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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음날 Mar 07. 2023

06. 100일간의 인생 방학

나하나쯤 일 안 해도 세상은 망하지 않아.

실패를 인정했고 나를 돌아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외부 활동을 완전히 멈추었고 이제는 결심을 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나를 완전히 바꾸겠다는 결심을 했다. 

지금까지의 나는 뭔가 이상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나는 잘못 프로그래밍되어 있었다.      

불우했던 과거를 보낸 탓에 그저 돈을 벌겠다 성공하겠다는 일념으로 계속해서 망가져 가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즉흥적으로 기분 내키는 대로 결정했고 충동적으로 살아왔다. 

사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무리를 해서 샀고 그런 자잘한 물건들이 주변을 채우는 사이 정작 꿈에 그리던 물건들은 멀어져 갔다. 

철없이 10대에 꿈꾸던 슈퍼카와 강변의 넓은 집과 같은 것들 말이다.      

나는 성공하고 싶은 열망과는 정반대로 설계된 사람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나는 나를 바꾸기 위해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주기로 했다. 


우리는 자동차 하나를 사기 위해서도 장고의 시간을 가진다. 

물건을 하나 사더라도 이리저리 가격과 리뷰를 비교해 보며 판단의 시간을 가진다. 

하물며 나의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해 보는 시간은 얼마든지 내줘야 하는 게 당연하지만 늘 그렇듯 먹고사는 일에 급급해서 제대로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못하고 넘어가기 일쑤였을 것이다. 


나는 나에게 100일의 시간을 주기로 했다. 만약 80살까지 산다면 40여 년의 시간이 남았을 것이다. 

앞으로 40년을 어떤 의미를 가지고 어떠한 사명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숙고의 시간 치고는 짧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나를 확실하게 바꾸기로 했다. 


나에게 시간을 주었다. 

나는 내 맘대로 100일간의 사치스럽기 짝이 없는 인생 방학을 부여했다.   

오로지 나만을 바라보고 나만을 챙기고 나만 생각하는 100일간의 시간을 가지기로 한 것이다. 

돈을 적극적으로 벌지 않았다. 죄송하지만 설에는 장모님께 용돈도 드리지 못했고 찾아뵙지도 않았다. 

뭔가를 하지 않았지만 어쩌다 들어오는 일은 당연히 열심히 했다. 

보험대출을 받고 은행에서 생활자금 대출을 받았다. 

불안해 미칠 것만 같았다. 

한 달 동안은 인터넷 뱅킹을 열어 보는 것조차 두려웠다. 

잔고를 확인하면 당장이라도 일을 하러 뛰쳐나갈 것만 같았다. 

내가 100일 정도 일하지 않아도 세상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확인시켜 줘야 했다. 

단순히 책임을 지지 않겠다거나 무기력하거나 책무를 아내에게 내팽개친다는 개념이 아니었다. 


조바심을 버리고 인생 후반전에 어떻게 뛸 것인지 계획을 짜고 싶었다. 

전반전을 마치고 이제 하프타임에 들어선 것이다. 

작전타임을 부른 것이다. 


나는 스스로에게 방학 숙제를 내어주었다.       


1. 나에게 맞는 습관과 루틴 찾아내기

2. 실컷 게으름 피우고 나를 놓아주기

3. 몸에 안 좋은 것은 버리고 좋은 습관 가져오기

4. 조급해하지 않기

5. 부정적인 생각하지 않기


당장 걱정이 되는 건 경제적인 문제였지만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믿음과 불안이 공존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이지만 아주 큰 틀에서 바뀌는 건 크게 없었다.

아이들 또한 방학이라 평소보다 훨씬 많은 지출이 있었다. 

그리고 에너지가격 폭등으로 난방비가 미친 듯이 많이 나왔다.      

불안감을 뒤로하고 나는 철저하게 놀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틀어박혀 나와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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