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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음날 Mar 28. 2023

인생을 미니멀하게.

단순하고 소박하게 살고자 하는 꿈.

나는 맥시멀리스트였지만 미니멀을 지향했었다. 

하지만 아이들을 키우면서 미니멀은 불가능의 영역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청바지처럼 유행 따라 철 따라 미니멀도 시즌별로 돌아오는듯하다. 한해로 두고 보자면 대청소 시즌인 봄과 늦가을에 많이 보인다. 크게 보자면 경기가 불황일 때 미니멀이 유독 많이 보인다. 


때늦은 반성과 같은 미니멀이랄까?

서점의 리빙 코너에 청소와 미니멀하게 살기와 같은 카테고리가 많이 깔리면 경기가 불황의 초입에 진입했다는 소리로 들린다. (신빙성 없는 이야기지만 한편으론 끄덕여지는 정도의 이야기이다.)


주머니에 돈이 꽤 많게 남아도는 시기에는 이것저것 사들이지만 잠깐 그 시기가 지나고 나면 자책의 시간이 돌아온다. 굳이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사들인 것과 한 끼에 너무 많은 공을 들여 허세를 떨거나 과시를 한 경우가 그런 것이다. 나를 위한 선물은 예쁜 쓰레기로 방치되는 경우가 흔하고 (혹은 기억조차 나지 않는 경우가 있지.) 오마카세며 호캉스는 과거의 영광을 재현한 인스타에 쓸쓸한 한컷으로 자리 잡고 있을 뿐이다. 


불황의 여파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불현듯 인생을 미니멀하게 살고 있지는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토록 주장했던 살림살이의 미니멀은 아니지만 말이다. 가구를 줄이고 물건을 버리고 수납을 기깔나게 하는 등의 그 미니멀 말이다. 


아무튼


1. 커피를 끊었다. 정확하게는 스타벅스를 위시한 고급 커피전문점에서 사 먹는 5,000원 언저리의 커피를 끊었다. 가끔 커피 믹스를 마시거나 홍차를 우려 마신다. 


2. 술자리를 거의 가지지 않는다.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도 있겠지만 술자리를 가지는 시간이 너무나 아깝다. 밤늦게 술을 마시며 2차 3차 가는 것이 의미도 없고 재미도 없다는 사실을 알아버렸다. 돈도 시간도 체력도 모든 것이 아까운 시기에 다다랐다.


3. 고가의 예쁜 장난감(쓰레기로 전락할)은 이제 그만 사들인다. 내가 주로 기분에 따라 구매하는 것은 특이한 향신료, 볼펜, IT 기기 (마이크, 헤드셋, 빔프로젝터 등)가 있었다. 어느 날 돌아보니 아이들이 쓰고 있거나 쓰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당근을 통해 팔아도 팔아도 어디선가 나타난다. 이제는 정말 신중한 소비를 해야 할 때이다. 


4. 배달음식을 시키지 않는다. 배달의 민족에서 떼어가는 수수료와 세금이 최소 20%(6.8% 깃발비 개당88,000원 그외 광고비)에 달한다. 거기에 배달료는 평균 6,000원이다. 통상 3~4만 원짜리 음식을 시켜봐야 허기를 달래는 정도의 음식 밖에는 받아 들지 못한다. 오죽하면 요즘에 '배민맛'이라는 형용사가 등장했다. 먹고 난 후 산더미처럼 쌓이는 플라스틱 배달용기도 죄책감을 더해준다. 무엇보다 극심하게 떨어지는 '가성비'를 눈뜨고 못 봐줄 지경이다.


소비를 줄이는 것인가 인생을 미니멀하고 단조롭게 사는 것인가.


대신 예전에 비해 책을 좀 과하게 사는 편이다. 

그래봐야 한 달에 3~4권 정도이다. 도서관 아이디를 얼마 전에 만들었다. 자주 들르도록 해야겠다. 


언젠가는 미니멀하게 살고야 말 것이다. 

단조롭고 아름다운 가구 몇 점을 죽을 때까지 이고 지고 닦으며 살 생각이다. 

옷가지는 단출하고 소박하게 먹고 마시며 살 생각이다. 

정신은 맑고 몸도 가볍게 하고 살고 싶다.

언젠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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