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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음날 Mar 07. 2023

01. 드디어 망했다.

부수고 다시 시작하는 게 가장 빠르다.

2019년 9월 아내와 함께 미래를 꿈꾸며 야심 차게 쌀국숫집을 개업했다. 

동네의 예쁜 쌀국숫집으로 자리 잡을 생각에 기초공사부터 모든 것을 새것으로 맞추고 인테리어부터 설비까지 신경을 썼다. 마음 한편에는 프랜차이즈로 발돋움해서 훗날 부자가 되거나 건물을 올리는 상상도 빼먹지 않았다. 초반에는 동네 맛집으로 소문이 나고 나름 잘되었다. 

오랫동안 지낸 동네이다 보니 아는 사람도 많았고 평판도 나쁘지 않았다. 

예쁘고 전문화된 인테리어와 상대적으로 저렴한 음식값 그리고 동네에 흔치 않은 쌀국수라는 아이템은 꽤나 매력적인 식당으로 자리매김하는데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음식 하는 걸 좋아하는 터라 나름 음식맛에도 자부심이 있었고 사소한 기물과 그릇, 주변 환경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홍보를 하고 이벤트를 하는 등의 마케팅도 빼먹지 않았다.

그렇게 순탄하게 돈을 벌고 잘 먹고 잘 살았다면 좋았겠지만 반대로 보면 이 책 또한 쓰이지 않았을 것이다. 

모든 일이 순조롭고 평탄하고 잘 될 때에 뭔가 일이 터진다. 

역시나 이번에도 예외는 없었다. 


가게를 개업하고 정확히 3개월 후인 그해 11월 코로나가 터졌다.     

그 후 3년간 나는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의 다리를 박박 기어서 건넜다. 

폐업을 하기까지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와 분쟁들을 거치며 나의 영혼은 너덜너덜 해지고 말았다. 원래 하고 있던 사업체도 사람을 대면해야 하는 행사 이벤트 대행사라 거의 고사 직전이었다. 

손님이 싫었고 진상이 무서웠다. 

사람을 대하고 모아서 행사를 하는 사람이 대인 기피증에 걸린 것이다. 


쌀국숫집을 1년 반 정도 운영하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에 업종변경을 하고 프랜차이즈 찜닭집을 운영했었다. 초반에는 반짝 살아나는 듯했으나 코로나 정책으로 인해 동네 식당의 발길은 들쑥날쑥했다.

식자재와 고정비는 매일 늘어나고 매출은 하루가 다르게 곤두박질쳤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고 코로나 유동성을 회수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촉발되었다. 당연히 식재료 가격과 곡물가격 및 에너지 원가가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장사는 안되고 가스비와 전기세를 내기도 급급한 상황이 오고야 말았다.      

결단을 내렸다. 

프랜차이즈 업체에 중도 해지를 요청했으나 엄청난 금액의 위약금을 요구했다. 

거의 소송직전에 가서야 겨우 합의하고 해지할 수 있었다. 

식당을 처분하고 사무실을 뺏다. 모든 집기와 팔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팔아치우고 짐들을 정리하고 권리금과 보증금들을 모아 대출을 갚았다. 식당을 개업한 지 만 3년이 되는 2022년 9월의 일이다.      


망했다. 드디어 아주 대차게 말아먹었다.

이유가 뭐가 되었든 이건 대실패였다. 사실 훗날 돌이켜 보면 코로나가 아니었어도 애진작에 망할게 뻔했다.

그리고 더 이상 내려갈 곳도 없다는 생각이 든 곳은 진짜 바닥이 아니었다. 

모든 것을 다 잃었고 잃지 않은 건 몸뚱이 밖에 없는데 그 몸마저 마지막 1년 사이에 고장이 나버린 것이다.   

처음 식당을 차리고 너무 무리를 한 나머지 신장에 병을 얻고 5일간 입원을 한 일이 있었다.  

마지막해인 2022년에는 1년간 네 번 아팠다. 

2월에는 코로나 걸리고 6월과 9월, 11월에 연달아 감기와 독감에 걸렸다. 

그때마다 신장에 무리가 오고 합병증이 와서 소변이 콜라색이 되곤 했다.

네 번 아팠고 총 3개월 이상 침대에 누워 있었다. 

특히 마지막으로 아팠던 11월에는 혼자 제주도로 여행을 갔다가 독감이 걸리 게 된 상황이었다. 무슨 힐링 여행을 하겠답시고 10일이나 시간을 비우고 올레길을 걷겠다며 갔다가 이틀 동안 숙소에서 혼자 식은땀만 흘리고 상경한 것이다.      

단순한 a형 독감에 한 달간을 누워있다 보니 세상이 원망스러워졌다. 


그 생각은 돌고 돌아 깊어져 결국은 나를 찔렀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결국 모든 것은 내 탓이었다. 

세상은 나 하나쯤은 상관없이 고고하게 흘러간다. 

나라는 개인이 세상을 탓한다고 변하는 건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알게 된 것이다. 

모든 일은 나에게 달려있었다. 

그제야 나는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내 몸은 나에게 확실하고도 강력한 경고를 보내주었다.   

   

‘너 진짜 큰일 난다.’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그 엄중한 경고를 확실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아내와 식당을 운영하며 둘의 건강은 완전히 최악의 상태에 근접해 있었다.

3년 내내 한 공간에 붙어있다 보니 둘은 평생 싸울 거리를 3년 내내 지치지 않고 싸워댔다. 

아이들과의 시간도 제대로 보내지 못하고 가족은 분열될 것만 같은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가계의 금전적인 상황도 좋지 않았다. 

당장에 급한 불은 껐지만 수 천만 원의 빚이 남아있었다. 

무엇보다도 건강에 아주 강한 적신호가 켜졌다. 

새삼 진리로 와닿는 말이 있었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한꺼번에 온다.'


벼랑 끝에 선 기분이었다. 

딱 한발 한걸음만 떼면 모든 것이 망가질 순간에 서있다는 사실이 통감되었다. 

큰 위기감이 엄습했다.      


'정말 큰일 나겠구나!'


번뜩 정신이 들었다.

진짜 제대로 망하고 나서야 정신이 번쩍 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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