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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음날 Apr 24. 2023

무기력에서 벗어나는 방법

당신은 살면서 어느 정도의 무기력을 느끼는가? 무기력은 일종의 감정이기에 그 크기를 산정하거나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어느 누군가는 무기력을 향기로 정의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마음속에 차지하는 비율로 표현하기도 한다. 막막하고 답답하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열정이 샘솟지 않는 늘어진 상태를 보통은 무기력하다고 하지 않을까? 


난데없는 소나기에 마당에 널어둔 이불솜이 흠뻑 젖어버렸다. 그 젖어버린 솜이불을 양쪽 어깨에 들쳐 맨 듯한 느낌일까. 무기력은 이유도 없이 전혀 뜻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를 찾아온다. 마치 예보에도 없던 소나기처럼 말이다. 인생에 한 번쯤은 소나기가 내린다.


무기력하다는 것은 그나마 기존에는 힘이 있었다는 사실의 반증이다. 평생을 무기력하게만 살아왔다면 그것을 당연하게 여겼을 것이기 때문이다. 살아가는데 무기력은 때론 휴식의 개념으로 차용되기도 하겠지만 문제는 휴식치고는 너무나 길어진 탓에 무기력으로 변모하기도 한다는데 있다. 한직을 희망했다가 백수가 되어버리는 경우가 흔히 있다. 단지 길게 노는 것과 취업 혹은 경제적 활동을 할 의지를 놓아버리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당신이 무기력하다는 것을 알아차린 상태라면, 무기력에서 벗어나려면 뭘 하는 것이 좋을까?


각자의 방법이 있겠지만 나의 경우는 가장 작고 가장 손쉬운 단 한 번의 행동을 이야기하고 싶다. 하루에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단위의 단 한번, 단 한 개의 작고 사소한 행동들 말이다. 


1. 책 한 페이지 읽기

2. 글 한 줄 써보기

3. 스쿼트 1개

4. 심호흡 1회

5. 아침 공복에 물 한잔 마시기


어깨를 펴고 목을 까딱까딱 좌우로 흔들고 등을 펴보는 것도 1회에 해당한다. 손목을 돌리고 안면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눈을 똑바로 떠보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뛰기 위해 걸어야 하고 걷기 위해 한걸음 내디뎌야 하고 한걸음을 위해 신발을 신어야 한다. 


당신이 움직이지 못하는 건 어쩌면 당신의 욕심이 당신보다 커서 일 수도 있다. 무기력은 이렇게 작동한다. 사실 아무것도 작동하지 않는 것이 무기력이지만 말도 안 되게 무기력에도 원동력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핑계'에서 오는 힘이라고 말해야 할 듯하다. 핑계만큼 창의적이고 반복적이며 참신하게 발목을 잡는 수단도 없다. 우리는 출근을 하지 않기 위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수백 편 짜보지 않았던가. 물론 대부분이 표절작이어서 문제였지만 말이다. 


아무리 바쁘다 해도 동시에 두 걸음을 걸을 수는 없다. 원서를 쓰자마자 대기업에 붙을 수도 없고 100억을 벌겠다고 마음먹었다고 3달 안에 벌 수는 없다. 첫 마라톤에서 기록을 내는 것보다는 완주에 혹은 부상 없이 뛰는 것만을 목표로 해도 성공이다. 삶은 자잘한 고통을 동반한 작은 성공이 모여 꽤나 괜찮은 성공을 만들어내는 과정의 반복이다. 


산책을 하다 보면 트레이닝복을 걸치고 얼굴이 벌게진 채로 땅을 박차듯 쿵쾅거리며 러닝을 하는 사람을 보게 된다. 살을 빼겠다거나 무기력을 벗어나겠다거나 운동을 해보겠다거나 하는 여러 가지의 이유로 뜀박질을 하는 것이라고는 보인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여지없이 다음날 나오지 못할 것이 보인다. 우선은 달리는 자세 자체가 뒤뚱거리며 이리저리 발걸음이 분산되어 관절에 무리가 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얼굴이 시뻘게져 페이스를 지키지 못하고 우당탕 뛰는 것은 필연적으로 몸에 무리를 가져온다. 엄밀히 표현하자면 그건 분노의 레이스 혹은 스스로에게 행사하는 보복성 뜀박질이다. 며칠을 못 가 애꿎은 트레이닝복만 일상복이 될 것이다. 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매일 나올 수 있는 나의 마음과 협상을 먼저 마쳐야 한다. 


매일 하는 작은 한 번은 하다 보면 반드시 두 번이 되고 세 번이 되고 여러 번이 된다. 삐뚤빼뚤 글씨를 쓰는 아이는 한 글자부터 시작했다. 우리가 달릴 수 있는 것은 첫걸음마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책을 써도 한 글자부터 시작하고 출근을 위해서 집을 나서고 돈을 벌어 나와 가족을 부양하는 것도 아침에 눈을 떴기에 가능한 것이다. 


단 한 개를 매일 꾸준히 하는 것이 당신의 삶을 가장 크게 바꿨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당신의 무기력은 벗어나야 하는 것이 아니다. 


'무기력은 서서히 잊히거나 덮어지는 것이다.'


당신이 매일 행동하는 단 한 개의 바른 실행 그것이 답이다.







매일 주어지는 하루를 반복해서 덧칠하는 것이 인생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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