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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음날 Mar 18. 2023

서서히 피치를 올리다.

힘차게 날아오르기 위해서는 긴 활주로가 필요하다.

우리는 살면서 인생의 고락을 겪는다.

쓴맛 단맛 슬픔과 기쁨이다. 

희비, 감고, 애락과 모두 같거나 비슷한 말이다. 

산에 오르는 것처럼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 

골이 깊으면 뫼가 깊다는 말처럼 오르면 반드시 내려가게 되어 있으며 끝없이 내려가도 언젠가는 바닥이 나오고 반등하기 마련이다. 

이는 주식 차트의 이야기가 아니라 물리학이기도 하다. 

피로가 누적되면 쓰러진다. 

강철도 자꾸만 같은 힘과 저항이 발생하면 언젠가는 파괴된다. 

높이 던진 공이 영원히 하늘로 날아가지 않고 바닥을 향하듯 언젠가는 그 힘을 다하고야 만다.

이렇듯 언제나 기쁘기만 할 수 없고 언제나 힘들고 우울하기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 같은 과정의 반복 속에 삶의 의미를 찾으며 다시금 반복을 자처하고 받아들이는 자세만이 인간에게 구원을 가져다준다.

이는 우리가 반드시 죽고야 만다는 사실처럼 필연적이다. 

살아간다는 건 어떠한 형태로든 꾸준함을 동반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형태의 희로애락은 어릴 때야 미끄럼틀을 오르내리는 일처럼 쉽고 빠르게 반복이 가능하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책임져야 할 것들과 인생의 무게 때문에 좀처럼 기민하게 움직이지 못한다. 

내려오는 건 순식간이지만 다시금 높이 오르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과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것이다. 

누구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한 번에 손쉽게 올라가길 원하지만 현실은 대부분 그렇지가 못하다. 

천천히 계단을 오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높은 계단을 오르다 다치거나 다시금 낙하하는 경우도 많다. 

천천히 계단을 올라야 높이 오르건만 처음부터 무리하게 힘을 내어 뛰어오르다 무릎이 나가고야 마는 것이다. 

이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조급함에 기인한 것이다. 

이를 어찌 탓한단 말인가. 

뱀을 만나면 펄쩍 뛰고 높은 곳에 오르면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처럼 이는 본능에 가까운 것이다. 

누구나 한 번에 정상에 서고 싶어 한다. 

빠르게 부를 이루고 싶어 한다. 

이를 가장 잘 대변하는 것이 '지름길' 서비스이다. 

세상의 모든 '지름길'서비스는 자본주의 시장에서 결코 망할 수 없는 서비스 업 중 하나이다. 

그중 가장 대표적이며 국가에서 주로 관할하는 주식과 복권사업이다. 

말로는 안전한 사회를 위해 국가가 건강한 운영의 주체가 되어 국민들의 행복을 증진한다는 명목을 내세우지만 이는 본질이 아니다. 

주식, 로또, 경마, 경륜, 경정, 복권, 카지노 등은 국가가 가장 확실하게 세액을 증대시키는 꿀과 같은 산업이다. 

인간의 탐욕을 기반으로 결코 불황이 없는 혹은 불황일수록 더 성과가 오르고 매출이 증대되는 사업인 것이다. 

이는 모두가 한방을 노리는 인간의 본성과 결코 무관하지가 않다. 


크게는 성공을 이루는 것, 부를 이루고 돈을 많이 버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들리겠지만 생활 속의 작은 일들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목표를 이루고 목적을 달성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빠르게 시험성적을 올리고 싶고 빠르게 자격증을 따고 싶다. 

빠르게 언어를 깨우치고 싶고 뭐든 신속하게 달성하고 싶은 욕망은 위의 지름길 서비스의 '작은' 버전이다. 

이를 반드시 나쁘다고만 할 수 없으나 모든 물리 법칙이 그렇듯 모자란 힘에는 대가가 따른다. 

너무 빠르면 제대로 힘이 응축되지 못하여 목표에 이르지 못한다. 

성급한 마음만 가득하고 제대로 몸과 마음을 운용하지 못하면 결코 원하는 바에 이르지 못하는 것이다. 


높은 산에 오르기 위해서는 꾸준한 체력운동과 수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마라톤을 뛰기 위해서도 수많은 하프마라톤을 뛴 후에 도전을 해야 완주가 가능하다. 

비행기가 날아오르기 위해선 활주로가 필요하다. 

한순간에 날아오르는 로켓도 수많은 기술개발과 시행착오를 거치고 수천 명의 노동력이 오랜 기간 준비를 하고서야 발사버튼을 누르게 된다.


우리는 조급함을 가슴에서 내려두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 조급함과 나에 대한 과도한 믿음은 대부분 인생에 별반 도움이 안 되는 다양한 사건 사고들을 몰고 오곤 한다. 

내가 하면 잘할 수 있다는 근거가 없는 헛된 믿음은 섣부르게 사업을 시작하고 필연적으로 망하게 한다. 

한 번에 살을 뺄 수 있다는 자신감은 첫날부터 PT를 등록하고 미친 듯이 10KM를 뛰게 한다. 

그리고 3일 차에 몸살이 나고 헬스장 연간 회원권은 주인을 잃어버린다. 

금연을 결심하고 금주를 결심하는 일도 대부분은 한 번에 딱 끊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실패를 불러온다. 

자신감이 없는 것과 자신에게도 모자란 부분이 있다는 것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러한 실패가 뒤따르곤 한다. 


비행기가 날아오르기 위해서는 수많은 기술자들의 정비가 필연적이다. 

컨디션을 체크하고 모든 연료와 순환기가 잘 돌아가는지 확인하고 활주로에 들어선다. 

서서히 속도를 높이고 그 속도가 한계를 넘어설 때 비로소 육중한 몸이 땅에서 바퀴를 떼기 마련이다. 

강한 추진력만으로 비행기가 뜬다고 생각하는 것은 초등학생이 그려낸 비행기의 이륙과 같은 것이다. 

어릴 때는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영원히 날아오를 일은 없을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우리의 상태를 명확하게 바라보고 상태를 파악해야 한다. 

몸과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 

마라톤을 하기 위해서는 매일 꾸준히 달리기를 연습해야 한다. 신발과 장비를 준비하고 부상에 대비해 약품도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간을 들이고 공을 들여야 한다. 

식당을 하려면 요리를 배워야 하고 공부를 하고 식당에서 일을 해봐야 한다. 

내일 당장 마라톤 42.195KM를 완주할 수 없으며 처음 하는 식당이 대박이 나봐야 99.9% 3년을 버티지 못한다. 

태도와 자세의 준비 없이는 인간은 결코 성공에 도달하고 그 높이를 유지할 수 없다. 

인지 > 준비 > 연습 > 실행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위의 고정을 거쳐 천천히 나아가야 한다. 

우리가 종종 무시하고 가볍게 보는 흔한 일일 수록 손쉽게 실패하고 손쉽게 놓아버린다. 

이런 작은 실패가 모여 인생을 날아오르지 못하게 발목을 잡곤 한다. 


작은 비행기도 비행기다. 

허구한 날 종이비행기만 접어 깔짝거리지 말고 작든 크든 비행기를 띄운다는 마음으로 행동해야 한다. 


스스로를 돌보고 정비해야 한다. 

기름칠을 하듯 운동을 하고 식단을 관리해야 한다. 

좋지 않은 기호식품을 피하고 잘 쉬고 잘 자야 한다.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서서히 피치를 올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 

단단한 마음으로 변모하여 알차게 준비하여 활주로를 달려 나가자.

우리에게 주어진 활주로의 길이는 결국 본인이 정한다. 


가장 큰 비행기는 가장 긴 활주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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