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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음날 Apr 11. 2023

토양을 바꾸는 작업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소금기가 가득한 바닷가 근처의 간척지 땅에서 소금기를 빼려면 수십 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매년 약품을 뿌리고 비가 수차례 와야 겨우겨우 농사를 지을 만한 땅이 되는 것이다. 우리의 마음 토양도 마찬가지이다. 세상사 마음먹기 나름이라고 생각하는가? 그건 맞기도 하지만 이 경우에는 조금은 다를 수 있다. 마음먹는다고 하루아침에 척박한 마음의 소금기가 완연하게 털어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척박하고 소금기 가득한 땅이 한순간에 비옥한 땅으로 변모할 수 없듯이 우리의 척박한 마음도 어느 날 한순간의 결심만으로 바뀌지 않는다. 마음에는 관성이 있고 오랫동안 지속해 온 행동의 흔적이 그을음처럼 진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스크루지 영감처럼 죽음을 담보로 저승사자가 고도의 협박을 한다면 모를 일이지만 그만한 일이 아니고서는 여간해서 바뀌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동화를 통해서도 알려주는 것이다. 


마음은 토양이다. 모든 일이 마음에 씨앗을 뿌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러한 마음이 척박하고 매사에 부정적이고 거칠다면 싹은커녕 뿌리는 족족 썩고 말 것이 분명하다. 밭이 있어야 결실이 맺어지고 그 땅의 흙이 비옥하고 질이 좋아야 좋은 결실이 찾아온다. 기왕이면 좋은 땅이 넓어야 풍성한 재산을 얻는 것과 같은 이치인 것이다. 


씨앗에 집중하기 전에 자신의 밭이 어떤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종종 씨앗을 심고 뿌리는 것에만 매몰되어 내 안의 마음밭이 어떤지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열의에 불타올라 행동부터 앞서고 결제부터 했으나 며칠이 안되어 시들해지고 열정이 사그라드는 경험을 해본 적인 누구나 있었을 것이다. 어떤 일을 해도 마찬가지이다. 


준비된 마음 없이는 어떤 씨앗(시도와 도전)을 뿌려도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밭이 크기가 어떠한지 얼마나 비옥한지 척박한 지 알아보라. 면면을 오랫동안 요리조리 살펴보라. 


감사한 자세를 가졌는가?

부정적인 생각에 휩싸여있진 않은가?

타인을 평가절하하고 험담하고 비난하고 폄하하는 습관이 있지는 않은가?

타인에겐 엄격하고 나에게는 한없이 관대한가. 

불필요한 소비와 쾌락에 많은 것을 허비하고 있지는 않은가. 


꽤나 고리타분하고 재미없는 이야기이지만 마음이 정갈하지 못하고 산비탈에 있는 돌밭과 같다면 무슨 작물을 심든 돌아오는 가을에 풍성한 작물은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마음의 밭을 갈아엎는다는 생각에는 오랜 인내와 시간이 소요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넉넉한 기간을 스스로에게 부여해야 한다. 그래야 온당한 마음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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