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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음날 Mar 21. 2023

식당이 망하고 난후 보이는 것들.

본질이 무엇인가.

식당을 3년간 운영하다 말아먹은 경험이 있다. 시작할 때만 해도 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준비를 철저히 했고 투자도 확실하게 했다. 맛에는 자신이 있었고 성공할 일만 남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결국에는 망했다. 코로나를 가장 큰 이유로는 꼽겠지만 오랜 시간 생각해 본 바로는 코로나가 첫 번째 이유는 아니었다. 


'가장 큰 이유는 주인이다.'


주인은 식당의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 사업을 하는 사장도 마찬가지이다. 사업의 작은 버전이 식당 아니던가. 나는 식당을 하고 나서 밥을 먹으러 업장을 방문할 때마다 그곳의 단점 밖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위생이나 친절은 말할 것도 없고 '이렇게 하면 안 되는데'라는 안타까움이 계속해서 묻어 나올 수 밖에는 없는 것이다. 실패를 경험한 후로 많은 데이터가 쌓였고 다른 사장님들도 안 망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입밖에 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절대 타인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대부분 눈이 막히고 귀가 닫혀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어지간한 파괴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고는 (백종원 아저씨 정도의) 외부의 컨설팅을 달가워하지도 않으며 그것이 정답일지라 해도 받아들이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로 인식한다. 변화를 모색하며 매출을 올리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매일 주방 후드를 닦거나 식당 바닥을 청소하고 기물을 뒤집어야 하지만 하지 않는 것과 같다. 그리고 가장 치명적인 사실은 우리나라 식당의 대부분은 본질적으로 본질을 지향하지 않는다. 혹은 못한다.


본질을 지향하지 않는다니 무슨 소리인가?

식당이나 카페가 무엇을 하는 곳인가? 밥을 먹고 음료를 마시고 휴식과 공간을 제공하는 서비스 업종이다. 

단지 음식만 판다면 식품업일 텐데 왜 서비스 업일까? 손님에게 제공하는 것이 비단 음식만이 아니어서 이다. 개중에 어떤 식당은 불친절을 테마로 영업을 꾸려가며 장사를 이어가지만 이는 어지간한 운과 솜씨가 아니고서는 아무나 따라 할 콘셉트는 아니다. 본질 이야기로 다시 돌아오자면 식당은 식사를 제공한다는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아주 많다는 것이다. 

식당 주인들의 마음속은 간판에 드러나 있다. 


나는 식당을 들어서기 전에 꼭 간판을 살펴 본다. 

듣도 보도 못한 식당의 간판 한 귀퉁이에 '가맹점모집' '가맹문의' '본점'이라고 쓰여있는 경우는 아무래도 색안경을 쓰게 된다. 손님에게 맛있는 밥을 제공하겠다는 마음보다는 식당으로 돈을 벌겠다는 마음이 자리 잡았다는 것을 공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결코 나쁜 의도가 아님을 잘 안다. 

자유경제시대, 자본주의속에 살고 있는 입장에서 성공을 위한 갈망과 표현, 꿈에 대한 포부와 목적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순서가 바뀌었다는 부분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나 또한 실패만 경험한 입장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면목이 없다. 

(자격이 안된다는 마음이 들지만 기록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에는 동조가 안된다.)

주인장의 마음속에 맛있는 밥을 손님들에게 먹이겠다는 마음이 1번으로 자리 잡고 있고 2번으로 돈을 많이 벌겠다는 마음이 있고 3번으로 가맹을 늘리고 전국적인 체인망을 거느린 사업가가 되겠다는 마음이 있어야 할 것이다. 물론 마음에는 순위표를 메길 수 없으니 그건 사장이 알아서 해야 할 문제이다. 


수익을 우선으로 하는 식당에서는 아무래도 손님의 만족도보다는 식당의 코스트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생존의 문제이기에 그것이 잘못되었다고는 결코 이야기할 수 없다. 

하지만 반대의 입장에서 되물어보자. 

손님을 돈으로 보는 기조가 앞장선 업장에 손님은 다시 찾아와야 할 의지가 자연스럽게 발생할까?

주변 지인들에게 추천을 하여 점심에 먹고 저녁에 친구를 데리고 다시 방문할 마음이 생길까?

교외에 있는 분위기가 독보적인 식당의 경우와는 다르다. 

도심 속에 수많은 식당들 속에 맛집으로 거듭나는 집들은 특유의 분위기와 맛도 있지만 그 중심에는 분명 손님을 만족시키기 위한 업주만의 희생이 녹아있는 경우가 100%이다. 

손님이 만족해야 명성이 높아지고 가맹문의도 들어오고 프랜차이즈가 되는 것이다. 

나 또한 제사보다는 젯밥에 정신이 팔려 프랜차이즈 업종을 추가해 본 적이 있기에 하는 고백이다. 


돈을 벌 각오는 누구나 크다.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 뒤따르는 희생을 각오할 크기는 비례하지 못한다.

부의 초기 단계 즉 시스템이 갖춰지기 전에는 돈을 벌 욕심보다 희생할 각오가 더 커야 한다. 

'가맹문의'라는 글자가 무색해지지 않으려면 업주는 마음속에 무엇이 1번인지 한번 고심해 보아야 할 것이다. 뜻한 바 행하는 건 사람이나 기필코 이루어내는 건 마음먹기 따라 다름을 명심해야 한다.


내가 팔던 토마토 해물 쌀국수 아직도 생각나는 맛...

 

새우 복음밥과 파인애플 볶음밥이 정말 맛있었다. 내 손목은 아작이 나고야 말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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