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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음날 Apr 22. 2023

수면에 부채를 지우다.

나는 상당히 우매한 사람이다. 모두가 좋다고 하는 것을 대체로 믿지 못하고 나만의 방식이 있을 거라며 꼭 한 번은 해보고 나서야 깨닫는 유형의 사람이다. 똥인지 된장인지 꼭 찍어서 향을 맡아보고 나서야 안심을 하는 스타일인 것이다. 이런 패턴을 가진 사람은 스스로도 본인의 성향에 피로함을 자주 느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된장 쪽에 먼저 손가락을 대보는 것이라는 사실에 위안을 삼는다.


다음 구절을 한번 곰곰이 낱낱이 음미해 보자.


'수면 부채만큼 당신의 삶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망치고 줄이는 습관은 없다.'


나는 100여 일 전 나만의 작은 미라클 모닝을 만들기 위해 다음의 3가지 대전재를 정했다.


1. 주체적인 인생을 위해 시간을 통제한다.

2. 일관된 시간에 잠에 들고 일관된 시간에 평생 일어나는 것이 시간을 가장 획기적으로 아끼는 방법이다.

3. 나를 돌보는 시간을 가진다.


나는 잠의 노예였다. 알콜성 수면장애가 있었고 때가 되면 베개를 바꾸었다. 여행을 갈 때 집에서 쓰던 베개를 들고 간 적도 있었다. 수면에 좋다는 아로마 등의 용품도 몇 개 있다. 나의 수면 패턴은 간단하게 다음과 같다.


- 휴대폰을 하며 최대한 늦게까지 누워 빈둥거리다 까무룩 기절하듯 잠에 빠져드는 패턴을 20년간 반복했다.

- 아침잠만큼 소중한 게 없다며 끝까지 늦잠을 잤다. 아침을 거르고 지각을 종종 하며 빈속에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 주말에 미친 듯이 몰아서 수면을 취했다. 허리가 허락하는 만큼 최대한 늦게까지 자는 것이 목표였다.


나는 100일 동안 저녁 11시에 휴대폰 없이 잠에 들었다. 오늘로 107일 째이다. 아침 6시에 일어나 가글을 충분히 하고 반드시 물 한잔을 마신다. 스트레칭을 하고 인대와 관절을 마사지해 준다. 어깨와 목을 펴고 햄스트링을 늘려준다. 배를 만져보고 장기들을 눌러준다. 단전호흡을 1회라도 하며 나쁜 기운은 몰아내고 좋은 기운을 받아들인다. 토요일에도 일요일에도 휴일에도 빠짐없이 반복적으로 실행에 옮기고 있다.


물론 술을 마시고 지키지 못한 때도 있다. 하지만 6시에 일어나 알람을 끄고 다시 잠에 들 지언정 매일 작성하는 마인드 시트를 빼먹지 않고 작성했다. 실행하지 못한 부분은 X 표시를 하며 하루를 리셋하고 다음날 다시 루틴으로 복귀했다. 이러한 회복탄력성을 위해서라도 한 장의 종이에 뭔가를 적어 남겨두는 목표도 굉장한 실효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구구절절하게 이러한 이야기를 하는 연유는 이러하다. 나는 감히 100일도 못해보고 어딘가에 옳은 소리를 하는 헐렁한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최소한 100일을 넘겨보고 나서야 소심하게 권해보는 정도의 글을 남길 수 있는 우매함을 용서하길 바란다.


수면 부채는 당신의 삶과 시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조지는' 습관이다.


주말의 몰아서 자는 수면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하고 무엇을 포기하는가?

당신이 잠들지 못하는 12시에서 2시 사이는 인체의 회복에 필요한 모든 호르몬이 방출되고 노폐물을 정화하고 신체를 치유하는 시간이다. 인정하기 싫을 것이 분명하지만 이것은 사실이다. 당신은 하루 중 인체에 가장 중요한 정화의 시간을 매일 거르고 있는 것이다. 청소 없이 다음날을 계속해서 맞이하는 것이다.


이렇게 기절하듯 잠에든 당신의 수면 시간은 어떠한가? 2시에 자고 8시 혹은 9시에 일어날 수 있는가? 보통의 직장인이라면 최소 7시에는 일어나야 할 것이다. 매일 대여섯 시간 정도 질 낮은 수면을 취한다. 이렇게 5일 동안 2시간씩 덜 취한 수면을 주말 이틀 동안 몰아서 청산하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토요일은 10시간 일요일은 10시간 이렇게 늦게까지 몰아서 잔다면 당신은 시간을 정말 아껴 쓴 사람이 될 수 있는가?


실용적이며 실질적인 이야기를 하자.


만약 당신이 하루 7시간을 알차게 잠에 빠져드는 습관을 가졌다고 가정해 보자. 1주일이면 49시간이다. 당신의 몸에서 가장 신선한 호르몬을 뿜어내고 노폐물을 정화하는 12시부터 2시 사이의 수면 시간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아침 공복에 물을 한잔하고 가벼운 식단으로 아침을 깨웠다.


반면 하루 6시간을 자고 거의 거의 매일 휴대폰과 가벼운 음주를 즐긴다고 가정해 보자. 야식은 기본이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매일 아침에 첫 끼니로 시리얼이나 빵 혹은 공복에 아메리카노를 들이부을 것이다. 그리고 토요일에 10시간 일요일에 10시간을 수면을 취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래도 50시간이다. 고작 한 시간 차이다. 하지만 정말 이것이 비슷해 보이는가?


당신 인생의 남은 삶과 시간 그리고 건강을 가장 완벽하고 확실하게 파괴하는 습관은 몰아서 자는 습관이다.

눈을 똑바로 떠라. 크게 부릅뜨고 이 글을 보고 상기해 보라. 당신은 당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무엇이 그 시간을 망치는지 두고 보라. 당신의 수면에 부채를 지우지 말라.


일관되게 자고 일관되게 일어나 생활하는 습관을 가져보라. 당신 인생에 남은 시간의 주인으로 우뚝 서라. 당신의 시간을 통솔하라. 건강을 신경 쓰고 내장이 제대로 있는지 주물러보라. 인대와 근육에 인사하라. 당신이 먹고 마시는 것은 머잖아 당신이 되고야 만다. 당신을 스스로 돌보지 않으면 빠른 시일 안에 대가를 치르게 된다. 머리가 아프고 어깨가 아프고 위장이 아프고 편두통이 오고 언젠가는 만성 질환이 스며들 것이다. 그것이 인생이고 노화이다. 피할 수는 없어도 늦출 수는 있다.





6시에 일어나 매일 아침 1시간 동안 이 정도 길이의 글 한편을 쓰거나 책을 읽습니다. 주말에는 가족들이 늦잠을 자기에 9시까지 글을 쓰거나 책을 읽으니 3시간 정도 시간을 가집니다. 1주일에 최소 10시간 정도는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자기 계발 영상을 보는 셈입니다. 한 달이면 40시간 정도이고 일 년이면 어림잡아도 400시간입니다.


 또렷한 정신으로 살려고 노력합니다. 확연히 몸이 나아지고 건강해진다는 느낌이 듭니다. 무엇보다 하루를 내 의지대로 명쾌하게 시작했다는 느낌이 가장 좋습니다. 뭘 해도 잘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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