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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음날 Apr 15. 2023

100일을 마치며

마인드 시트를 100장 얻었다.

1월 6일부터 마인드 시트를 작성한 지 정확히 100일을 채운 날입니다. 인생에 뭔가를 꾸준히 매일매일 100일을 지속한 것이 얼마나 될까 싶습니다. 물론 먹고 자고 하는 등의 생리적인 일과 연인과의 100일과 같은 연속성은 제외해야겠지요. 의식적인 습관을 정착하기 위한 100일을 보낸 것입니다.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사실 달라진 게 무엇인지는 크게 느끼지 못하겠습니다.'


다만 100일은 생각보다 긴 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호랑이와 곰이 동굴에서 마늘과 쑥만 먹으며 100일을 버틴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죠. 상당한 시간이며 무언가를 바꾸기에는 차고 넘치는 시간일 수도 있습니다. 변화한 나를 알아차린 것을 넘어 다시 일상이 되어버릴 만큼 긴 시간이라는 뜻이지요. 나라는 인간의 토양이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바뀐 나에 대한 적응도 마치고 자연스러워져서 이제는 변화했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일상적인' 단계로 들어섰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별다른 느낌이 없는 상태이지요.


매일 아침 6시에 눈을 뜹니다. 핸드폰 알람과 알람시계의 알람을 끄기 위해 자리를 박차고 나옵니다. 양치를 하고 세수를 하고 가글을 합니다. 물 한잔을 반드시 마십니다. 100일을 거의 매일 반복했습니다. (이틀 정도 술을 마시고 루틴이 깨어진 적은 있지만 다음날 바로 복귀했습니다.) 아침마다 최대한 늦잠을 자며 지각을 밥 먹듯 하고 제대로 씻지도 않고 살던 과거와는 완벽한 이별을 고했습니다.


스트레칭을 하고 아픈 곳은 없는지 근육과 관절, 배를 만져봅니다. 단전호흡을 하며 몸 안의 나쁜 것은 내보내고 좋은 기운을 받습니다. 목과 어깨, 햄스트링을 늘려주고 스쿼트를 15개 정도 하며 몸을 깨웁니다. 


마인드 시트에 적어놓은 대로 확언을 하고 자기 암시를 합니다. 나는 할 수 있다. 잘하고 있다. 나는 나를 믿는다. 의지가 있다.라는 말을 소리 내어 10번 읽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소망을 한 번씩 읽고 상기합니다. 하루를 충만하게 살기 위한 하나의 작은 의식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하루를 긍정적으로 살기, 불평, 불만하지 않기, 탓하지 않기, 감사하며 살기 등을 읽으며 상기합니다. 스스로의 이름을 부르며 나를 칭찬하고 나를 돌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지요. 나를 스스로 정성껏 돌본다는 개념은 매우 생소했지만 어느덧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습니다. 


1시간 남짓 글을 쓰고 책을 봅니다. 마음 내키는 대로 자유롭게 하는 편이지만 딴짓은 최대한 자제하는 편입니다. 글을 가장 많이 썼고 책은 그날그날 당기는 책을 읽었습니다. 유튜브는 특정 자기 계발에 관한 영상만 반복해서 챙겨보는 편입니다. 


7시 20분부터 아침을 차립니다. 주로 누룽지, 빵, 간단한 국과 반찬류로 이루어진 3가지 패턴을 돌려막습니다. 어쩌다 과일만으로 간단하게 차리거나 주말에는 특별히 라면류를 끓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틀며 천천히 깨우지만 어느 날을 잘 일어나다가도 어느 날은 짜증을 왕창 부리기도 합니다. 매일매일 기분 좋게 일어나길 바라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전반적인 식습관을 개선했습니다. 야식을 먹지 않고 배달음식을 시켜 먹지 않는 일이 일상화되었습니다. 집에서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약속을 지켰습니다. (생일날에는 와인 한잔을 마시지만 이마저도 이제는 시들할 듯합니다. 다만 사랑하는 사람과의 와인한잔은 언제든지 좋지요.) 프랜차이즈 커피를 끊었습니다. 정확히는 습관적으로 매일 마시는 아메리카노를 끊었습니다. 굉장한 금단증상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생각보다 손쉽게 끊었던 것을 보면 그저 관성에 의한 중독임이 밝혀진 것입니다. 이것은 마치 커피에 중독된 척을 통해 별도의 지위를 얻으려는 아둔한 마음 같다는 사실을 알아챈 것과 같습니다. 별다른 의미도 없이 그냥 돈만 허공에 날리는 습관이었지요. 


아침에 일관된 시간에 일어나기 위해서는 '잠에 드는 방식'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11시에 아무것도 없이 빈손으로 잠자리에 든다는 건 상당히 어렵고 때로는 고역으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정착이 가장 느리고 끝까지 다른 방안이 없는지 핑계를 거듭하며 거부했던 습관이기도 합니다. 저 스스로를 설득하고 납득시키기가 어려운 습관이었지요. 지금은 핸드폰 없이 수면하는 행위에 아주 큰 만족감을 느낍니다. 아침에 한결 개운하고 잠을 자는 동안 섬망을 느끼거나 선잠을 자는 빈도가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 아침에 잘 깨어나기 위해서는 정해진 시간에 필사적으로 잠을 자야 하며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하며 위장에 물 이외의 것은 없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형태의 아침을 100일 동안 반복했습니다. 서두에 말씀드렸던 뭔가 바뀐 것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100일 전과 비교해 지금의 상태가 분명 편안해졌다는 사실 말고는 외적인 변화를 체감하지 못했다는 말입니다. 사실 극적으로 근육의 양이 늘었다거나 큰 질병을 개선했다거나 하기에는 모자란 시간일 수는 있습니다. 

그래도 가장 큰 변화는 이렇게 글을 쓰고 체계적이고 정리된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일 것입니다. 이것은 체감한다기보다는 찾아내려고 수를 부리는 사이에 더 나아진 나를 발견할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나졌다고 표현해야 할 듯합니다. 100일 사이에 저는 저라는 사람에게 꽤나 적응을 잘 해냈습니다. 60일에서 70일 사이에 적응을 마친듯하고 80일 즈음에는 사실 조금은 지루한 시간을 보냈던듯합니다. 매일매일 느껴지는 변화와 발전의 느낌을 받지 못하고 안착되는 느낌이 강했던 듯합니다. 


'마음의 질과 토양이 달라졌습니다.'


이것은 확연하고 뚜렷하게 내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공표하는 것과는 뭔가 다른 결이 있다는 것을 글을 쓰며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뭔가를 대외적으로 행함으로 인해 결과지를 받아본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나 혼자만의 내면의 변화를 뭔가 기정사실화해서 밝히는 것에는 구체화된 수치나 객관적인 도표가 들어갈 수 없기에 신빙성이 부족하기 마련입니다. 그렇기에 이 정도의 표현 밖에는 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달라진 것은 맞지만 무엇이 달라졌다고 확연하게 표현하기에는 두루뭉술하다는 정도의 감상입니다. 아무튼 변화를 이루었습니다. 남은 삶에 대한 태도를 확립했습니다. 


나 스스로에 대해 조금은 더 알게 되었고 의식적인 습관을 통해 삶을 개선해 나가는 방법을 깨우치게 되었습니다. 과거의 내가 아무렇게나 기분대로 사는 삶이었다면 지금은 완전히 다른 유형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대로 살면 안 된다는 느낌을 잊어버리고 앞으로 이렇게 살아도 괜찮겠다는 느낌을 얻었습니다.'


나의 100일을 축하하는 바입니다.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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