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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음날 Apr 04. 2023

챗 GPT로 브런치가 망하는 건 한순간일까?

이미 잠식당한지도 모를 작가란 직업은 어쩌면.

장담 하건데 이 글이 다음의 메인에 걸릴 일은 없을 것같다. 관대함과는 거리가 있을 법한 주제이기 때문이다. 사업의 사활에 대한 부분이기도 하고 누군가의 밥그릇을 건드는 일 같기도 해 보인다. 

매번 감사한 브런치 팀에게는 누가 되는 글일지도 모르겠다. 

외면하고 싶지 않은 문제이지만 전면에 내세우기에는 브런치 팀 입장에서도 여간 껄끄러운 것이 아닐 것이다. 그런 입장은 충분히 이해한다. 만약 접하더라도 걸러서 읽어 주시길 빈다. 


자극적인 타이틀일까?


'브런치를 점령한 챗 gpt 작가'

'챗 gpt를 활용 안 하는 작가는 바보'

'이미 망해버린 글쓰기판, 작가는 사라진 직업'


챗 gpt가 뭔지 모르거나 대충 어디서 주워들은 정도의 식견을 가진 분들이 많을 것이다. 

나 역시 뉴스에서 나오는 몇 줄의 기사로 '아...... 그 정도로 무서운 기술이구나.'정도의 느낌밖에는 없다.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하고 '그림'그리는 사람들은 이제 일자리를 잃겠군 정도의 생각이랄까?

아직 현실적으로 와닿지 않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가 e-mail을 처음 접했을 때도 그랬고 www를 처음 접하고 브라우저를 열었을 때도 그랬다. 

기술이 세상을 바꾼다고는 떠들어 대었지만 뉴스를 보거나 야한 사진을 보는 것에 관심이 더 많았다. 


챗 GPT는 글쓰기에 어떤 '현상'을 가져다줄까?

대입해 볼 시간도 없이 '폐해'라고 단정 짓거나 주입하고 싶지 않아 '현상'이라는 일상적인 단어를 선택해 본다. 우선 오늘 새벽 실험해 본 가장 간단한 단계의 사례만 소개해 보겠다. 


아래의 글은 한국의 브런치 작가 '다음날'(나)이 쓴 글의 한 토막이다. 


<'나'라는 무명 인반인이 쓴 글 원본>

내가 왜 이러한 일을 금액단위로 기억하는가 하면 이 또한 연유가 있다. 내가 벌금을 두드려 맞은 날 인기배우 '주'모 배우 또한 벌금형을 받았다고 뉴스에 크게 났기 때문이다. (대서특필이라고 하면 이제는 정말 시대에 안 맞는 이야기 같다. 포털의 메인을 장식했다 정도가 알맞겠지만 말이다.) 한해에 수십억을 벌며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그 배우는 벌금으로 80만 원을 통지받았다. 지금으로서도 상당히 재미있는 생각이지만 일개 시민인 내가 남몰래 인터넷 도박을 해서 100만 원을 따버린 사건에는 벌금 100만 원을 부과하고 유명 배우에게는 80만 원이라는 상대적으로 푼돈을 부과한 것이다. 벌금의 액수로만 보면 내가 마약사범보다 더 큰 중죄를 저지른 것이 되어버린 것이다. 어느 쪽의 폐해랄 것도 없이 둘 다 나쁜 일이지만 갸우뚱한 생각이 드는 건 당사자로서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아. 옹졸한 나의 종지 그릇만 한 심성이여.)  


챗 GPT에게 위 글의 스타일과 가장 유사한 한국의 작가를 알려달라고 했다. 

위의 글은 67년생 '이병률' 작가의 스타일과 가장 유사하다는 판정을 해주었다. 

첫 번째 요청으로 이병률 작가의 스타일로 윗글을 각색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 후 무라카미 하루키 스타일, 마크트웨인 스타일, 존 스타인벡 스타일로 각색할 것을 요청했다.

아래의 글들을 원문과 비교해 한 번씩 읽어 보시라. 


<이병률작가 스타일> 각색 


어떤 이유로인지, 나는 돈의 양을 기억하기 좋은 금액 단위로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나는 벌금을 내기 위해 선처를 받은 날 인기배우 '주'모 배우가 뉴스에서 벌금을 내야 하는 일을 보도했었다. (이젠 대서특필이라고 하지 않고는 어디서 찾아볼 수 없는 기사였을 텐데, 당시에는 포털 사이트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기도 했다.) 그 배우는 일 년 동안 수십억을 벌어들이며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끼치는 활동을 하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벌금으로 80만 원을 내야 했다. 지금으로 돌아보면 매우 재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내가 일반 시민으로서 인터넷 도박에서 100만 원을 따냈을 때는, 벌금으로 100만 원을 내야 했다. 그러면서도 유명 배우에게는 비교적 덜한 벌금인 80만 원을 내게 되었다. 벌금의 액수만으로 보면, 나는 마약범보다도 더 큰 죄를 저지른 셈이 되어버린 것이다. 양쪽 다 문제가 있다는 건 분명하지만, 양쪽 다 정당화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차, 이게 바로 내 천한 인간성의 한계일까.)



<무라카미 하루키 스타일> 각색


왜인지 나는 돈의 양을 기억하기 좋은 금액 단위로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그 이유는 내가 어떤 돈을 쓰는지, 어디서 그 돈을 쓰는지에 대한 정확한 기억을 가지기 위해서이다. 나는 어느 날, 내가 벌금을 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그때, 인기 있는 배우 '주'모 씨가 벌금 형을 받은 뉴스를 본 기억이 있다. (이제는 쓰지 않는 말이겠지만, 당시에는 인터넷 뉴스의 대문을 장식하기도 했다.) 그녀는 일 년 동안 수억 원 이상을 벌면서 사회에 큰 영향력을 끼치는 활동을 했지만, 그녀가 받은 벌금은 80만 원이었다. 나는 그녀와 비교해 보면서 내가 인터넷 도박에서 100만 원을 따냈을 때, 나는 100만 원의 벌금을 내야 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명 배우보다 적은 80만 원의 벌금만 내게 되었다. 벌금의 액수만 보면, 나는 마치 마약범보다도 더 큰 죄를 저질렀다는 느낌이 들었다. 양쪽 모두가 문제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는 어떤 측면에서도 정당화할 수 없는 것 같았다.



<마크 트웨인 스타일> 각색


"나는 왜 이런 일을 돈으로 기억하나고 하면, 그에게도 이유가 있다. 나는 벌금을 내야 했던 날, 인기 배우 '주'모 배우도 뉴스에서 벌금을 받았다는 기사를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대서특필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에 맞지 않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전에는 이것이 포털 메인 뉴스를 장식할 만큼 큰 뉴스였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한 해에 수십 억 원을 벌면서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킨 그 배우는 80만 원의 벌금을 받았다. 지금으로서도 꽤 재미있는 생각이다. 하지만 일반 시민인 내가 비밀로 인터넷 도박에서 100만 원을 따냈다면, 벌금으로 100만 원을 내야 했을 것이다. 이것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벌금이라고 할 수 있다. 벌금의 액수만 봐서는 나는 마치 마약 범죄자보다 더 나쁜 범죄자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어느 쪽도 폐해가 있지만, 그들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 나의 어리석은 존재...)"



<존 스타인벡 스타일> 각색


나는 왜 돈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는 걸까? 그 이유는 나 자신이 벌금을 내고 나서, 유명 배우 주모 씨도 똑같은 벌금형을 받았기 때문이다. 언론 매체들은 그 이야기를 크게 다루었는데, 이젠 대서특필 같은 건 시대에 맞지 않은 이야기가 되어버렸겠지만 말이다. 한 해에 수십억을 버는 유명 배우가 벌금으로 80만 원만 내면 되었다는 건 상당히 의아한 일이다. 한편, 내가 남몰래 인터넷 도박을 해서 100만 원을 따냈을 때, 벌금은 100만 원이었다. 그리고 그때 유명 배우 주모 씨에게는 상대적으로 적은 80만 원의 벌금이 내려졌다. 보면 알겠지만, 벌금의 액수만 본다면 나는 마치 마약 사범보다 더 큰 죄인인 것 같다. 둘 다 나쁜 일이긴 하지만, 이건 당사자로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막연한 생각이지만, 이런 일들이 벌어질 때마다 내 종지부터 손이 떨린다.




일반인인 나는 '나의 문체'로 글을 썼다.

챗 GPT에게 유명한 작가의 문체로 각색을 요청했다. 


만약 이렇게 각색된 글을 출판사에 투고한다고 하자. 과연 출간 담당자가 '아. 이 글은 챗 GPT로 존 스타인벡 스타일로 각색한 글이군!' 하며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까? 하루키 작가를 좋아하는 담당자라면 하루키 신봉자가 쓴 아류작인 것을 알아챌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병률 작가의 스타일로 각색한 것은 어떤가?


아마도 이러한 시도들이 나올지도 모른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간 ㅇㅇㅇㅇ의 주인공을 1980년 생으로 바꾸고 성별을 바꿔줘. 

한국의 작가 이병률 스타일로 각색해 주고 습관을 바꾸기 위한 10가지 방법을 각 단락마다 하나의 에피소드로 연결해서 자연스러운 스토리 라인을 구성해 줘. 


이러면 1시간 만에 자기 계발 서적 1권이 완성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위의 내용으로 어린이 잡지에 낼 1,000자 정도로 글을 작문해 달라는 요청을 해보았다.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이 친구는 인터넷 도박에서 100만 원을 따내어 벌금을 내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눈앞에서 일어난 일은 참 이상했습니다.

친구는 뉴스에서 인기 배우 '주'모 배우가 벌금을 내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일 년 동안 수십억을 벌어들이며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끼치는 활동을 하는 인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벌금으로 80만 원을 내야 했습니다.

친구는 이 사실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100만 원을 벌었지만 벌금으로 100만 원을 내야 했기 때문입니다. 유명인이 더 적게 벌금을 내는 일이 있을 수 있는 것은 공정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유명인들이 법적 문제에 빠졌을 때, 그들의 사회적 지위가 법원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었습니다. 법원은 그들이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고려하여 벌금을 낮출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친구에게는 불공정하게 느껴졌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친구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동료들에게 법적 문제에 빠졌을 때는 언제나 공정한 판단을 받도록 권고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그 경험을 통해 법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언젠가는 그 행동이 큰 문제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우리는 법과 사회적 지위의 중요성에 대해 배울 수 있습니다. 법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하며,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도 법에 따라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법을 어기면 언젠가는 그것이 큰 문제로 돌아온다는 것도 배울 수 있습니다. 


*놀라운 포인트는 인공지능이 유명인의 사회적지위와 법원과 기득권의 유기적인 관계를 파악했다는 점이다.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하여 벌금을 낮출 수 있는 불공정을 어쩔 수 없는 일일 수도 있다는 면을 어린이들에게 가르치게 되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듣고 싶은대로 듣거나 듣고 싶은것만 골라 듣는 경향이있다.)


챗 GPT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이미 활용해서 우리 주변에 챗 GPT의 글을 마치 자신의 글인양 써 내보내는 작가가 있지는 않을까?

있다 해도 그것을 걸러낼 기술이 존재할 수 있을까?

별도의 창작 인증 마크를 기술적으로 부여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 

인간의 양심에 모든 것을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인간의 탐욕은 상상 그 이상이기 때문이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조차 무섭다. 


챗 GPT로 글의 양과 스타일, 목적을 자유자재로 변경하고 줄이거나 늘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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