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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음날 Mar 28. 2023

책을 쓰는 도중 가장 많이 드는 생각

나는 살면서 수없이 많은 버킷리스트를 썼다 지웠다. 결국은 거의 폐기하고 현재는 이렇다 할 버킷리스트가 없는 상태이다. 그래도 책 쓰기 만큼은 항상 1번이었다. 살면서 책 한 권은 쓰고 죽어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이다. 

어디까지나 자기만족일지는 모르지만 사람이 남기는 건 이름보다는 책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왜 든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약간의 집착이라고 해야 할지 모를 이 생각에는 여러 가지 부작용도 따른다. 예컨대 깜냥이 되지도 않는데 무슨 책을 쓰냐는 비아냥을 듣는 것이 두렵다 정도랄까?(물론 직접 들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말이다.) 괜한 종이낭비가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엄습해 온다. 책에 대한 결과를 생각해 보는 건 끝없는 자기 확신과 자기 비하의 연속인 시간들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긍정과 부정을 오가며 염려가 된다. 

글을 너무 못쓰는 거 같다.

문장이 매력적이지 않다..

서사가 부족하고 무엇보다 재미가 없어.

비문이 너무 많은 건 아닌가. 

쓸데없는 부사가 너무 많아.

중언부언 너무 늘려서 지루하진 않을까.

누가 이딴책을 보나?

왜 굳이 책을 쓴다고 하는 걸까?

......


완전한 순간이 오면 딱! 책을 내야지 하는 생각이 가장 헛된 것임을 안다. 

매일 용기가 샘솟다가도 공포 속으로 내몰리곤 한다. 

자신감이 없는 나날이 지속되기도 하고 나 스스로에게 화가 나기도 한다. 

그래도 모든 것을 제쳐두고 딱 하나 긍정적인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생각이 있다. 


내가 처음으로 쓴 따끈한 새책을 두 손으로 받아 드는 순간


뻔뻔하게도 이 생각만 들면 온갖 부정적인 생각에서 헤어 나온다. 

어떤 당위성을 더 찾아야 할지 모르겠다. 

책으로 세상을 구하는데 일조하겠다거나 길을 찾지 못한 사람들을 한 명이라도 구하겠다거나 하는 고결한 목표는 별로 와닿지가 않는다. 그저 책 한 권 손에 넣어 보겠다는 탐욕이 원동력이 된다. 

나는 이렇게 참으로 시시한 부류에 속한다는 생각에 웃음 지어지기도 한다. 


* 오늘 우연치 @꼬낀느 님의 브런치에서 본 글을 추가하고자 한다. 

'책이 곧 명함이다.'

나도 내가 쓴 책을 명함에 자랑스럽게 넣어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상상만 해도 가슴 뛰고 신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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