톤이다.처럼 인생을 한마디로 응축한 문장도 없다. 

마라톤처럼 인생도 길고 고통스럽다. 

하지만 언젠가 반드시 결승선을 통과해야 하며 화려함의 유무와 상관없이 레이스는 막을 내리기 마련이다. 

레이스 초반에 넘어지기도 하고 뛰다 보면 컨디션이 좋아져 선두그룹으로 치고 나갈 때도 있다. 

좋은 페이스 메이커를 만나 레이스가 잘 풀리는 경우도 있고 나쁜 사람을 만나 인생이 지지부진하고 늪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페이스 메이커가 없이 완주하기도 하고 너무 많은 페이스 메이커에 둘러싸여 방향을 잃기도 한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길 위에 놓인 아기처럼 걸음마부터 운명의 레이스를 시작한다. 

자신이 뛰어야 하는 운명임을 아는 이는 뛸 것이고 그 운명을 모르는 자는 한 번도 뛰지 못하고 결승선을 통과하고 말 것이다. 

인생이라는 마라톤의 가장 큰 장점은 순위가 없다는 것이다. 

지구상에 태어난 모든 인류 중에 누가 가장 잘 뛰었는가는 밝혀질 수도 가려낼 이유도 없다. 

이런 시상의 기쁨이 없음에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치 있는 삶을 꿈꾸며 후회 없이 살아가는 것에 대한 갈망을 느낀다. 


나는 주어진 삶을 수동적으로 살려는 사람이었다. 

스스로 주도적으로 삶을 개척하려는 의지가 부족했다. 

견디기만 하고 버티기며 세상을 살아왔다. 

나름 견디고 버티는 건 나쁘지 않고 타당한 삶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으면서 그렇게 살고 있다는 건 큰 문제였다.    


언제까지 견디며 살 것인가. 

언제까지 버티며 살 것인가. 


주말을 기다리며 5일을 버티고 아침에 일어나 오늘하루는 무사하기를 기도하고 염원한다.

지옥 같은 출근길을 버티고 사무실에 일터에 도착해서 점심까지만 버티자. 

10분 만에 밥을 마시듯 먹고는 1시 5분까지 쉬고 오후 6시까지 버티자. 

견디는 삶은 이토록 우리에게 주체적인 삶 주도적인 삶 즉 나를 중심으로 밀고 나아가는 힘을 잃어버리게 한다. 

그렇게 1년 5년 10년을 살다 보면 언젠가는 나이만 먹은 나를 발견하게 된다. 

나는 그런 나를 발견하곤 마치 처음 보는 생물을 본 것처럼 소스라치게 놀라곤 했다. 


인생이 마라톤이라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일 수도 있다. 

나만의 속도를 아는 것도 어디로 향하는지 방향을 아는 것만큼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물론 방향을 아는 것도 엄청 중요하다. 

하지만 방향은 조금 복잡한 구석이 있다. 

자유 주체를 가지기 시작하면 방향은 언제든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외력에 의한 것이든 자력에 의한 것이든 말이다. 

속도는 에너지와 비례한다는 공식처럼 나의 에너지는 속도에 따라 그 파괴력이 달라진다.

적은 에너지를 가진 사람은 빠르게 뛰면 에너지가 빠르게 고갈되어 버리는 것과 같다. 


70의 에너지를 가진 사람과 100의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 있다면 둘의 계획은 같을 수 있어도 그 계획을 실행하고 목표 지점에 도달하는 시점은 달라질 수도 있다.

그것을 목표가 달성되는 일수로 보자면 보통은 100의 에너지를 가진 사람은 70일 만에 70의 에너지를 가진 사람은 100일이 소요될 것이다. 

남과 비교할만한 뚜렷한 지표는 없다.

나의 에너지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이 된 다음에는 나의 속도가 어느 쪽에 적합한지도 알아보는 게 좋을 것이다. 


성급함과도 연관이 있는 대목이다. 

나만의 속도를 찾아내어 습관을 구축하는 것도 아주 중요한 부분이 될 수 있다. 

나는 심적으로는 매우 성급하지만 신체적으로는 매우 적용이 느린 편에 속한다. 

일의 처리 속도도 그렇게 스마트하거나 빠르지 못하다. 

그래서 나는 천천히 아주 작게 조금씩 나에게 조심스럽게 적용시키는 것이 훨씬 습관의 정착률이 높다는 판단이 들었다. 

실행력이 높고 각오가 남달라 적용이 빠르다고 생각된다면 너무 느린 속도는 본인에게 맞지 않을 수 있다.


마라톤은 굉장히 정교한 운동이다. 

우리 인생은 아무렇게나 털레 털레 걸어가도 결승선에 다다르고 자세를 고치고 열심히 빠르게 달려도 결승선에 당도하고야 만다. 

사람들은 결승선에 도착한 당신을 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인생을 달려왔는지 과정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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