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음날 Aug 06. 2023

생과 사

8월 6일 오늘 새벽의 일이다. 

6시 즈음 갑자기 아파트 안내 방송을 알리는 알람이 흘러나왔다.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방송에 귀를 기울였다. 


"긴급하게 알려드립니다. 

401동 1층 로비에 남성이 쓰러져 있어 심폐소생 후 병원에서 수술 중입니다. 

혹시 밤사이에 연락이 닿지 않거나 들어오지 않은 4~50대의 남성이 있는 세대는 관리사무실로 연락 주십시오."


위의 내용으로 2번 연거푸 방송이 나왔고 출근을 준비하던 우리 내외는 자뭇 숙연해졌다. 

어떤 사연인지는 몰라도 잘못하면 어느 누군가는 어제가 마지막 날이었고 어느 집은 가장을 잃을 수도 있는 날이다. 

나는 순간 401동 로비에 내가 누워있진 않았는가 몸을 더듬어 확인했다. 

혼란스러웠다.

이것이 내가 살아가야할 오늘이다. 



얼마 전에는 중학교 은사님께서 갑작스럽게 유명을 달리하셨다. 

사인은 심장마비.

전날까지 운동을 하시고 편히 잠드셨는데 아침에 깨어나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선생님의 나이 고작 60세 셨다.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밖에 없는 와중에 건강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나는 문득 건강과 죽음에 대한 단락이 생각나 글로 옮겨 두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이다.


우리는 긍정적인 태도로 살아가야 한다. 

이는 일체의 핑계를 스스로 창조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과 동일한 이야기이다. 

당신이 만약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자.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자. 금연, 금주를 하자. 적게 먹고 규칙적으로 살자."


반응은 두 갈래로 나뉜다. 


첫 번째

"맞아. 나도 실천하고 건강하게 살겠어."


두 번째

"풉. 인간의 수명이 마음대로 되는 건 줄 알아?"

"내일 출근하다가 교통사고로 죽을 수도 있고 암에 걸려서 3개월 안에 죽기도 해."

"백날 운동해 봐야 어느 날 심장마비로 자다가 못 일어나기도 하지."

"100살 넘게 사는 사람 중에 담배 피우고 매일 술 마시는 양반도 많아."

"다 타고나는 거지 인간 맘대로 되면 종교가 왜 있어."

"아등바등 열심히 살아봐야 소용없어. 어차피 인간은 죽게 되어있어. 즐겁게 다 즐기면서 사는 거야."


두 번째의 유형은 어째 많이 들어본 이야기 아닌가?

아니면 당신이 늘 가지고 있는 생각인가?


"다 맞는 이야기이다."


나는 당신 혹은 두 번째 이야기를 주장하는 이들을 반박하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틀린 이야기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다만 아주 원론적이며 근원적인 궁금함은 하나 있다. 


"당신은 죽고 싶은가?"


천국이 그렇게 좋다며 제발 죽어서 천국 가자고 울부짖는 신부님 목사님도 지금 죽어서 천국 가실래요?라고 물어보면 싫다고 한다. 

고통에 몸부림치며 제발 죽여달라고 외치는 사람도 죽음의 순간이 오면 제발 살려달라고 애원한다. 

생에 대한 집착,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열망은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목숨을 가장 소중히 여긴다는 제1의 원칙으로 피와 뼈, 가죽과 뇌에 새겨진 철칙이다. 


흔히들 쉽게도 이야기한다. 


"때 되면 죽어야지."

"건강하게 살지 못하면 콱 죽어버리는 게 속 시원하지."


아파보라. 

과연 죽고 싶은지. 

죽고 싶을 만큼 아파도 결국은 신을 찾게 된다. 

의지하는 만큼 살고 싶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담배를 피우는 것에 대한 자유를 한창 주장하는 흡연자가 있다. 

그 흡연자가 폐암에 걸리고도 담배를 끊지 않는다면 그는 자신의 숭고한 신념을 지키는 정말 대단한 강단을 가진 사람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폐암으로 폐를 잘라낸 사람 중에 다음날부터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담대한 척 말하는 젊은이들은 건강한 상태를 당분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노화가 오고 신체의 기능이 예전과 다르다는 사실을 점차 받아들일수록 인간은 겸손해져야 한다. 

한창 젊을 때의 기억만으로 밤새 부어라 마시다 보면 언제 어느 순간 죽음의 기로에 설지도 모른다. 

(오늘 아침만큼은 단순한 협박으로 들리지 않는다.)


긍정은 왜 유익한가?


긍정은 받아들임이며 인정이다.

나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이야기를 분별하고 행하게 하는 것이 긍정이다. 

부정은 어떻게든 지금의 달콤한 악습관을 유지하려고 하는 근본적인 반항이다. 

위에서 예시를 든 사례와 같다. 


술을 끊기 싫고 밤이 즐겁다. 친구들과 이성과의 술자리가 즐겁다. 

신나게 먹고 마시고 배부른 것에 익숙하고 행복하다. 

운동하지 않고 절제하지 않는 것이 인생의 만족이며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은 당신에게만큼은 분명히 옳고 맞는 이야기이다. 


"당신 명은 당신이 정하는 범주 안에서 굴러가는 룰렛이다."

(정말 모르겠는가? 내일 죽어도 이상할 게 없다고 이미 당신은 믿고 있다. 그건 엄연한 사실이라고 강변한다. 맞다. 정말 지당하며 맞는 이야기이다. 다만 그렇게 생각하는 당신에게 그런 사건이 일어나는게 정말 어색한 일인가? 부당하고 억울할 일인가? 당신이 생각하기에 자연스러운 일인가? 당신은 당신이 무엇을 끌어당기고 있는지 정말 모르겠는가?)


운도 당신이 정한 수명 안에서 굴러간다. 

신은 (혹은 운명은) 이미 당신에게 수많은 신호와 경고를 보내주는 것이다. 


"아직 올 때가 아냐."

"좀 더 있다가 오렴."


당신은 그 신호를 깡그리 무시하는 것도 모자라 극심한 반항을 하는 것이다. 

그럴 수 있다. 누구나 그러하고 나 또한 그랬기 때문이다. 


누구나 사고로 죽을 수 있고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다가 죽을 수도 있고 반신불수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사고일 뿐이며 그것이 당신에게 일어날 일은 정말 너무나 희박하다. 


"진지하게 묻고 싶다. 당신이 말한 그 극악한 확률로 일어나는 일이 왜 당신에게 반드시 일어날 일처럼 생각하는가?"


이 구절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신이 보내주신 신호를 또 한 번 놓치고 마는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한다. 

긍정은 분별이며 받아들임이다. 


당신은 창의적인 핑계를 대는 것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고 이미 설득당한 상태이다. 

스스로를 속이는 그 거짓말들을 알아차리고 지금이라도 헤어 나오라.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것들이 무엇인지 당신은 이미 다 알고 있다. 


1. 당신은 언제 죽을지 모른다. 

2. 지금 현재도 죽음의 룰렛은 1초에 수백 수천 개의 목숨을 쓸어 담으며 힘차게 돌아간다. 

3. 자연은 당신의 죽음에 관심이 없다. 다만 생성하고 소멸할 뿐이다. 

4. 80억 개의 룰렛 구멍 중에 당신의 구슬이 우연히 사고로 빠질 확률은 극히 드물다. 

5. 당신이 결심한 후 1일 후에 죽는다면 그건 당신이 운이 없어서이다. 

6. 당신은 그 정도로 운이 나쁘지는 않다. (인간의 영역이 아닌 것은 과감히 잊고 살아야 한다.)


우리 세대의 건강은 과거의 우리가 생각하던 그 무엇과는 비교가 불가능한 아득한 무언가가 되어 있다. 


- 알츠하이머, 치매 

- 퇴행성 관절염

- 암

- 고혈압, 당뇨


큰일이다. 지금의 의료기술이라면 당신은 120살까지 살지도 모른다. 


당신이 걱정해야 할 것은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사실이 아니라 "언제까지 살아있을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작가의 이전글 수건에 대해 말하지 못하는 비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