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도 넘은 이야기다.
어련히 바꿀 때가 되어 안경을 새로이 맞추었다.
도수가 그리 높지 않을 때이겠지.
며칠 후 안경이 완성되었다길래 업무를 마친 저녁 찾으러 갔다.
문제가 없어 보여 안경을 수령하고 소일거리를 하며 일과를 마무리 지었다.
다음날 보니 반무테 하단의 안경알이 쌀알크기만큼 깨어져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안경의 흠은 안경을 안 쓴 상황에서는 보이지 않으니
등잔 밑의 그 깨어짐은 보일리가 없었다.
안경을 맞춘 곳에서는 당연히 교환을 해주었다.
하지만 정말 이상한 건 10여 년이 지난 어느 날 새벽 이 일이 불현듯 생각난 것이다.
"아. 단순한 실수가 아닐지도..."
그것도 자다가 뭔가 불콰한 기분에 깨기까지 하면서 말이다.
그냥 이러한 생각이 든 것이다.
정말 깨진 걸 모르고 나에게 그 안경을 완성품이라고 준 것일까?라는 의문말이다.
아주 작은 배신감이 샘솟았다.
배신감을 느끼는 데는 10년의 시간도 모자라지 않구나.
그 안경은 이미 세상에 없겠지만 야속함이 다시금 피어올랐다.
이 글은 아마도 나의 좁쌀만 한 속이 들키는 게 부끄러워 감춰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제는 그런 일이 있다면 그냥 잊어먹고 말 것이다.
나이가 들었다.
2018년 써둔 글을 발견해서 다듬어 올려봅니다.
뭔가 많이 달라진 느낌이네요. 내가 이런 글과 이런 생각을 했었나 하는 묘연한 느낌에 생경하기까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