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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음날 Mar 19. 2023

인생에 기회는 3번

죽을것 같은 시련과 고난도 지나고 나면 기회다.

이건 명백한 사실이다. 

그러나 목숨을 부지해야만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 


내가 붙잡은 첫 번째 기회는 가출로 아버지의 품에서 탈출한 것이다. 

수차례의 가출과 잡혀 들어가 두들겨 맞기를 10여 차례 이상 반복했다. 

맞아 죽지 않은 것만 해도 천운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반복해서 계속 가출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7살짜리 아이가 어째서 2년 내내 가출만 하고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신통하다. 

나쁜 이들에게 끌려가 땅속의 유골로 발견되어도 이상할 게 없는 시기였다. 

이러한 대승적인'촉'은 그 후에도 인신매매단의 신문팔이 조직에서 탈출할 때도 그 빛을 발휘했다. 

위와 비슷한 일이지만 고아원에 입소한 후 5년 뒤 어머니가 나를 찾아왔을 때이다. 

국민학교 4학년에 고아원에 입소했고 서울로 옮겨진 후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는 부산의 고아원에서 보내게 되었다. 중학교 2학년 어느 여름 어머니가 나를 찾아왔다. 

중도에 고아원을 탈출한 어느 아이의 신고 덕분이었다. 

나는 멍하니 그토록 꿈에 그리던 어머니를 만났다. 

얼싸안고 그리움의 눈물을 흘릴 줄 알았으나 실상은 그러지 못했다. 

이상하게 감동이 자아내지지 않았다. 

그때를 돌이켜 보면 뭔가 '싸한' 느낌이 나를 지배했었다.

나는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을 반대했다. 주변의 누구도 중학교 2학년인 나의 그러한 결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고아원에 남기로 하자 친구들은 반으로 갈렸다. 

미친놈이라고 욕하며 일부러 찾아와 나를 괴롭히는 무리도 생겨났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부모가 찾아왔다는 사실도 놀랍고 그런 부모의 곁으로 떠나지 않는 내가 이해가 가지도 않을뿐더러 밉기까지 했을 것이다. 

친구들의 대부분은 부모가 누군지도 모르고 가족이나 친척조차 기록이 남지 않은 '완벽하게 버려진 쌩판 고아'였기 때문이다. 

질투와 시기 부러움이 혼재된 상황을 나는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나는 부모가 있음에도 고아원에서 사는 이상한 아이로 낙인찍혔다. 

나는 살면서 이 두 번의 결정을 인생을 통틀어 가장 잘한 선택들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어머니는 지금에 와서 이야기하자면 성격파탄자이자 나르시시즘에 빠진 사람이다.

나는 결코 말하지 못할 나의 결혼식에 연관된 사건들로 어머니의 실체를 정확히 알게 되었고 그 후 인연을 완전 끊어버렸다. 

나의 이부형제(동복동생)는 그런 어머니 밑에 자라 인생이 망가졌다. 

편법으로 일 년 일찍 학교를 보내고 무리한 사교육에 아이를 미치게 만들었다. 

왕따와 중학교 자퇴로 인해 동생은 망가졌고 이상한 사상에 빠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쳐해 있다. 

역시나 연락이 닿지 않는다. 


나는 인생이라는 큰 틀에서는 이미 한 번의 기회를 써버린 셈이다. 


'나쁜 부모로부터 벗어나는 것'


이것은 어찌 되었든 순전한 나의 선택으로 창출한 기회였다. 

그 당시에는 어마어마하게 끔찍한 일들의 연속이고 시련이었다. 

하지만 돌이켜 놓고 보면 그 또한 지금의 나를 위한 하나의 시험이자 장애물이었다.

도저히 말로도 글로도 적어내지 못할 잔혹한 일들이 일어나는 현실로 인해 비탄에 빠질 때도 많았다. 

이제는 제발 그런 일들이 나에게 일어나지 않기를 염원할 뿐이다. 


나는 인간 본연의 탐욕과 본질에 대한 탐구를 즐긴다. 

더 이상 일어나서도 일어날 수도 없는 일을 겪은 입장에서는 어지간한 사건들도 시간이 지나면 한낱 일어날 법한 일들의 범주에 속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인간사 대부분의 일들은 관계와 그에 따른 내면세계의 충돌에 의한 일들이다. 

탐욕과 성욕, 욕망, 허영, 가치혼돈, 불안, 부정, 우울, 기쁨, 환희가 어우러진 삶의 궤적은 마땅히 겪어내야 할 궤도이다. 


인간으로 태어나 제대로 된 부모가 되지 못했다는 자책은 스스로에게 부여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경멸스러운 수치이다. (다듬고 다듬어도 이보다 더 순화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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